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분절 시스템 넘어 ‘국가 단일 플랫폼’ 전환
AI·클라우드 기반 신고·출동·관제 전면 자동화
2029년 전국 가동 목표…KT 설계 단계 선점
데이터 집중 따른 개인정보·책임 논란 과제
차세대 119 통합 시스템 인포그래픽/Gemini 생성 이미지 2026.03.18
국가 재난 대응 체계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시·도별로 나뉘어 운영되던 119 신고·출동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재난 대응 방식 자체가 ‘분산형 구조’에서 ‘데이터 기반 통합형’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18일 KT는 소방청과 차세대 119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시스템 마스터플랜(ISMP) 수립 계약을 체결하고, 국가 단위 통합 재난 대응 체계 설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향후 본격 구축에 앞서 전체 구조와 기술 방향을 정하는 설계 단계로, 사실상 사업의 틀을 결정하는 초기 작업에 해당한다.
현재 119 시스템은 전국 19개 시·도 소방본부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기능은 유사하지만 장비, 데이터, 운영 체계가 제각각이어서 전국 단위의 통합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신고가 몰리는 상황에서는 긴급도 판단과 출동 우선순위 결정이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응 속도와 정확성 모두에서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청은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통합 시스템 구축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했다. 총사업비 약 2598억 원 규모로 추진되며, 설계 이후 2027년 본사업에 착수해 2029년 전국 단위 서비스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수립되는 마스터플랜은 시스템 아키텍처, 데이터 관리 방식, 보안 체계, 운영 모델 등 전반적인 기준을 정하는 단계다. 향후 구축 사업과 운영 방식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전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절차로 평가된다.
KT는 코넥, 브이티더블유, 넥스트아이앤아이, 엠티데이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행한다. 긴급통신망 구축 경험과 공공안전망 사업 수행 이력,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설계 역량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구축될 시스템의 핵심은 ‘자동화’와 ‘통합’이다. 신고 접수 단계에서는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신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위치 정보와 상황 데이터를 결합해 사고 유형과 긴급도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구조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긴급 상황 대응을 우선 처리하고 비긴급 신고는 선별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출동 방식도 바뀐다. 기존처럼 관할 구역에 묶인 방식이 아니라, 전국 단위 위치 정보와 장비·인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자원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시·도 경계를 넘는 광역 대응이 상시화되면서 대형 재난 시 통합 지휘 체계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고 채널 역시 전화 중심에서 벗어나 문자, 모바일 앱, 영상통화, CCTV,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다양한 입력 경로를 하나로 묶는 형태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무인 환경이나 야간 상황에서도 사고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프라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된다. 서비스 단위를 나눠 운영하는 구조와 자동 확장 기능을 적용해 트래픽 급증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일부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중화 체계를 구축한다. 중앙 시스템과 별도의 재해복구 센터를 병행 운영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데이터 활용 방식도 달라진다. 신고부터 사후 분석까지 전 과정을 표준화된 형태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시설별 재난 발생 패턴을 분석해 예방 정책과 자원 배치 전략에 반영하는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 구축이 목표다.
KT는 설계 과정에서 기술적 구조뿐 아니라 법·제도 개선과 조직 운영 방식 개편 방안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통합 플랫폼 도입 이후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기반까지 포함해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KT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통신 인프라와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이 결합된 국가 단위 안전 인프라 사업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함으로써, 향후 구축 및 운영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안전망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AI·네트워크 융합 사업 확대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단일 플랫폼에 신고 정보와 위치, 영상 데이터 등이 집중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감시 논란, AI 판단 오류 시 책임 문제, 시스템 장애의 전국 확산 가능성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기술 설계와 함께 거버넌스 체계 정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기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이라며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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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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