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이미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이사회가 일제히 재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3명이 임기 만료를 맞았음에도 교체된 인원은 총 6명에 불과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례 없는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23일 뉴스톱이 공시 자료에 금융감독원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32명 중 23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지주별로 KB 7명 중 5명, 신한 9명 중 7명, 하나 9명 중 8명, 우리 7명 중 3명의 임기가 끝났다. 이 중 교체된 인원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당국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와 달리 대부분의 현직 사외이사는 연임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교체를 둘러싼 배경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연이은 쓴소리가 있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을 두고 '참호 구축'이라고 여러 차례 꼬집으며 정합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등 특정 직업 집단 중심으로 편중돼 있고 CEO와 임기가 같이 가는 구조"라며 CEO와 이사회 간 견제 기능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제도적 개선에도 나섰다. 당국은 지난 1월 기관·연구원·학계·법조계가 참여한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켜 3월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번 사외이사 개편에서 전면 쇄신보다 실무 보강에 무게를 뒀다. 신한금융지주는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과 임승연 국민대 경영대학장을 추천했다. 박종복 후보는 SC제일은행장을 10여 년간 역임하며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끈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임승연 후보는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다.
임기가 만료되는 윤재원 이사와 사임 의사를 밝힌 이용국 이사는 이달 정기주총을 끝으로 퇴임한다. 현직 사외이사 5명(곽수근·김조설·배훈·송성주·최영권)은 1년 연임 후보로 재추천됐다.
이번 인사는 타행 CEO 출신을 이사회에 앉혀 은행업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의사결정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교수 중심의 직군 쏠림을 줄이겠다는 원칙도 공표했다. 임승연 후보자를 포함해 김조설·송성주·전묘상 이사의 재선임이 확정될 경우 여성 사외이사는 총 4명으로 유지돼 업계 최고 수준의 성별 다양성을 이어가게 된다
하나금융도 대규모 교체를 피했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박동문·원숙연·이준서·이재민·주영섭·이재술·윤심 등 사외이사 7명을 재추천하고, 이강원 사외이사가 물러난 자리에 최현자 현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신임 후보로 추천했다. Mt 최현자 신임 후보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소비자 보호 분야 전문성을 이사회에 보강하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상대적으로 교체 비율이 높았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은주·박선영 사외이사 후임으로 정용건 케이카캐피탈 상무 겸 준법감시인과 류정혜 국가 인공지능 전략위원회 위원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윤인섭 사외이사는 재추천됐다. 자본시장 전문성과 AI 분야 역량을 동시에 보강하는 방향의 인선이라는 평가다.
KB금융은 신규 사외이사로 조세·법률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사회에 새로 합류할 서정호 더위즈 대표 변호사는 행정고시 재경직 출신으로 국세청 근무 후 사법시험에도 합격,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20년 이상 변호사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한화손해보험·현대캐피탈 사외이사 등 금융 분야 경험도 갖췄다.
4대 금융지주사의 이번 개편의 특징은 교수 중심에서 현장 실무 전문가 중심으로의 방향 전환이다. 은행업·법조·회계·AI 분야 전문가들이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다양성은 일정 부분 강화됐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연임을 통해 평균 4~5년의 임기를 채우는 관행은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혁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꾸려 지주 회장 연임 시 주총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의무화하는 '특별결의 도입'을 검토 중이며 우리금융은 대표이사 3연임 시 특별결의를 적용하는 안을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도입 여부 등 구조적 개혁 과제는 3월 말 금감원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 이후 본격적인 제도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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