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사진=한국외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면서 대학 교육과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 강기훈)가 72년간 쌓아온 언어·지역학 교육 역량에 AI·데이터를 활용하며 새로운 대학 혁신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언어로 세계를 연결해 온 한국외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소통 역량, 데이터 분석 역량, 국제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외대는 강기훈 총장 취임 이후 ‘글로벌 지식 혁신 허브 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AI 기반 교육 혁신, 산학협력 확대, 글로벌 연구 플랫폼 구축, 서울·글로벌·송도 3캠퍼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강 총장은 한국외대 최초 이공계 출신 총장이다. 통계학자 출신인 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글로벌 융합 교육을 대학 혁신의 키워드로 강조하고 있다.
■ 네이버클라우드·LG CNS 협력 AI캠퍼스 구축
= 강기훈 총장 취임 후 가장 큰 변화라면 산업계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외대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기반 스마트캠퍼스 구축 등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언어·인문학 등 한국외대의 기존 강점에 AI 인프라와 산업 현장 경험을 활용해 교육·연구·행정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는 AI 인프라 구축, 스마트캠퍼스 조성, 공동연구, 인재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외대가 보유한 다국어·지역학 기반 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AI 환경과 연결해 교육·연구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한국외대는 과거에도 네이버와 다국어 데이터 사전 서비스 구축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외대는 이 같은 협력 기반이 AI 교육 확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LG CNS와도 계약학과 추진을 비롯해 산학 인적교류, 글로벌 AI 인재 양성, AX·DX 분야 공동연구 확대 등을 추진한다. 기업의 실무 경험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해 기술 역량과 글로벌 소통 능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한국외대는 이를 기반으로 전교생 AI 리터러시 교육 확대, AI 융합 교육 고도화, AI 기반 행정 서비스 도입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시간 다국어 챗봇 등 데이터 기반 스마트 행정도 구축한다. 대학 전체의 교육·행정 시스템을 AI 친화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다.
■ “AI가 외국어 대체할까?”… 한국외대는 ‘기회’로 본다
= 교육계 일각에서는 AI 기술 확산을 외국어·인문학 교육의 위기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번역 기술과 생성형 AI가 고도화되면서 언어 교육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강기훈 총장은 “AI 시대에 언어와 지역학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며 “AI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는 있지만,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정치·경제적 맥락을 이해하고 세계를 연결하는 역량은 인간의 언어 능력과 통찰에서 나온다”고 반박한다.
강 총장은 이어 “현재 우리 대학은 45개 이상의 언어와 세계 각 지역 연구를 기반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쌓아왔다. 세계 각국의 언어, 문화, 정치, 경제, 사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기반은 한국외대의 대표 경쟁력”이라며 “AI·데이터 교육을 한국외대 강점에 더해 글로벌 트렌드를 읽고 국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는 AI융합대학을 구축하고 언어 기반 AI 교육과 사회과학·금융·데이터 분석을 융합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어처리와 음성처리 등 언어 기반 AI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치·경제·사회·미디어·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각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AI 기본교육·반도체 부트캠프로 융합형 인재 양성
= 교육부 사업 선정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외대는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2026년 대학 AI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한국외대는 2년간 총 6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AI 기본 교육과정 개발, 교수자 역량 강화, 대학 내 AI 교육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한다.
한국외대가 추진하는 AI 교육모델은 언어·인문학을 기반으로 두고 다국어, 글로벌 데이터 이해, AI 기반 국제문제 해결 역량 등을 융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Breadth × Depth AI 교육모델’이라고 정하고 AI 기초·융합 교과목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교육혁신사업단을 중심으로 대학 전체의 AI 교육 시스템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첨단산업 분야와 연계한 융합형 교육도 강화한다. 한국외대는 2024년 교육부 ‘첨단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사업 반도체 분야 운영대학으로 선정돼 시스템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반도체전자공학부를 중심으로 바이오메디컬공학부, 정보통신공학과, AI 관련 학과 등이 참여해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융합형 반도체 인재를 양성한다.
한국외대 반도체 교육의 특징은 AI, 영상, 통신, 바이오 분야와 시스템반도체를 연결한 융합형 교육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전공자는 응용시스템 지식을, 비전공자는 반도체 기반 지식을 교육함으로써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융합형 설계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 언어·지역학 연구, 글로벌 전략 플랫폼으로 확대
= 글로벌 전략 연구 역량도 강화한다. 현재 한국외대에는 중국,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세계 각 지역을 연구하는 다수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언어·지역학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AI·데이터 기반 글로벌 트렌드 분석 역량을 활용해 외교, 안보, 통상, 문화 전략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이슈와 국가 전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연구 플랫폼도 구축한다. ‘글로벌외교안보통상전략연구원’과 ‘글로벌문화콘텐츠·트렌드연구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글로벌외교안보통상전략연구원은 외교·안보·통상 분야 국가 전략 연구와 국제 정세 분석의 중심 역할을, 글로벌문화콘텐츠·트렌드연구원은 K-컬처 국제화와 글로벌 문화콘텐츠 전략 연구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외대는 서울·글로벌·송도를 연계하는 ‘트리플 캠퍼스’ 전략을 추진한다. (사진=한국외대)
■ ‘서울·글로벌·송도’ 3캠퍼스 전략 추진
= 미래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한 캠퍼스 전략도 추진된다. 한국외대는 서울·글로벌·송도를 연계하는 ‘트리플 캠퍼스’ 전략으로, 각 캠퍼스의 특성과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캠퍼스 3곳을 교육·연구·산업·국제화 등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캠퍼스는 글로벌 인문·사회 분야 중심의 교육 경쟁력을 바탕으로 융합 커리큘럼과 글로벌 비교과를 강화하며 한국외대 정체성을 고도화한다. 글로벌캠퍼스는 AI와 데이터 기반 융합 인프라, 첨단학과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학, 첨단산업 분야를 혁신하는 성장 엔진 역할을 맡는다.
내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송도캠퍼스는 3캠퍼스 전략의 글로벌 확장 거점으로 조성된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 집적된 글로벌 바이오산업 클러스터이자 국제 비즈니스 중심 도시다. 한국외대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글로벌바이오&비즈니스 융합학부’와 ‘외국인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바이오&비즈니스 융합학부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 비즈니스 역량과 다국어 소통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시장과 국제 협력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강기훈 총장은 “송도캠퍼스는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 연구자를 위한 글로벌 게이트웨이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며 “한국어 교육, 국내 적응 프로그램, 글로벌 특성화 대학원 운영 등을 통해 세계 각국 학생과 연구자가 모이는 국제화 캠퍼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이어 “서울캠퍼스의 글로벌 인문·사회 역량, 글로벌캠퍼스의 AI·첨단산업 교육 인프라, 송도캠퍼스의 바이오·국제화 거점 등을 하나의 체계로 연계해 한국외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겠다. 세계 지식을 연결하고 혁신을 창출하는 ‘글로벌 지식 혁신 허브 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