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국토대전환 현장랩’ 동행 취재]
애플아카데미· 90여개 AI 기업 등
포항서 창업, 수도권 성장 후 복귀
포스코·포스텍 등 지역네트워크 연계
亞 최대 어린이집·자사고 등 갖춰
메가특구법 ‘원스톱 규제개선’ 기대
교보문고 유치 등 문화시설도 가속
첨단 소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9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체인지업그라운드는 대학·기업·스타트업이 연결된 창업 플랫폼이다. 포스코
“저희는 이를 ‘연어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포항공대(포스텍) 출신 창업가들이 수도권에서 회사를 키운 뒤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22일 경북 포항 포스코 청송대에서 만난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그래핀스퀘어·에이엔폴리·뉴로메카 등 이른바 ‘연어 기업’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포항은 국내 5대 기업과 5대 대학을 각각 보유한 유일한 지방 도시다. 어린이집부터 이어지는 교육 인프라와 일자리, 인재 육성, 창업 생태계까지 갖췄다. 이날 국무조정실 산하 국토공간대전환 정책 실무추진단과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포항을 찾은 이유다. 이들은 올 하반기 국토대전환 정책의 본격 추진에 앞서 성공적인 지역 성장 모델을 점검하는 ‘국토대전환 현장랩’ 1호 일정으로 포항을 방문했다.
포스코가 1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직장 어린이집에서는 “새로 아이를 낳고 싶을 정도”라는 감탄이 나왔다. 1세부터 7세까지 연령별로 나뉜 넓은 보육 공간과 실외 놀이 공간까지 갖춘 덕분이다. 이곳 아이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자율형 사립고인 포항제철고와 세계적 수준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후 포스코에 취업하거나 포스코가 약 83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한 창업 인큐베이터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창업에 도전하기도 한다. 2022년 포스텍 내에 들어선 동남권 최대 규모(연면적 2만 8000㎡)의 체인지업그라운드에는 기업가치 평가액 합산 기준 1조 500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9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만난 홍대웅 포스텍홀딩스 투자본부장은 “기업가치 100억 원 이상 스타트업만 3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연어 기업’인 그래핀스퀘어 역시 이곳 출신이다. 그래핀스퀘어는 2021년 경기도에서 포항으로 거점을 옮기며 세계 최초의 그래핀 필름 대량 양산 공장을 준공했다. 연어 기업들은 본사 이전 과정에서 임직원과 가족들의 동반 이주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바이오 소재 기업 에이엔폴리의 노상철 대표는 올해 4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본사·공장 준공식에서 “기혼 직원들도 모두 함께 내려왔고 포항에서 자녀를 낳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포항의 연어 기업들은 ‘판교가 남방한계선’이라는 우스갯소리의 훌륭한 반례”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포항으로 돌아오는 것은 단순한 애향심 때문만은 아니다. 포스텍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방사광 가속기와 극저온 전자현미경, 세계 여섯 번째이자 동북아시아 유일의 애플디벨로퍼아카데미, 세계 최초의 애플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등 기술·제품 개발에 최적화된 R&D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창업 5년 이후 기업들의 도약을 지원할 ‘스케일업그라운드’도 체인지업그라운드 맞은편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밖에 포스코그룹 계열사와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 네트워크 등을 통한 투자 유치와 사업화 실증 기회도 풍부하다. 기업과 대학·지역이 사실상 하나의 생태계처럼 움직이며 성장 기반을 키우는 셈이다.
지역 성장의 핵심 축인 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포스코 청송대에서 만난 김윤식 포스코 투자엔지니어링 상무는 미래 제철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부지 인허가에만 6년이 걸린 점 등을 대표적인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권혜린 국토대전환 추진단장은 “메가특구법을 통해 각종 규제를 한 번에 개선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처럼 수소환원제철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일자리·교육도 중요하지만 문화 인프라까지 갖춰지면 더 이상 서울로 향할 이유가 없어진다. 포스텍이 1800억 원을 투입해 캠퍼스 내에 조성할 예정인 ‘교육동’에 교보문고 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다. 김 총장과 김종규 포스텍 부총장은 직접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을 만나 유치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형 서점은 생계형 적합 업종 규제로 신규 출점에 제한이 있지만 교보문고는 이달 18일부터 일주일간 포스텍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포스텍의 구상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국토대전환 추진단은 포항에 이어 전남 나주와 대전광역시 등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권 단장은 “과거에는 인구가 이동하면 정주 여건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지역 현장에서 성공 비결을 찾아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해보자는 것이 국토대전환 현장랩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혜린(앞줄 왼쪽부터) 국토공간대전환 정책 실무추진단장과 김종규 포스텍 부총장이 22일 경북 포항의 애플디벨로퍼아카데미에서 윤성관 리드멘토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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