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시릴 정도로 찬란한 푸른 바다
물 맑고 수심 얕은 ‘오보해수욕장’
캠핑 데크엔 야자수 조형물 설치
이국적 정취 관광객 발길 줄이어
방파제에 둘러싸여 잔잔한 파도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 최적지
푸른 동해를 끼고 자리한 영덕군 영덕읍 오보리. 문을 열면 푸른 바다와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맑은 물과 깨끗한 백사장으로 이름난 오보해수욕장이 자리한다. 김선국 사진작가
‘낭만 로드’로 불리는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영덕 땅에 들어서면 색다른 이정표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정표는 가고자 하는 방향의 지역명이나 거리 등을 표시한다. 이 색다른 이정표에는 마을 이름과 함께 ‘푸른 바다’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어 여행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바다는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생명의 근원으로 강인한 생명력과 치유력을 지닌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7번 국도에서 오보리로 들어서는 길목에 세워진 ‘푸른 바다’ 이정표. 이정표를 따라 산등성이를 넘으면 눈앞에 동해가 펼쳐진다.
영덕읍을 지나서 북쪽으로 가다가 푸른바다가 새겨진 이정표를 따라 작은 산등성이를 넘어 내리막길을 달리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빛이 선명한 바다다. 맑은 물에 손만 넣어도 각박한 세상살이에 찌든 온갖 시름이 한순간에 씻겨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푸른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서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바로 영덕군 영덕읍 오보리다. 현재 58가구에 90여 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던 반농반어의 마을이었으나 이제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고령화로 힘든 바다 일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을 북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까마귀 바위’. 해안도로 개설로 몸체는 사라지고 지금은 머리 부분만 남아 있다. 주민들은 ‘할배바위’라고도 부른다.
오보리는 신라시대 말단 행정구역인 ‘오보부곡(烏保部曲)’이 있던 곳이다. 오래전 유씨 성을 가진 선비가 처음 마을을 개척하고 ‘올치미’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마을 북쪽 바닷가에 서 있는 바위가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고하여 오두(烏頭)라 했으며, 이후 마을에서 이 오두를 오랫동안 잘 보존해 오보(烏保)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까마귀의 몸체는 없어지고 지금은 머리 부분만 남아있다. 당시 이 바위까지 없애려고 했으나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머리 부분은 보존됐다. 이 까마귀 바위는 할배바위로도 불린다. 맞은편에는 할매바위가 있었으나 태풍으로 무너지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 앞에는 주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성황신을 모시는 신당(당집)이 있다.
정월대보름이면 신당서 ‘대동회’
주민 안녕 빌고 마을 대소사 의논
마을 앞에는 주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성황신을 모시는 신당(당집)이 있다. 이 신당에서 매년 정월보름 자정에 제사를 지낸다. 다음 날 아침에 마을 회관에 주민이 모여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고 마을 대동회를 연다. 이때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마을 이장과 지도자 등 마을 임원을 선출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3년마다 별신굿을 했으나 지금은 중단됐다. 대신에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편을 나누어 줄다리기를 했었다. 농사를 많이 짓는 윗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고기잡이를 많이 하는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어가 된다고 했었다. 지금은 줄다리기도 중단됐다.
마을 뒷산에 오보진성(烏保鎭城)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마을의 빼어난 경관을 일컫는 ‘오대팔경(오보팔경)’도 전해져 온다. 마을 앞 시냇물과 뒷산의 대나무숲, 밤하늘의 밝은 달 등 오보리의 아름다운 풍광 여덟 곳을 일컫는다.
캠핑과 해양레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보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캠핑용 데크와 야자수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카약과 패들보트 등 해양레포츠 장비도 갖춰져 있다. 김선국 사진작가
마을 앞에 규모는 작지만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로 이름난 오보해수욕장이 있다. 매년 7월부터 8월까지 개장해 마을에서 직접 운영한다.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시기에는 안전을 위하여 바다상황실을 운영하고 4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해수욕객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보해수욕장은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아 인기가 높다. 특히 모래가 굵어 몸에 잘 붙지 않는다. 몸에 묻은 모래도 물이 마른 뒤 툭툭 털면 씻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게 떨어진다.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자리한 오보해수욕장의 하트 모양 데크. 야자수 조형물과 어우러져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네이버블로그 개굴로그
최근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백사장에는 방부목을 이용한 캠핑용 데크 10면도 설치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캠핑장 곳곳에 실물 크기의 야자수 조형물을 설치해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특히 야자수 조형물 사이에 자리한 하트모양 데크는 오보해수욕장의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캠핑용 데크는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는 유료로 운영하지만 평상시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백사장에 천막과 평상을 설치해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보리는 영덕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대표적인 걷기 걷기코스인 ‘블루로드 B코스, 푸른 대게의 길’에 포함되어 있는데다 캠핑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면서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방파제로 둘러싸여 비교적 파도가 잔잔한 오보리 앞바다. 맑은 물과 잔잔한 파도 덕분에 카약과 패들보트,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좋다.
