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이키
호카, 온(ON) 등 신흥 러닝 브랜드 공세 속에 다소 주춤했던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새로운 레이싱화 '알파플라이4'를 꺼내 들고 '러닝 왕좌' 탈환에 나선다.
나이키는 오는 21일(현지시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100 지수에서 제외된다. 지난 4일 S&P 100에서 나이키를 빼고 팔로알토네트웍스를 편입한다고 발표됐는데, 나이키가 S&P100에서 빠지는 것은 2008년 편입 이후 약 18년 만이다. 다만 S&P500에는 남는다.
나이키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26회계연도 매출은 464억달러(한화 약 64조원)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2% 감소했다. 특히 나이키가 한동안 공을 들였던 직접판매(DTC)는 6%, 디지털 매출은 12% 줄어든 반면 도매 매출은 6% 증가했다. 글로벌 스포츠화 시장에서 나이키의 점유율도 2022년 25.9%에서 지난해 22.9%로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호카·온 질주할 때 주춤한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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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부진이 두드러진 영역 중 하나가 러닝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리기 인구가 늘고 러닝이 일상복과 결합하는 사이 호카와 온은 기능성과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과거 나이키, 아디다스 등 몇몇 대형 브랜드가 주도했던 러닝화 시장이 전문 브랜드 중심의 다극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호카를 보유한 데커스브랜즈의 2026회계연도 호카 매출은 25억8733만달러(약 3조5800억원)로 전년보다 15.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도매 매출은 18.2%, DTC는 12.0% 늘었다. 올해 4~6월에도 호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7% 증가한 7억353만달러(약 9700억원)를 기록했다.
스위스 러닝 브랜드 온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온의 올해 2분기 매출은 8억5030만스위스프랑(약 1조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증가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21.6%다. DTC 매출은 26%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7%까지 올라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체 매출의 20%를 웃돌았다. 회사 측은 "한국과 일본, 중화권에서 강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나이키가 과거 DTC를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도매 유통망과 거리를 둔 틈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키는 최근 도매 채널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2026회계연도 도매 매출이 증가한 반면 DTC와 온라인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 같은 전략 수정이 진행되는 국면에서 나온 지표다.
"세계 신기록 세운 마라토너, 아디다스 신더라"
엘리트 러너들을 위한 기술력 역시 아디다스에 밀렸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아디다스의 2025년 매출은 248억1100만유로(약 39조380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러닝 매출 증가율은 연말로 갈수록 높아져 30%를 넘어섰다. 아디다스는 '기록을 경신한 아디제로 제품군'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상반기 아디다스 전체 매출은 133억3500만유로(약 21조16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14%다. 퍼포먼스 부문 매출은 34% 늘었는데 러닝과 축구가 두 자릿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2분기에는 퍼포먼스 부문 매출이 환율 영향을 제외하고 39% 증가했다. 전체 신발 매출 증가율이 1%에 그친 가운데 러닝화는 두 자릿수 증가했다. 라이프스타일 신발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퍼포먼스 러닝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디다스는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등 엘리트용 레이싱화뿐 아니라 '에보 SL'과 일상 훈련용 제품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특히 올해 런던마라톤 남자부 사바스티안 사웨와 요미프 케젤차, 여자부 티지스트 아세파가 모두 97g 무게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신고 신기록을 경신했다. 아디다스는 이들의 기록을 아디제로 제품군의 퍼포먼스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호카와 온이 일상 러너를 흡수하며 시장 저변을 넓히는 동안 아디다스는 엘리트 레이싱과 대중용 러닝화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나이키가 과거 베이퍼플라이, 알파플라이로 주도했던 '가장 빠른 신발' 경쟁에서 라이벌들의 기세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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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벽 깬 '알파플라이'…4세대로 반격
나이키가 다시 꺼내 든 무기는 러닝 기술력. 나이키는 지난 15일 진행한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에서 알파플라이4 개발 과정과 성능을 공개했다. 알파플라이는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INEOS 1:59 챌린지'에서 마라톤 2시간 벽을 깰 당시 착용했던 모델에서 출발한 나이키의 대표적인 마라톤 레이싱화다.
브렛 스쿨미스터 나이키 러닝 풋웨어 제품 관리 부문 부사장은 알파플라이4를 "알파플라이 역사에서 가장 큰 폭의 개선을 이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키가 이번 제품에서 겨냥한 것은 "기록 단축만이 아니다"라며 "마라톤 후반 피로가 누적됐을 때도 안정성과 주행 효율을 유지하고,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4~5시간 이상을 달리는 일반 러너까지 제품의 성능을 체감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핵심 부품을 대폭 손봤다. 새 RF 에어백은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이음부를 용접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이전 세대 에어 유닛보다 30% 가벼워졌다. 미드솔 상단에는 기존 줌X보다 최대 17% 가볍고 에너지 반환율이 8% 높은 '줌X LT' 폼을 새로 넣었다. 카본 파이버 플라이플레이트는 베이스를 넓혀 마라톤 후반의 안정성을 강화했다.
전체 시스템의 성능도 개선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나이키 스포츠 리서치 랩(NSRL)이 측정한 결과 알파플라이4는 전작인 알파플라이3보다 에너지 반환율이 10% 높아졌고 무게는 10g 줄었다.
엘리트 넘어 일반 러너…'슈퍼슈즈 대중화' 노린다
나이키는 이번 브리핑에서 알파플라이4를 최정상급 마라토너만을 위한 신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에밀리 파리나 NSRL 생체역학 연구원은 개발 과정에서 엘리트 선수부터 조깅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일반 러너까지 폭넓게 테스트했다고 강조했다. 여성 러너 120명 이상이 마라톤을 준비하고 완주하는 전 과정을 추적하는 '드림위버' 프로그램도 연구에 활용했다.
이는 최근 러닝 시장의 경쟁축과 맞닿아 있다. 러닝화의 소비층이 기록 경쟁을 벌이는 전문 러너에서 일상적으로 달리는 대중으로 확대되면서 브랜드에는 '가장 빠른 신발'뿐 아니라 다양한 속도와 주법에서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제품이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나이키는 알파플라이4의 강점으로 부드러운 전환과 안전성, 소음 감소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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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 켤레보다 큰 승부…'스포츠의 나이키' 되찾나
알파플라이4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신제품 하나의 성패라기보단 나이키가 최근 추진하는 브랜드 재건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키의 브랜드 영향력과 매출 모두 주춤한 상황에서알파플라이4의 기술 개선이 실제 러너들의 선택 변화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나이키가 제시한 에너지 반환율과 러닝 효율 개선은 자사 연구 결과였으며 경쟁 제품과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수치는 이번 브리핑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호카, 온 등의 경쟁자들이 이미 전문 러너를 넘어 일상 소비층까지 고객 기반을 넓힌 만큼 나이키가 과연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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