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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0년 살던 집서 쫓겨난 87세 노인…스페인 수만 명 분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87세 노인이 70년간 살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당하자 시민 수만 명이 세입자 보호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87세의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70년간 거주하던 집에서 퇴거당하기 직전의 모습. AP/뉴시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87세 노인이 70년간 살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당하자 시민 수만 명이 세입자 보호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26일 저녁 시민들은 마드리드 거리로 나와 주거난에 항의하며 대체 주거지 없는 강제 퇴거 금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행진 후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하룻밤을 지새웠다. 이튿날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이 시위는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87)이 70년간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일을 계기로 촉발됐다. 지난 23일 마드리드 경찰은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바스칼을 집에서 강제 퇴거시켰다. 아바스칼은 경찰이 집에 들이닥친 지 30여 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왔다. 탈진 증세를 보여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강제 퇴거 현장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하며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아바스칼은 아버지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1956년부터 해당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왔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계약은 어머니에게 승계됐고, 2005년 어머니가 숨진 뒤 다시 아바스칼에게 승계됐다. 당시 임대료 상한제가 적용된 계약이어서 월세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2018년 부동산 투자회사 우르바게스티온에 넘어갔고, 회사 측은 월세를 500유로(약 77만 원)에서 2650유로(약 410만 원)로 올렸다. 이후 조정을 통해 1650유로(약 255만 원)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아바스칼의 연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였다. 회사 측은 아바스칼에게 승계된 임대차 계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아바스칼이 승소했지만 이후 판결이 뒤집혔고, 대법원도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익명의 기부자가 아바스칼의 월세를 대신 내겠다고 밝혔지만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세 차례의 강제 퇴거 시도가 있었는데 여론과 법원의 압박으로 연기됐다. 세입자 조합이 밤새 아파트 앞을 지켰지만 네 번째 시도는 끝내 집행됐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UN CESCR)가 올해 6월 스페인 정부에 퇴거를 중단하고 아바스칼에게 적절한 대체 주거지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지만 퇴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시위대가 지난 23일 87세 세입자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강제로 퇴거당한 것에 항의하고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강화를 촉구하면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AP/뉴시스

시위대는 부동산 투자 회사가 주민들이 집에서 쫓겨날 정도로 집값을 끌어올린다며 세입자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간호사인 도라 가르시아(55)는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주택 문제가 모든 연령과 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 주거권이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인 시몬 데 라 리바(43)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주택 문제로 고통받아 왔다”며 “투자 펀드들이 집을 사들여서 사람들이 살 집이 없어지고 심지어 노인까지 쫓겨난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당 소속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7일 사회당 행사에서 “정부는 오는 29일 주택 관련 긴급 법령을 국무회의에 올리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AP통신은 유럽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치솟는 집값과 주택 부족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공공 임대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의 2% 미만으로, 유럽연합(EU) 평균인 8%에 크게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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