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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인권을 말하며 통제를 설계하다

하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나이, 학력, 기술 수준, 지리적 거리, 한국어 구사 능력, 사회 정착 성과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유치 대상 그룹'을 선정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과...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인권을 말하며 통제를 설계하다

3월 3일, 법무부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이하 미래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해외 고급 인재 유치, 민생 경제 활성화, 안전한 국경 관리,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 통합, 외국인 인권 보호라는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서, 저출생·고령화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이민 정책의 청사진이라고 스스로 자리매김했다. 겉으로는 '이민자의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전 보수 정권과 다르지 않다. 미래 전략이 실제로 지향하는 것은 이민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법무부가 주도하는 도구주의적 이민 정책의 연장과 강화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실체를 짚어 본다.

법무부의 이민 정책 독점 선언

'미래전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법무부가 이민 정책 독점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이민 정책의 최상위 계획은 5년마다 범정부 차원에서 수립되는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이다.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3-27)이 시행 중이다. 그런데 미래전략은 이 기본계획과 어떤 관계인지 아무런 설명 없이 발표되었다. 이민 정책은 노동, 복지, 교육, 지역 발전 등을 아우르는 범정부적 과제임에도, 법무부가 전담 조직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기획과 집행 역량을 법무부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무부가 앞으로도 이민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와 통제를 본업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이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한, 정책의 중심축은 이민자의 권리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이민 정책은 이민자를 경제적 필요에 따라 동원하되 권리와 복지 접근은 제한하는 도구주의를 기조로 삼아 왔다. 이는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온 고질적 문제로 법무부가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 전형이 고용허가제(E-9)다. 이 제도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17개국 출신 이주 노동자를 최장 4년 10개월의 단기 순환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영주권 신청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핵심 기제로 삼는다. 노동 시장 편입은 허용하되 시민권 접근과 노동권 보호는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구조, 이것이 한국 이민 정책의 실체다. 미래전략은 이를 개혁하는 대신, 법무부가 직접 이주 노동자의 임금 요건을 설정하고 민간 브로커를 활용한 대규모 인력 유치를 추진하는 등 도구주의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포장한 인종 범죄분석

미래전략의 두 번째 문제는 인종적 분류와 낙인을 제도화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전략은 두 가지 구상을 제시한다. 하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나이, 학력, 기술 수준, 지리적 거리, 한국어 구사 능력, 사회 정착 성과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유치 대상 그룹'을 선정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입국 외국인의 '위험도'를 분류하여 고위험군을 차단하고 정밀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기준들은 인종과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현행 이민 정책은 이미 학력·직업이라는 외형상 중립적인 잣대를 통해 사실상 출신 국가와 인종에 따른 차별적 처우를 구현해 왔다. 전문 인력 비자는 주로 서구 출신으로 영주권 접근과 가족 동반을 허용하는 반면, 비전문취업 비자(E-9)는 개발도상국 유색 인종 노동자로 시민권 접근을 차단한다. '인종과 무관한 기준'이 실제로는 인종에 따른 결과를 낳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맥락에서 국내 사회 정착 성과를 유치 기준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기존에 인종화된 정착 격차를 재생산하는 기준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입국 외국인 위험도' 분류다. 이 구상의 전제는 범죄 통계를 출신 국가·민족별로 산출하는 것이며, 이는 특정 인종 집단 전체에 범죄 위험이라는 낙인을 공식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강조하지만, 알고리즘이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오히려 자동화하고 강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국제적으로 폭넓게 입증되어 있다. 기술의 외양을 빌렸을 뿐, 법무부의 구상은 인종화된 이민 통제를 기술적으로 고도화하려는 시도다.

3월 3일, 법무부가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입국외국인 위험도'를 신속하게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림 출처 = 법무부 붙임자료)

동화 강제와 일상적 감시

세 번째로, 미래전략은 이민자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동화 강제를 제도화하는 방향을 명시하고 있다. 미래전략은 이주민 '커뮤니티'를 활용한 정보 수집과 동향 파악, 순찰차 운영 강화를 통해 이민자 관련 범죄를 예방·억제하겠다고 밝힌다. 또한 법질서 준수와 한국어 습득을 이민자의 기본 의무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사회통합 성과를 비자 발급과 체류 허가, 귀화 등 이민 행정의 혜택과 연동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한다.

개별 이민자를 넘어 이주민 공동체 전체를 상시 감시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이민자 집단 전체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시각이다. 이는 이주민 공동체 전체의 범죄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인권 문제임에도, 미래전략은 이에 대한 어떤 성찰도 담지 않았다. 나아가 법무부는 이민자와 내국인 사이의 갈등 원인을 이민자 측의 적응 부족과 자발적 노력의 결여에서 찾으면서, 사회통합 프로그램 이수 의무화와 한국어 교육 강화를 시민권 취득과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동화를 사실상 강제한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의 장애물은 이민자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제도적 구조와 국가의 의지 부족이다. 미래전략은 이 제도적 책임을 이민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구조 개혁의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우지만, 정작 미래전략이 보여 주는 것은 이민자를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 동원하면서 그 권리와 안전에 대한 책임은 뒤로 미루는 오래된 관행의 반복이다. 법무부 중심의 이민 행정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이민자를 인력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한국 이민 사회의 미래는 포용이 아니라 통제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잘못된 진단 위에 세운 정책은 문제를 재생산할 뿐이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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