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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면)밀양 마지막 분만실 닫았는데…정부는 '유지'보다 '연계'

밀양 유일 분만기관인 제일병원이 지난 1일 자로 폐원했다. 분만 수요 감소와 의료진 부족, 24시간 분만체계 유지에 따른 부담이 겹치면서다. 이제 밀양 임산부들은 창원·양산·부산·대구 등 다른 지역 분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3면)밀양 마지막 분만실 닫았는데…정부는 '유지'보다 '연계'

15년째 같은 분만취약지 운영비

수가 올려도 지역 격차 못 줄여

거점 강화 속 일상 분만 공백

“민간 헌신 아닌 공공 책임 필요”

지난 1일 폐원한 밀양 제일병원. /최은주 기자

밀양 유일 분만기관인 제일병원이 지난 1일 자로 폐원했다. 분만 수요 감소와 의료진 부족, 24시간 분만체계 유지에 따른 부담이 겹치면서다. 이제 밀양 임산부들은 창원·양산·부산·대구 등 다른 지역 분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지역 분만기관이 잇따라 사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역 여건에 맞는 지원과 공공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일병원은 분만이 많은 달에는 100건을 넘겼다. 한 해 1000명이 넘는 아이를 받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 해 분만 건수는 100명 남짓이다. 2024년과 2025년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각각 107건과 108건이었다.

분만기관 감소는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만 진료 시행 의료기관은 2015년 620곳에서 지난해 436곳으로 약 30% 줄었다.

15년째 같은 운영 지원비

제일병원과 밀양시가 지적한 문제 중 하나는 보건복지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지원 규모다. 분만의료기관 접근성과 의료이용률이 취약한 지역을 지정해 분만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1년 시작됐다. 분만 산부인과에는 첫해 시설·장비비 10억 원과 6개월분 운영비 2억 5000만 원, 이듬해부터 연 5억 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물가와 의료인력 인건비가 오르는 동안에도 연간 운영비 지원 규모는 15년째 같은 수준이다.

복지부는 연 5억 원의 지원 규모가 장기간 유지된 데 대해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쳐 사업 필요성과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영비 지원금액만으로 정부의 지원 수준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지원금 외에도 의료기관에는 진료에 따른 수가 수입이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분만수가가 지속적으로 인상된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분만 건수가 지나치게 적은 의료기관을 예산 지원만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분만 건수가 너무 적으면 의료진과 병원이 안정적인 분만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며 “연간 분만이 100~2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관을 예산으로 계속 유지하는 방향이 적정한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분만기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운영비 증액과 수가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업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증액 계획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7년 정부 예산안에서도 운영비는 증액되지 않았다.

정부는 병원 ‘유지’보다 ‘연계’ 강화

정부가 제시한 향후 분만의료 정책은 모든 지역의 분만병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7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분만의료 분야에서는 중증모자의료센터를 현재 2곳에서 6곳으로 확대하고 비수도권 모자의료센터 운영비와 의료인력 지원을 강화한다.

분만취약지에는 산모등록제를 도입해 고위험 산모 담당 병원과 모자의료센터를 사전에 정하고 산전 진찰부터 분만·응급상황·산후진료까지 연계한다. 외래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순회진료를 하고, 산모가 다른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시군구에 분만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데 당위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외래·순회진료, 고위험 산모 관리, 타 지역 의료기관 이용 지원 등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 체계로는 지역 분만 공백 메우기 어려워”

그러나 정부가 강조하는 수가 인상과 거점병원 연계만으로 지역 분만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만 건수가 적고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국에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해서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본다.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은 수가가 인상돼도 전체 수입 증가에 한계가 있다. 분만실은 실제 분만이 없는 날에도 응급상황에 대비해 의료진과 시설·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김새롬 인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를 시장 규모의 차이에 빗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에서 같은 디저트를 팔아도 1000개가 팔리고 부산에서 500개, 밀양에서 150개가 팔린다면 같은 파티시에가 일하더라도 서울이 더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분만수가를 전반적으로 올리면 서울과 수도권의 산과 의사 연봉도 함께 오르게 돼 지역에서는 의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지역에 추가 보상하는 ‘지역정책수가’ 역시 지역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똑같이 지역정책수가를 적용받더라도 밀양시와 경기 하남시가 있다면 시장 의료체계에서는 하남에서 하는 게 더 유리하다”며 “중앙정부 정책은 밀양 같은 지역이나 지역 간 불평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분만기능을 거점병원으로 모으는 것이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백근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와 일반적인 분만을 구분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는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과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권역 차원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상적인 분만은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헌신에 맡겨진 구조…공공이 책임져야

전문가들은 지역 분만의료에 대한 공공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현재 의료를 공급해야 할 책임이 시에도, 도에도 걸려 있지 않다”며 “결국 지역 분만의료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의 책임감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함께 기획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역 정치인이나 공무원, 연구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부산에서 침례병원 공공화를 추진하는 것처럼, 병원이 문을 닫기 전에 추가 지원을 하거나 도·시가 인수해 운영하는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할 수는 없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교통비·숙박비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밀양에서 양산까지 산전 진찰을 다녀야 하는 산모들의 시간과 어려움까지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의사의 임금이 아니라 국민의 의료서비스”라고 말했다.

특히 밀양처럼 인구 감소로 분만 건수가 줄어드는 지역은 병원이 문을 닫은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폐업 위험을 미리 파악해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단장은 “의료기관이 경영 문제로 폐업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지역 상황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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