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위)과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최근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현행 6억원보다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LH가 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과 15억원대 주택 시장은 직접적인 접점이 크지 않으며, 더군다나 LH는 금융정책을 설계하거나 집행하는 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이 사장의 주담대 규제 발언에 시장은 더 울컥했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대출 규제 강화를 제안했지만 정작 대출 의존도가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사장의 발언이 시장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사장의 발언에 대해 “가계부채 차원에서 한 원론적인 말”이라며 “국토부 단독으로 할 사항이 아니고 금융위원회와 세제 당국과도 같이 협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LH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가 LH의 고유 업무가 아닌 데다 사전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공유되거나 검토된 정책 제언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 공급과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무주택자의 자금 조달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출 규제를 언급한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장이 대출 규제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주택 공급의 시차다. 택지를 확보하고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대출을 조여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과 주거 수요 자체를 금융 규제로 억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주택은 투자자산인 동시에 사람이 실제 거주해야 하는 공간이다. 대출을 막아 주택 구매를 미룬다고 주거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지 못한 무주택자는 전세나 월세에 계속 머물러야 하고, 매매시장에서 눌린 수요가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면 전셋값과 월세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15억원 이하 주택은 10·15 대책에서도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를 고려해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유지한 구간이다. 이 한도까지 낮추면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한 줄어든 대출만큼 자기자본을 더 마련해야 한다. 현금이 많은 사람보다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자가 먼저 영향을 받는 구조다.
임대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 서울 등록임대주택 약 41만가구 가운데 23만가구가 2030년까지 의무임대 기간 종료 등에 따라 말소될 예정이다. 아파트로 따져보면 2026~2028년 약 3만7000가구가 의무임대 기간 종료를 맞는다. 이들 주택이 매각이나 집주인 실거주로 전환되면 임대 재고가 줄어들고, 임대를 계속하더라도 보증금이나 월세가 시세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공급이 부족한 기간을 대출 규제로 버티겠다는 접근은 매매 수요를 줄일 수는 있어도 주거 수요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매매시장 진입이 막힌 무주택자를 임대시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현금 동원력이 있는 계층 중심으로 주택 거래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LH가 공급 시차를 걱정한다면 대출 한도를 얼마나 더 낮출지를 제안하기보다 그 시차를 어떻게 줄일지부터 답해야 한다. 금융정책을 담당하지 않는 공기업 수장이 무주택자의 자금줄을 조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보다 LH가 책임진 주택 공급을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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