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업 수혜자 HPE 이어 델 테크놀로지스, 슈퍼마이크로 서버 대두
이병묵 NIPA AI인프라확충팀장이 3월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열린 '2026년 AI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 공모 설명회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안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박재현 기자] 정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사업에서 실질적인 수혜자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가 아닌 서버 벤더와 총판사들이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2조원대 사업에 참여하면서 CSP들은 구축·운영을 떠안으면서도 매출을 잡지 못하는 구조인 반면 총판사들은 여신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공모 접수를 마감한 2조800억원 규모 ‘AI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GPU 서버와 부대장비를 구매하되 소유권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귀속되는 구조다. CSP는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지만 장비 소유권이 없는 만큼 사업 참여로 인한 매출을 자사 실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공개한 공모안내서에는 “제안사는 사업비를 자사의 매출로 처리할 수 없으며 장비 공급업체 등에게 사업비를 집행하고 지출 증빙을 통해 정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사 운용 비율 딜레마…손익분기점은 30%=
CSP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자사 운용 비율이다. 전체 GPU 자원 중 일부를 자사 용도로 활용해 외부에 판매하거나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자사 운용 비율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자사 활용 비중이 최소 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자사 활용 비중이 높을수록 정부 공급 물량이 줄어 심사에서 불리해지는 구조여서 사업자 입장에선 딜레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구축 비용 부담에 더해 확보한 GPU 자원을 직접 판매까지 해야 하는 구조여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나 삼성SDS처럼 자사 서비스에 GPU 수요가 충분한 기업은 별도 외부 판매 없이도 자사 활용분을 소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이번 공모 마감을 앞두고 GPU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수익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한 기업들이 있었다. 대형 CSP뿐 아니라 중견 규모 기업들 사이에서도 참여를 접은 곳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사업인 만큼 주요 CSP들로서는 외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도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 사업을 통해 대규모 GPU 인프라 구축·운영 실적을 쌓으면 외산이 강세인 민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계산이다.
◆총판사만 배부른 구조…올해도 되풀이되나=
반면 서버 총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형 수주사가 나올수록 해당 서버 총판사들이 물량을 나눠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통상 고가 장비를 대량 구매할 때 총판사들은 대금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여신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GPU 사업의 경우 정부가 구매 대금을 선지급하는 구조여서 이 같은 자금 부담이 없다. 한 총판사 관계자는 “대규모 GPU 사업의 경우 별도 여신 처리 계약 방안이 마련돼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CSP는 매출도 잡지 못하는 구조에서 총판사들은 자금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보면 CSP보다 서버 벤더와 총판사들에게 유리한 사업”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자들은 최신 GPU를 확보하길 원하지만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루빈’의 경우 가격 부담이 상당한 데다 연내 양산 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신 GPU는 수냉 기반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장비 무게가 크게 늘면서 데이터센터 상면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자체 데이터센터 상면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는 외부 임차가 불가피한데 최근 데이터센터 임차비용도 크게 오른 상황이다. 공모안내서는 “사업추진 시 소요되는 운영비는 사업수행기관이 부담해야 하며 별도 정부지원금은 없다”고 적혀 있어 이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CSP 몫이다.
올해는 지난해 최대 수주사였던 NHN클라우드가 불참하면서 서버 벤더 구도도 달라졌다. 지난해 NHN클라우드가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면서 HPE 총판사들이 주요 수혜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올해 NHN클라우드가 불참하면서 HPE 존재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
이번 공모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엘리스그룹, 쿠팡, KT클라우드가 제안서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가 델 테크놀로지스 서버를 제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쿠팡은 슈퍼마이크로 서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선정 결과에 따라 두 회사 총판사들 수혜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GPU 지원사업은 작년보다 접수 기업 수가 더 늘었고 다양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흥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성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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