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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6조 추경 중 지역구 예산은 '0건'… 전쟁 추경에 여야 '파격 결단'

최근 여야가 합의 처리한 26조2,000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른바 '지역구 예산'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된 약 50건의 민원성 예산이 최종 의결에 앞서 모두 걸러진 것이다.

26조 추경 중 지역구 예산은 '0건'… 전쟁 추경에 여야 '파격 결단'

증액 60건 중 지역구 사업 없어

'민원성' 예산 1300억 반영 안 돼

전세버스 등 사각지대 지원 집중

與 간사 "지역 예산 어렵다" 선포

이번에도 밀실로··· '깜깜이' 비판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26.2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통과된 뒤 정부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여야가 합의 처리한 26조2,000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른바 '지역구 예산'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된 약 50건의 민원성 예산이 최종 의결에 앞서 모두 걸러진 것이다. 이번 추경이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추경'인 만큼 여야 모두 선심성 예산 최소화에 합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정부 원안에서 7,942억 원이 삭감되고 7,908억 원이 증액됐다. 한국일보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된 사업 60여 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역구 관련 예산은 한 건도 없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통상 본예산에 비해 전체 예산 규모가 크지 않은 추경이더라도 지역 민원성 예산이 조금씩 반영된다"면서도 "이번에는 다 제외했다"고 귀띔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3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 때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광주 동광주~광산고속도로 확장공사 등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정부가 추경안을 짜는 단계부터 여야가 사업 반영을 요청한 도로·철도 예산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추경안 통과 이후 전북(4,787억 원) 전남(2,042억 원) 광주(994억 원) 등이 보도자료를 내고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1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이번 추경에서 지역구 예산 요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결위 본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요청한 지역구 사업은 총 48건, 1,368억 원에 달한다. 가령 예결위 소속 우재준(대구 북구갑)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침산공원 타일아트 계단 조성을 위한 예산 2억 원을 요청했다. 경남 통영 욕지도 해수담수화시설 설치비(14억 원) 예산엔 같은 당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 이름표가 달렸다. 전남 광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안도걸·정진욱 의원과 조국혁신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서왕진 의원은 △광주 시민체감형 인공지능(AI) 바우처 사업(20억 원) △광주 공공배달앱 지원(5억2,000만 원)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예결위원 요청사업' 꼬리표를 단 사업들조차 최종안엔 반영되지 못했다. 대신 전세버스 사업자 유가연동보조금(459억 원), 농기계용 경유·휘발유 구입비 지원(529억 원) 등 당초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던 '사각지대' 계층을 위한 정책적 증액이 주로 이뤄졌다.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아무래도 전쟁 추경이다 보니 정말 필요한 지역구 사업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쟁 추경인 만큼 지역구 예산은 반영해줄 수 없다' 취지로 같은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추경 또한 절차적 문제는 여전했다. 여야는 이번에도 예결위 공식 회의보다는 '소소위원회'라 불리는 비공식 회의체에서 26조 원이 넘는 추경안을 조율했다. 예결위원장, 예결위 여야 간사 3명이 주도하는 소소위에서는 예산 항목별로 수십~수백억 원을 더하거나 빼는 일이 벌어지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기구라 속기록도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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