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20년 전 시세의 23% 수준 보증금으로 입주한 장기전세 주민들이 계약 만료 후 주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계약 원칙에 따라 만기 후 퇴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을 크게 웃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3만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치였던 2022년 1월(6억3424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세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3년 2월 5만11건에서 2026년 2월 1만9242건으로 3년 새 60% 이상 줄었다.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계약부터 하는 ‘노 룩 계약’이 나올 정도로 물량이 실종된 상황이다.
이런 전세 시장 한복판에서 강일동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2007년 도입한 공공임대 제도로,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무주택 서민 주거 지원 정책이다. 서울시가 2007년 이후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은 3만8296가구에 달한다.
입주민 측은 “보증금 시세의 23% 수준으로 20년 안정 거주를 약속한 서울시를 믿고 강일동에 터를 잡았는데, 2027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면 시세 10억원 집에서 보증금 3억원만 돌려받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 사항은 두 가지다.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입주민에게 시세의 80% 수준으로 재계약 기회를 달라는 것과, 20년 거주자에게 감정가 기준 분양전환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20년 사이 급등한 서울 전셋값 탓에 보증금을 돌려받아도 같은 생활권에서 비슷한 면적의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호소다.
서울시는 원칙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기존 입주민의 계약 연장 요구에 대해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장기전세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 시민들의 기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73.9%가 20년 만기 후 퇴거 원칙에 동의했다. 기존 입주민에게 재계약이나 분양전환 우선권을 줄 경우 장기전세 입주를 기다리는 새로운 무주택 가구의 기회가 줄어드는 데다 공공 보유 주택을 특정인에게 넘기는 결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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