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산업 현장 전반에서 노사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공공·사회서비스 분야까지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 경제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3고 위기에 더해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이 복합 리스크에 직면했다. 제도 취지와 현장 간 괴리를 줄이고, 교섭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하청 간 교섭 갈등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교섭 주체와 범위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하청노조 900여 곳이 300여 개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수만 14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실제 교섭이 진행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당수 원청 기업이 요구안의 구체성 부족이나 법적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공고를 미루거나 대응을 유보하면서, 협상 테이블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하청과의 교섭을 수용할 경우, 유사 요구가 다른 협력사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선례를 만들지 않으려는 ‘신중 대응’ 기조가 강한 상황이다. 반면 하청 노조는 교섭 지연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양측의 대치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제조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완성차, 조선, 철강, 건설 등 핵심 산업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파업을 예고하거나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수출로 버텨온 ‘주력 산업’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내부 갈등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약 15%에 해당하는 최대 40조 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충돌하고 있다. 이는 기존 배당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재원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주주 환원 정책의 신뢰 훼손, 사업부 간 형평성 갈등(반도체 중심 보상 쏠림) 문제도 불거지면서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 문제를 넘어 기업 경영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생산 차질 리스크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 및 사회서비스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교 비정규직과 돌봄 노동자 등은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이미 파업에 나섰거나 추가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일부 노조는 정부를 ‘실질적 사용자’로 보고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축이 민간을 넘어 정부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존 노사관계 틀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섭 대상과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지면서 분쟁 가능성이 커졌고, 노조 역시 다양한 의제를 근거로 쟁의행위에 나설 여지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파업이 상시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결국 3고 위기에 더해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이 복합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제도 취지와 현장 간 괴리를 줄이고, 교섭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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