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서울 봉은사에서 '2026 서울 선명상축제' 일환으로 덕운 스님과 함께하는 ‘반려견 걷기 선명상’이 진행됐다.
홍매화와 벚꽃이 만개한 서울 봉은사 선명상길에 조금 특별한 발길이 이어졌다. 13살 ‘크리미’와 까만 털이 멋진 ‘염소’, 회색 조끼를 차려입은 ‘아토’ 등 반려견들과 선명상을 체험하기 위해 봉은사를 찾은 이들이다.
'2026 서울 선명상축제' 이틀째인 4월 5일, 덕운 스님(서울 충정사 주지)과 함께하는 ‘반려견 걷기 선명상’에는 총 45팀이 참여해 도심 속 사찰에서 색다른 명상의 시간을 나눴다.
산책에 앞서 '반려견 걷기 선명상'을 소개하는 덕운 스님.
덕운 스님은 출발에 앞서 “오늘은 우리가 이끄는 산책이 아니라, 반려동물들이 이끄는 걸음을 따라가는 시간”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명상가는 바로 여러분 곁의 반려견들이다. 이들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목줄의 긴장을 조금 늦추고,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선명상길을 걸었다. 빠르게 지나치던 길 위의 풍경도, 반려견의 작은 몸짓도 이날만큼은 또렷하게 다가왔다. 이따금 멈춰 서서 주변을 살피는 개, 낯선 친구에게 다가가려다 머뭇거리는 개, 주인을 올려다보며 걸음을 맞추는 개들의 모습을 천천히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봉은사 선명상길을 산책하는 반려견들과 참가자들.
걷는 중간 덕운 스님은 다시 한 번 마음을 환기시켰다. “흔히 주인인 내가 반려동물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나 자신조차 온전히 알지 못한다”며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규정짓기보다, 반려동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 있을 이별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동행이 가장 소중하다”며 펫로스에 대한 두려움 또한 ‘현재를 사는 마음’으로 전환할 것을 당부했다.
유기견 ‘오투리’와 함께한 참가자는 “다리가 불편한데도 끝까지 잘 걸어줘서 고맙고 뿌듯하다”며 “‘강아지는 현재를 산다’는 스님의 말씀이 깊이 와닿았다. 나 역시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시 보호 중인 반려견과 함께한 참가자는 “사회화가 쉽지 않은 친구라 오늘 참여 자체가 도전이었다”며 “큰 문제 없이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고,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산책을 마친 후 반려견을 안고 선명상을 하는 참가자들.
반려견 ‘조아’를 키우는 참가자는 “산책이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꼈다”며 “강아지 덕분에 오히려 내가 치유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노령견을 키우며 이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동행의 시간’이라는 스님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40여 분간의 산책을 마친 뒤 짧은 명상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반려견을 품에 안은 채 눈을 감았다. 덕운 스님은 선명상을 이끌며 “오늘 경험한 무조건적인 수용과 평온함이 일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나와 반려동물, 그리고 모든 생명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어보자”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늘의 발걸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느린 걸음이었다”며 “앞으로도 산책할 때 줄의 긴장, 속도, 호흡을 느끼며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불교에서 인연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별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여문 앞에서 열린 지원 스님의 '더 사운드 오브 마인드'.
한편, 이날 봉은사 법왕루와 선불당, 보우당 등에서는 ‘2026 선명상축제’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마음처방전’ 부스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참가자의 마음 상태와 고민 유형을 분석하고 각 개인에게 맞는 명상법을 제시했다. 진단 후에는 스님과의 상담도 진행됐다.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20여 명의 스님들이 멘토로 나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마음처방전' 부스에서 스님에게 상담을 받는 참가자들.
또 법왕루에서는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의 ‘침묵과 대화 선명상’, 보우당에서는 행오 스님의 ‘금빛으로 피어나는 사경명상’, 진여문 앞마당에서는 법증 스님의 ‘선태극권’과 지원 스님의 ‘소리의 곁에서 나는 만나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26 선명상축제’는 서울을 시작으로 10월까지 공주·세종·대구·울산·영덕·부산·영암·장성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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