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그니칩은 칩 설계 전용 데이터로 학습한 자체 모델과 파트너 라이선스 데이터를 함께 썼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설계 전반을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설계 기간과 비용이 수년 단위로 소요되는 기존 구조를 AI로 단축하려는 움직임이다.
1일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용 AI 모델을 개발하는 코그니칩(Cognichip)은 최근 6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는 셀리그먼 벤처스가 주도했으며,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벤처펀드를 통해 참여하고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이로써 코그니칩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9300만달러로 늘어났다.
코그니칩이 겨냥하는 핵심 문제는 반도체 설계의 시간과 비용이다. 첨단 칩은 개념 설계부터 양산까지 통상 3~5년이 걸리고, 물리적 레이아웃 이전 설계 단계만도 최대 2년이 소요된다. 설계 복잡성 역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은 약 104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하고 있어 설계와 최적화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
코그니칩은 이러한 병목을 AI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파라즈 알라에이는 "이제 AI 시스템은 원하는 결과를 제시하면 고품질 코드를 생성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라며 "반도체 설계에서도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사 기술을 활용할 경우 칩 개발 비용을 75% 이상 줄이고, 개발 기간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적 차별점은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이 아닌 전용 설계 모델에 있다. 반도체 설계 데이터는 지식재산(IP) 보호로 외부 공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코그니칩은 합성 데이터와 라이선스 데이터, 자체 보안 학습 프로토콜을 결합해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노출하지 않고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영역에서는 오픈소스 생태계도 활용했다. 회사는 산호세 주립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커톤에서 오픈소스 칩 아키텍처인 RISC-V 기반 CPU 설계 모델을 시연하며 기술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다. 코그니칩은 자사 시스템으로 설계된 새로운 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협업 중인 고객사 역시 밝히지 않았다. 투자 유치가 기술 검증 이후가 아닌 개발 진행 단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코그니칩은 기존 전자설계자동화(EDA) 시장의 강자인 시놉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뿐 아니라, AI 기반 신생 기업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알파 디자인 AI(Alpha Design AI)와 칩에이전트 AI(ChipAgentsAI) 등도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흐름을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의 일부로 보고 있다. 셀리그먼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 우메시 파드발은 "현재 AI 인프라로 유입되는 자본은 40년 투자 경력에서 본 것 중 가장 큰 규모"라며 "반도체와 하드웨어 분야의 슈퍼사이클이 코그니칩과 같은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반도체 설계 영역까지 확장되는 가운데, 코그니칩의 시도가 실제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기술 실증과 상용화, 그리고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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