방파제로 둘러싸인 오보해수욕장은 파도가 잔잔해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 모터보트를 타고 푸른 바다 위를 신나게 달리면 온갖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카약과 패들보트도 탈수 있다. 최근에는 스노클링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스노클링은 물안경과 스노클, 오리발 등 기본적인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다.
물속 세상은 육지와는 사뭇 다르다. 일렁이는 해초 사이로 놀래미와 보리멸과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해삼과 전복 등 다양한 수산생물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어패류는 마을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공동 자원이기 때문에 잡아서는 안된다. ‘잡지는 말고 눈으로만 보고 즐기라’고 사전에 안내한다. 마을에서는 매년 전복과 해삼 등 어패류의 종패와 치어를 방류하면서 수산자원을 증식시키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임시주택. 오보리에서는 당시 주택 20채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김선국 사진작가
지난해 대형 산불로 큰 시련 겪어
새뜰사업으로 재도약 준비 만반
생활환경 개선·재난 대비 강화
아름답고 쾌적한 마을 조성 최선
마을에 아름다운 풍경과 안락한 삶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오보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시련을 넘어선 고통이었다. 처음 산불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만 해도 불길이 이곳까지 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조기에 진화돼 큰 피해가 없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안동을 지나 청송으로 번지자 ‘이러다가 영덕까지 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청송 주왕산을 넘어 영덕으로 번질 때도 설마 이곳 해안까지야 올까 싶었다. 그러나 산불은 순식간에 마을 뒷산을 넘어 오보리를 덮쳤다. 붉은 화염과 검은 연기가 마을을 뒤덮었고 주택 20채가 전소됐다.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이장과 지도자를 비롯한 개발위원들은 남은 집들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마침 인근에서 진화작업을 하고 물을 공급 받으러 가던 소방차를 발견해 마을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차가 주택 밀집지역 입구의 불길을 잡으면서 마을 전체로 불이 번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이장을 비롯한 개발위원들은 밤새 뒷불을 정리하면서 더 이상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대피하지 못한 장애인 부부를 구조하기도 했다. 당시 주택이 전소된 이재민들은 아직도 임시 주택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산불로 큰 시련을 겪었지만 주민들은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30억원 규모의 새뜰사업(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오래된 주택 정비와 담장 보수 등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마을 뒤 옹벽도 보강해 산사태 등의 재난에 대비할 계획이다. 마을 안길과 진입로도 정비해 생활 편의를 도모하고 마을 회관도 리모델링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새뜰사업이 마무리되면 마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쾌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석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고원석 이장
고원석 이장 “이웃 간 한솥밥 먹으며 끈끈한 情 쌓아요”
“우리 마을은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뷰가 좋은 마을인 동시에 주민들 간에 단결력이 강한 마을입니다. 인심도 좋고 정이 많아 언제나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라고 고원석 오보리 이장은 자랑한다.
고 이장의 자랑거리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밥정’이다. 부녀회원들과 노인회원들이 매일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준비해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면서 정을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또 한 번 정을 나눈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한 가족처럼 정을 나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밥정’이라고 고 이장은 강조한다.
고 이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서 건설·기계분야 기술자로 일했다. 주로 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일했다. 기술력이 좋아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 등 외국으로도 진출해 큼직큼직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글로벌 일꾼이었다. 45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기술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청춘을 바쳤다. 그런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되자 천직으로 삼았던 기술자의 생활을 접고 2013년 마을로 귀향했다. 이후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살아오다 지난해 마을 주민들의 추대로 이장직을 맡았다.
이장직을 맡으면서 마을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새뜰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내실있는 새뜰사업을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이 블루로드와 해파랑길이 지나는 곳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해수욕장을 찾는 캠핑객들도 많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정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바다상황실도 대폭 정비해 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해안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면서 꽃길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보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명품마을이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고 이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괴시마을
◇영덕 괴시마을...
목은 이색 숨결 깃든 전통마을
영덕 괴시마을은 고려말 대학자인 목은 이색의 출생지다. 목은의 외가인 함창김씨가 처음 터를 잡았으며, 이후 영양남씨가 정착하면서 남씨 집성촌이 되었다. 마을의 원래 이름은 근처에 늪이 많고 연못이 있어 ‘호지촌’으로 불렸었다. 목은이 이곳이 중국 원나라 학자 구양박사의 마을인 ‘괴시(槐市)’와 비슷하다고 하여 마을 이름을 ‘괴시’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괴시마을은 조선 후기 영남 사대부 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 마을로 30여 호의 고택이 남아 있다. 영양남씨 종택을 비롯해 대남댁, 해촌고택, 대은종택, 내앞댁, 번호댁, 입천정, 주곡댁, 물소와서당, 경주댁 등의 고택이 있다. 이들 고택과 함께 전통문화와 예절이 이어져 오고 있다.
마을에서는 전통 혼례 체험을 비롯하여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을철에는 ‘호지말 잔치한마당’이 열려 전통문화체험과 민속놀이, 전통음식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마을 뒤편에는 ‘목은 이색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목은의 영정과 ‘목은집’ 등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동상과 시비도 세워져 있다. 매년 10월에 ‘목은문화제’가 열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