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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금융그룹이 정부와 손잡고 벤처·스타트업 투자 지원에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는다.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민간 금융자본을 창업 생태계 전반과 연결하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5대 금융지주 팁스타운서 협약…"생산적 금융 대전환의 시작점"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단과 한국벤처투자·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벤처투자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창업가와 벤처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라고 밝혔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글로벌 벤처 4대 강국 도약과 국가창업시대 개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금융권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의 자금 구조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5대 금융그룹은 올해 4000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8000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한다. 이 중 하나금융그룹이 매년 1000억원씩 총 4000억원을 출자해 전체의 절반을 부담한다. 우리금융도 별도로 1000억원 규모의 벤처모펀드를 조성한다.
둘째로 하나·KB·신한·우리금융은 모태펀드와 공동으로 1000억원 규모의 LP성장펀드를 조성하고, 하나·NH농협금융은 지역 벤처 생태계 확대를 위한 200억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에도 참여한다. 셋째로 5대 금융그룹이 200억원을 특별 출연하고 기술보증기금이 이를 재원으로 1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신설한다. 예비 창업자 대상 보증료를 전액 면제하고 보증 비율도 기존 85%에서 100% 수준으로 높여 초기 창업가의 자금 부담을 크게 낮춘다는 계획이다.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5대 금융그룹이 보유한 해외 법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태펀드 투자기업의 IR·후속 투자·IPO·해외 진출을 연계 지원하고, 금융지주 전문가를 활용한 금융 멘토링과 자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계열 VC 협력도 병행한다. 은행 앱을 통한 창업 홍보까지 연결하는 종합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KB금융 오픈이노베이션, 신한 퓨처스랩…각사 독자 프로그램도 활발
이번 공동 협약과 별개로 각 금융지주는 독자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이달 말까지 '2026 KB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여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혁신 기술·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과 KB금융 계열사가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사업 협력과 투자 연계 기회가 제공된다. 전북 전주에는 KB금융타운 입주기업 모집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핀테크·AI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지속하고 있으며, 신한벤처투자가 직접 투자 기능을 담당한다. 하나금융은 이번 협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출자를 맡으면서 벤처 생태계 지원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했다.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이번 협약 직전 두나무·포스코인터내셔널과 맺은 기와체인 기반 블록체인 협약에서도 "디지털자산과 전통 산업, 금융이 결합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하며 혁신 생태계와의 연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금융지주들이 이 시점에 스타트업 투자에 일제히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려 있다. 먼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다. 정부는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금융자본의 산업 투자 기능 강화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협약에 세액공제 확대 등 인센티브를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권에선 코스피 강세 국면에서 투자 생태계가 회복되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 IPO 시장이 살아나면서 금융지주 계열 VC들의 투자 회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AI·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혁신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 오픈이노베이션·공동 개발·서비스 연계라는 형태로 금융과 스타트업의 결합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지점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시장 조성과 국가창업시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금융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협약이 단순 선언이 아닌 실질적 자금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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