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144달러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도화선
인플레이션 4%대 재진입 경고에 블랙록·골드만삭스 '위험자산 비중 축소'
연내 금리 인하 시나리오 폐기… '트럼프 관세' 겹치며 고금리 장기화 고착화
144달러 유가 쇼크, 2026년 금리 인하 실종되나… 월가 긴급 분석
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가 도로표지판.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분쟁이 6주간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켰다. 이에 따라 2026년 글로벌 증시의 완만한 상승을 점쳤던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일제히 ‘항복 선언’을 하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동 전쟁이 부른 에너지 공급망 파괴와 물가 급등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완전히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쇼크가 실물 경제를 잠식하기 시작한 만큼 기존 낙관론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가 부른 144달러 유가… 인플레이션 괴물 깨웠다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암초는 에너지 가격의 비이성적 폭등이다. 전쟁의 여파로 원유 수송 요충지가 마비되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44달러(한화 약 21만 3900원)라는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의 충격 수치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사태를 두고 "연초 전략 수립 단계에서 미처 계산하지 못한 블랙스완(예측 불가한 돌발 악재)"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리터당 약 1450원)를 넘어서면서, 오는 여름철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 명분을 사라지게 만들 전망이다.
블랙록·골드만삭스 포트폴리오 재편… "주식 비중 낮추고 채권으로"
시장 분위기가 급랭하자 월가의 큰손들은 발 빠르게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투자연구소(BII)는 위험자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 보이빈 BII 소장은 "현재 시장은 공급 쇼크와 성장이 정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했다"라며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연준이 2026년 안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금리 상황을 활용한 채권 투자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금리 동결 기조가 길어지며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8%대까지 올라왔다"라며 "지금은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확정 금리 상품(Fixed Income)에 집중할 때"라고 진단했다.
웰스파고 역시 S&P 500 지수 목표치를 기존 7800에서 7300으로 낮춰 잡으며 시장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AI 거품론… 변동성의 늪에 빠진 증시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는 처지다. 시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전략가는 유가 상승 장기화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재차 시도될 가능성이 큰 트럼프식 관세 장벽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증시를 견인해온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블랙록은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부채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금융 비용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소비자 신뢰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시장은 이제 '성장'보다는 '생존'을 고민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피벗' 기대 버리고 고물가 시대를 대비하라
2026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는 '전쟁'과 '물가'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매달렸던 금리 인하(Pivot)에 대한 환상은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
연준이 물가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인하 시점은 2027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월가의 비관적 전망은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공격적인 기술주 투자보다는 현금 흐름이 확실한 방어적 자산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엄중한 시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