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합의 끝낸 명칭, 지난달 갑작스런 변경 중국측 반발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파문 확산
대표 “각계 압박에 어쩔수 없었다”
문화행사서 비롯된 갈등 전반 번져
여수섬박람회·시의회 교류 철회
모든 채널 가동해 수습 나서야
2026년 09월 03일(목) 21:00
3일 오전 전남광주시 서구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중국관(파빌리온) 참여 작가와 전시팀 관계자들이 전시 철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전시팀은 주최 측이 대만 지역 참가와 관련해 잘못된 명칭을 사용해 예술 영역에 정치를 개입시켰다고 주장하며,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전격적인 전시 철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신뢰 잃은 행정이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이 확산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옛 광주시와 재단이 중국측과 파빌리온에 중국국명 하나만을 인정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뒤늦게 대만관 명칭을 허용하자 중국측이 비엔날레 중국관 철수에 나서고 여수 섬박람회까지 사실상 보이콧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는 문화행사 논란이 지역 외교·경제 현안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만큼 더 늦기 전에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중국 지역 교류 전반으로 불똥 =3일 전남광주시 등에 따르면 오는 5일 개막하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중국 저우산시가 최근 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불참을 통보했다.
저우산시는 개막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제교류섬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해 섬 정책과 고유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전시관에는 저우산시를 비롯한 세계 30여개 지방정부가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정이 취소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저우산시로부터 구체적인 불참 사유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여수시가 외교부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시의회가 준비한 중국 지방정부와의 교류 일정도 파행을 맞았다. 시의회는 오는 6일부터 이틀간 광저우시 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대표단을 맞아 광주글로벌모터스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둘러보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리하이저우 비서장 등 6명으로 꾸려진 광저우시 대표단은 지난 2일 시의회에 방문 취소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 작가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사과문을 내고 중국관의 복귀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시의회 교류 일정까지 연이어 취소되면서 판다 유치 등 전남광주시가 추진하는 대중국 현안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너진 신뢰 원칙= 이번 논란에는 사전 중국 측과 조율했던 파빌리온 표기 원칙이 명확한 설명 없이 변경됐다는 점이 작용했다.
3일 광주 중국총영사와 비엔날레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5월께 당시 옛 광주시와 비엔날레재단은 중국 외교 당국이 대만 측 파빌리온의 성격에 우려를 나타내자 중국관은 ‘국가관’, 대만 측 전시는 국립대만미술관이 참여하는 ‘기관관’으로 구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립대만미술관과 재단의 협약도 기관 대 기관 형식으로 체결됐으며, 이 같은 구분 원칙은 중국 측에도 설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엔날레 파빌리온에는 국가뿐 아니라 해외 미술관과 문화기관이 독립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국가관과 기관관을 구별하면 외교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대만 측 전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중국 측도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대만관’ 명칭 사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재단이 지난달 25일 이를 수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범모 재단 대표이사는 “지역 예술계와 예술인,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등에서 ‘검열’·‘표현의 자유’문제를 들고 나오며 ‘압박’을 해 어쩔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기가 지방선거와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른 단체장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민감한 외교 사안을 인계하고 조정해야 할 시정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측 영사 관계자는 “사전에 정리된 표기 원칙이 재단의 결정으로 뒤집히면서 상호 신뢰가 훼손됐으며, (중국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전남광주시가 이제라도 재단의 명칭 승인 경위와 시청 보고·협의 여부를 분명히 확인하고 외교 채널을 가동해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의 자율성만을 앞세우거나 서로 책임을 미루기보다 국가, 지역정부간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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