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출처=KTV 유튜브)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의 발전 방향과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사회 변화와 기본소득 필요성, 새로운 경제 모델 등을 논의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면담에서는 최근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흐름과 앞으로의 변화 방향, 책임 있는 AI 활용과 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하사비스 CEO를 접견했다. 구글 측에서는 월슨 화이트 구글 글로벌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과 윤구 구글코리아 대표가 참석했고, 정부·청와대에서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이 배석했다.
김 실장은 이번 면담이 이 대통령의 글로벌 AI 외교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만났고, 지난해 11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AI 글로벌 리더들이 한국을 찾아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경쟁력과 제조 역량, 안정적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를 갖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사비스 CEO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유명하신 분인 거 아시냐"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바둑기사로 유명한 분이 하사비스 대표가 만들어 놓은 알파고에 지는 바람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하사비스 CEO는 "중요한 대국을 이겼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바둑 영역에서는 알파고를 아무도 못 따라가느냐"고 물었고, 하사비스 CEO는 "이제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과 AI가 합해져서 AI를 대항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화는 AI의 사회적 영향과 안전 문제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이 과연 인류 복지 향상에만 도움이 될지, 인간에 대한 공격이나 평화를 해치는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사비스 CEO는 "AI는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지만 악의적 사용 가능성과 독자적 의사결정을 하는 위험성도 있다"며 "AI 설계 단계부터 보안 솔루션과 안전장치, 즉 '가드레일'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사람은 AI 국제 규범의 필요성에 대해 상당 시간 의견을 교환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제 통제 규범이나 표준이 필요한데 매우 부족한 것 같다"고 했고, 하사비스 CEO는 "민간 빅테크 경쟁과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표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영국·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프레임워크 구축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자신이 구글 생성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를 자주 사용한다며 "가끔씩 시키지 않은 일도 한다고 하던데 일종의 버그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하사비스 CEO는 "파운데이션 모델 특성상 지침이 충분히 정확하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GI 시대 전망과 기본소득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AGI는 언제쯤 도달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하사비스 CEO는 "앞으로 5년 안, 이르면 2030년까지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을 구사하는 AGI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산업혁명 이상의 사회 변화가 훨씬 빠른 속도로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사비스 CEO는 또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며 "지금 체제를 그대로 두면 경제적 권력과 부가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택·교육·교통·건강 같은 기본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면서도 자본시장 원리를 접목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20여 년 전부터 기본소득을 이야기해왔는데 AI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AI가 기본소득을 필요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하사비스 CEO는 AI 시대 인간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과 인간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콘서트·스포츠 경기 같은 활동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실장은 소개했다.
구글과 한국의 AI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구상을 설명하며 딥마인드 측의 참여를 요청했고, 하사비스 CEO는 "대한민국이 이 의제를 추진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며 구글도 적극 참여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또 구글과 구글 딥마인드는 한국 연구계·학계와 AI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의 'K-문샷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구글 딥마인드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바이오·기상기후·미래에너지 등 과학기술 분야 역량이 한층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글은 올해 안에 서울 강남에 '구글 AI 캠퍼스'도 개소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구글 연구자와 한국 최고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구글 핵심 연구진 최소 10명 정도를 한국에 파견하는 방안에도 즉석에서 공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문을 여는 AI 캠퍼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접견 말미에 하사비스 CEO는 2016년 알파고 대국을 기념해 자신과 이세돌 9단의 서명이 담긴 바둑판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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