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세는 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라는 기초체력 훼손보다 대외 변수 악화에 따른 할인율 충격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약 10% 상향 조정되는 구간에서도 지수가 하락한 것은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 금리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압축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이 풍부한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이어갔으나, 이는 실적 악화에 따른 이탈이 아닌 자산 배분 차원의 조정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밴드 하단 4700선 제시...실적 방어력이 향후 반등 속도 결정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의 리포트에 의하면, 2분기 국내 증시의 향방은 유가 충격이 실제 기업 실적으로 전이되는 시점과 강도에 달려 있다. 2분기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는 4700에서 5900포인트 사이로 산출됐다. 이는 기업 실적 시나리오와 멀티플 조합을 바탕으로 도출된 수치다.
이익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전쟁 확산 없이 반도체와 자동차가 지수 이익을 방어하는 '베스트(Best) 시나리오'에서의 EPS는 685p다. 전쟁 장기화로 원유 민감 업종의 이익이 압박받는 '베이스(Base) 시나리오'는 653p, 전쟁 격화로 대형주 이익 방어선까지 무너지는 '워스트(Worst)' 시나리오는 599p로 추정된다.
과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와 비교했을 때,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훼손은 업종별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화학 업종은 원가 부담이 즉각 반영되어 1.1개월 만에 실적 하향이 발생한 반면, 철강(7.1개월), 기계(8.0개월), 운송(9.9개월) 등 후행 경기민감주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둔화가 누적된 이후 이익이 꺾였다. 다만 현재 미 연준의 정책금리가 3.50~3.75% 수준으로 중립 금리에 근접해 있어 2022년과 같은 급격한 긴축 발작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반도체 코어 유지와 4대 축 전략...구조적 수혜주 비중 확대 필요
전략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코어 유지'를 기반으로 한 네 가지 포트폴리오 구성이 제안된다.
첫 번째 축인 반도체는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효율화 기술 등장에 따른 초과이익 지속성 의구심으로 조정을 받았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EPS는 여전히 견조하거나 상향 조정 중이다. 실질적인 실적 악화 신호가 없는 한 반도체는 포트폴리오의 중심축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두 번째 축은 반등 탄력이 높은 업종이다. 사분면 분석 결과, IT하드웨어, 기계, IT가전 등은 상승 시 탄력이 우수하고 하락 시 방어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유틸리티는 변동성이 크지만 전황 안정 시 V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세 번째 축은 정부의 자본시장 구조 개편에 따른 배당 및 주주환원 수혜주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정책적 동력은 대형주 하단을 지지하는 핵심 요소다.
마지막 네 번째 축은 지정학적 리스크 상시화에 따른 구조적 수혜주다. 국방비 확대 수혜를 입는 방산과 에너지 안보 강화 과정에서 성장이 가속화될 전력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EV)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시장은 펀더멘털의 붕괴가 아닌 거시 경제 환경 악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 구간을 지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이익 상향에도 불구하고 하락한 점은 향후 대외 리스크 해소 시 강력한 복원력이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30조2000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른 수급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유가와 환율의 임계치 돌파 여부에 따라 실적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업종별 실적 전이 시차를 고려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