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300 시대가 열리며 산업 현장의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120만 고지를 넘긴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기업 호황을 넘어 노동시장과 청년들의 진로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 사례로 떠올랐다. 한때 ‘대기업 사무직’이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하이닉스 생산직’이 또 다른 안정과 고소득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입시 강사가 SNS에 “전자과, 반도체가 이제 미래”라고 강조하며, SK하이닉스 공장 앞에 슈퍼카가 줄지어 선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함께 올렸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얘들아 이제 공부 열심히 해서 하이닉스 가잣!!!”
한 입시 강사의 이 짧은 문장은 요즘 취업 시장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전자과, 반도체가 이제 미래”라고 강조하며, SK하이닉스 공장 앞에 슈퍼카가 줄지어 선 생성 이미지를 함께 올렸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주식시장이다. 코스피가 6300선을 돌파하며 반도체 업종이 시장 상승을 주도했고, 그 중심에는 단연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실적이 급증하면서, 회사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성과급 규모도 커졌다. 일부 직원들의 연간 보상이 기본급의 수백 퍼센트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억대 연봉 생산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보상 구조는 채용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생산직 공채에 수만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이른바 ‘하이닉스 고시’ 현상이 나타났다. 높은 연봉뿐 아니라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 대기업 복지,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까지 더해지며 ‘가성비 최고의 직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스펙 경쟁 대신 ‘현장직 대비’ 전략이 공유되고, 관련 자격증과 경험을 쌓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3일 채용 공고를 통해 생산직 신입 직원을 모집한다고 밝힌 이후 이후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SK하이닉스 채용 대비 필기 교재가 수험서·자격증 분야 실시간 1위를 기록했다. 에듀윌이 출간한 SKCT 기본서는 e북 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올랐다. 또 생산직에 고졸, 전문대졸 인재를 뽑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일반대 졸업 사실을 숨기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들도 생겼다.
기업 내부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이나 사무직 중심으로 형성되던 보상 격차가 줄어들며 조직 내 위계가 완만해지고, 생산직의 자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상승을 넘어 ‘기술 기반 제조업’의 위상이 재평가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곧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장 인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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