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시현 기자)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F.03’이 최근 10시간 동안 진행된 택배 분류 대결에서 인간 작업자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작업량을 기록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인간 인턴 직원은 1만2924개, 로봇은 1만2732개의 박스를 분류했다. 차이는 192개였다.
대결 후 인간 참가자는 “왼쪽 팔이 부서질 뻔했다”고 토로했지만, 로봇은 휴식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다른 F.03 로봇들은 라이브 방송에서 200시간 연속 가동되며 총 24만9560개의 박스를 분류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가 물류 컨베이어에서 반복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장시간 무중단 작업 능력을 공개하며 제조업 자동화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뉴시스·피규어AI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23㎏짜리 냉장고를 들어 이동시키는 영상을 공개했다. 무게 중심을 유지하며 물체를 운반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까지 구현하면서 단순 연구용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노동 없는 생산” 현실화…기업 계산식 달라진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 기술 시연이 아니라 비용 구조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피규어AI는 양산 체계가 자리 잡으면 휴머노이드 가격을 2만달러, 약 3000만원 미만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이미 연간 1만2000대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4년 내 누적 100만대 생산 계획도 공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야간수당·교대근무·산재 비용 부담 없이 장시간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노동력이 등장하는 셈이다. 특히 물류·조립·운반·검수처럼 반복성이 높은 제조업 영역에서 자동화 압력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일부 현장에서는 실전 검증이 시작됐다. 피규어AI의 전작 ‘F.02’는 BMW 공장에 약 11개월간 투입됐고, 앱트로닉의 ‘아폴로’는 메르세데스-벤츠 물류시설에서 시험 운용 중이다. 중국 BYD 등 완성차 업체들도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S2’를 생산라인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자본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피규어AI는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 등으로부터 약 19억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39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며 일부 증권가는 기업가치를 최대 100조원까지 추산했다.
○ “러다이트 반복될 수도”…AI 시대 핵심은 분배 구조
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확산이 단순 제조업 혁신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산업혁명 당시 방직기계 확산으로 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몰리며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했던 것처럼, AI와 로봇 확산이 인간 노동 가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자동화는 특정 육체노동 중심이었지만 현재 AI는 분석·판단·언어 처리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여기에 휴머노이드가 육체노동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시장이다. 기업은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노동소득이 줄어들면 소비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생산은 늘어나는데 물건을 살 소비자가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AI 시대 경제 구조를 둘러싸고 기본소득·로봇세·노동시간 단축 같은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자동화로 발생한 생산성 이익을 어떻게 사회 전체로 재분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산업이 실제 현장 배치의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ABI리서치는 2026~2027년 사이 규제와 투자수익률 문제가 상당 부분 정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지속시간, 동작 정밀도, 안전 기준 마련 등 해결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 경쟁이 빨라질수록 사회가 어떤 고용·복지·분배 시스템을 준비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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