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공감’ 기고 <3>] 청년 정책, 숫자보다 일상으로 말하라
김서영 광주여대 간호학과 3년
2026년 04월 16일(목) 00:00
“후보들 공약이 다 거기서 거기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구들과 모이면 습관처럼 나오는 푸념이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청년 정책이나 지역 발전 공약이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듯 뻔하다는 씁쓸한 냉소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현직 대통령이 탄핵 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엄청난 정치적 격변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당선될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내 손으로 찍는 한 표가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는 온몸으로 안다. 그래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투표용지 어디에 기표할지 고민은 나날이 깊어진다.
취업의 문턱에 선 간호학과 학생으로서 이력서에 채워 넣을 단 한 줄의 스펙이 요즘처럼 간절했던 적이 없다. 지난 방학 해외 선진 의료기관 연수 프로그램을 알아봤지만 ‘서울 및 경기권 대학 재학생 우대’라는 조항을 보고 씁쓸히 창을 닫아야 했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 격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대형 병원 인턴십이나 국제 보건 포럼 등 광주·전남에서는 꿈조차 꾸기 힘든 기회들이 그들의 이력서를 빼곡히 채운다. 훗날 같은 국가고시를 치르고 같은 면허증을 쥐게 될 텐데 출발선부터 너무나 다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외치는 약속을 들여다보면 AI 실리콘밸리 조성이나 20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 같은 거대 개발 담론뿐이다. 장기적인 비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취업과 졸업을 앞둔 인문·사회·예술 분야 동기들에게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예산이 오간다고 한들 정작 내 삶 어디에 스며드는지 도무지 체감할 수 없다. 신기루 같은 청사진보다 당장 오늘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년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대학생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확대, 실무 중심의 현장 실습 지원, 그리고 촘촘한 맞춤형 복지 제도가 절실하다.
현재 광주·전남의 지역 대학생들이 품고 있는 최대 고민은 단연 졸업 후의 행보다. 정든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탈지방화’ 현상은 이제 지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주변 풍경만 봐도 그렇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 시기가 다가오면 서울행 티켓을 끊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긴다. 남고 싶어도 남을 만한 매력적인 이유가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간다.
후보들은 일자리 정책의 중심축을 단순 창출에서 ‘지역 뿌리내리기’로 완전히 옮겨야 한다. 수만 개 일자리 숫자만 약속하는 공약, 최첨단 인공지능 일자리만 외치는 대신 지역 대학과 연계해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화려한 미사여구만 버무려낸 빈껍데기 말의 성찬은 대학생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다음 달 월세 걱정을 덜어주고 늦은 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의 버스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우리 청년들에게는 훨씬 절실하고 현실적인 변화다.
지역 청년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약속 하나하나가 우리의 내일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검증할 것이다.
청년 세대의 표심을 얻고 싶다면 우리가 품은 맑은 희망에 아낌없이 투자하라. 광주·전남의 수많은 대학생이 자랑스러운 졸업장과 함께 이 땅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든든한 토양을 다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모든 후보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무거운 시대적 소명이다.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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