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악재 속 코스피 5000선 위협
개인투자자 순매수 계속될 지 관심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31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4.1원 급등한 1530.10원(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마감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원화 가치가 전쟁 이후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곽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이란 전쟁 한 달 만에 국내 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0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돌파했고 코스피는 5000선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증시 하방을 방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 전쟁이 장기화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쇼크’가 길어진다면 개인의 투자심리마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증시 시총은 4741조6470억원(코스피·코스닥 합산)이었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1060조248억원이 증발했다. 2월 27일 시총은 5801조6719억원으로 시총 6000조원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1.91(4.39%) 하락한 5052.46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191.67포인트(19.08%) 하락하며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 합산 시총은 같은 기간 479조7600억원이 증발했다. 구글 터보퀀트(메모리반도체 사용량을 최대 6배 낮추는 효율화 기술) 악재까지 더해지며 연일 하락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PC와 스마트폰 수요 전망이 하향 조정되며 D램 가격 상승이 꺾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이 속히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 장기화 우려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 지상군이 증원되면서 “이란과의 전쟁 기간은 4~6주”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 직격타는 환율이 받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4원 오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가 153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원) 이후 처음이다.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는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매도로 이어지며 악순환 고리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아직 코스피가 5000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국내 증시 하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중동전쟁 이후 국내 증시에서 32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매수세마저 약해지면 지수 하락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의 매수세가 오래 지속될 여력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4월엔 기술적 반등을 노린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들어오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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