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련 법우들은 서로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도반
화엄사 산책 다니며 불교 인연
실습 시절 수현사서 마음 안정
활동 없던 불교동아리 재건·성장
지부 소통 강화로 불자 유입 확대
템플스테이 참여 기회 확장 힘써
선민지 대불련 회장은 ‘가르침은 빛으로, 우리는 평생 도반으로’라는 슬로건처럼, 불교에서 만난 인연은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관계가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도반이라고 믿는다.
바쁜 부모님 아래서 자란 선민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64년차 중앙회장은 어린 시절의 많은 시간을 전남 구례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보냈다.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불교 라디오를 들었는데, 낮게 깔린 염불 소리와 스님의 법문은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아도 일상처럼 스며들었다. 식사 후 할머니는 “산책 한번 다녀오자”며 집 근처 화엄사로 그를 이끌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서너 번은 사찰을 찾았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기암에 오르던 모습도, 그 뒤를 따라나서던 기억도 또렷이 남아 있다. 갈 곳이 많지 않았던 시골 마을에서 사찰은 놀이터이자,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함께하는 삶의 일부였다.
불교와의 인연은 대학 시절을 보내며 발심으로 이어졌다.
2023년 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학부에 입학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화엄사를 찾았다. 어느 날 그 모습을 본 스님이 “젊은 친구들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그는 “학교에 불교동아리가 없어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답했다. 스님은 웃으며 동아리 창립을 권했다.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학과 특성상 2학년 때는 실습이 필수였고, 매일 40분간 셔틀버스를 타고 오가는 고된 일정 속에서 여유를 내기 어려웠다. 현실의 벽 앞에서 계획은 잠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막연히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던 시기, 그는 다시 사찰을 찾았다. 실습지 인근에 있던 금산사 전북혁신도시 포교당 수현사다. 스님들은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으며, 따뜻한 말과 작은 정성으로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그 시간들은 그에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됐다.
3학년이 되어 학교로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불교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 내에 불교동아리가 있었지만 사실상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는 남다른 추진력으로 친구들을 모으고 회칙을 정비하며 조직을 재정비했고, 정규동아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실습을 나가는 2학년을 제외하고도 학년당 800명 규모의 학교에서 동아리 순위 2위에 오를 만큼 규모를 키워냈다.
하지만 성과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실습 중심의 학교 구조 속에서는 동아리의 명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슷한 환경에 놓인 전국의 불교동아리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불련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지난해 12월 27일 취임, “따뜻하고 실천적인 대불련을 법우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 말보다 행동으로, 권위보다 봉사로 법우들을 위해 정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 후 반년 남짓, 그는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할 때면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가르침은 빛으로, 우리는 평생 도반으로’라는 슬로건처럼, 불교에서 만난 인연은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관계가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도반이라고 믿는다.
“대학교 불교동아리 회장과는 책임감의 무게가 다릅니다. 기획부터 모집, 관리, 행사까지 모두 맡다 보니 부담도 큽니다. 새롭고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열심히 배우고 부딪히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6일 서강대 불교학생회 ‘혜명’의 신입 회원 모집을 지원하고 있는 선민지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가 가장 먼저 집중한 과제는 지부 간 네트워크 강화다. 출마 전 네이버폼을 통해 지회장들을 대상으로 중앙에 바라는 점을 조사한 결과, ‘지부 간 소통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회장 취임 직후 그는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지부장 간 교류를 활성화했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소통 창구를 넓혔다. 또 매달 ‘소통데이’를 운영하며 정기 회의와 별개로 각 지회의 문제점과 활동 계획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서로 알지 못했던 지부장들 간에도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학교가 가진 고민을 공유하고, 잘 운영되는 사례를 나눠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밀한 교류를 기반으로 그는 대학 개강 시즌에 맞춰 불교동아리 박람회 지원과 캠퍼스 포교에도 힘을 쏟았다. 휴지, 포스트잇, 물티슈 등 실용적인 물품을 지원해 현장 홍보를 도왔다.
그 결과 신입생 유입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가두모집 이후 자체 조사에 따르면 75개 대학이 설문에 응답했으며, 약 4600명의 신입생이 불교동아리에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별 평균은 61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요구가 컸던 부분은 템플스테이 지원이었다. 기존에도 조계종 포교부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지원으로 쿠폰이 제공됐지만, 전체 140여 개 지회 중 약 17% 대학만 혜택을 받을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선민지 회장이 ‘2026 전국 지부 동시 템플스테이’의 일환으로 대불련 서울지부와 충주 석종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모습.
이에 그는 직접 해결에 나섰다. 전국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을 찾아다니며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지역 대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운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협력을 추진해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참가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협약에는 낙산사, 마곡사, 백양사, 화엄사, 범어사, 관음사를 비롯한 교구본사와 조계사, 홍대선원, 석불사, 봉녕사, 석종사, 부석사, 금룡사 등이 참여했으며, 대불련 소속 학생들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할 경우 참가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뜻 마음을 내줬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대불련은 3월 28~29일, 4월 4~5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0개 사찰에서 ‘2026 전국 지부 동시 템플스테이-힐링 템플, 행복 스테이’를 개최해 반향을 일으켰다. 이 행사에는 전국 13개 지부 279여 명의 대학생 불자들이 참여하며 대불련의 결집력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템플스테이에서는 108배, 산내 암자 순례, 컵등 만들기, 향 만들기, 다식 만들기, 사찰 음식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선명상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학생들은 선명상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며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향후 더 많은 사찰과 협약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 기회를 높여갈 계획이다.
“저 역시 서울지부 법우들이 참여한 충주 석종사 템플스테이에서 선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쌓인 부정적인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불련과 청년대학생전법단은 올해 2월 7일 네팔 저스트비 히말라야에서 ‘1평 복전(福田) 불사’에 동참했다.
대불련의 결속은 올해 2월 7일 네팔 포카라에 위치한 저스트비 히말라야에서도 빛났다. 조계종 청년대학생전법단과 부처님 고향 순례를 위해 현지를 찾았는데, 마침 저스트비 히말라야에서는 포카라에서 룸비니까지 싯다르타 태자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순례길 복원이 한창이었다. 이에 참가자들은 앞으로 대학생 청년 불자들이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서원하며 ‘1평 복전(福田) 불사’에 동참, 모연금을 전달했다.
“한 평에 108만원이 필요한데, 저희도 전법단의 지원을 받아 참여한 만큼 의미 있게 회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각자 5만원씩 보시하면 한 평 불사에 동참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뜻을 모아 트래킹에 참여한 전법단 스님들과 대불련 법우들 모두가 히말라야 트레킹 1기 단원의 이름으로 108만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임기의 반환점을 앞둔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례화된 기존 사업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불련의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후원 기반을 확대해 의미 있는 사업을 하나쯤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다”며 “활동에 힘써준 임원진 법우들과 회향의 의미를 담아 연말에는 히말라야를 다시 찾거나, 전국 교구본사를 순례하는 등 뜻깊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불교의 매력이 ‘내면 성장’ ‘멘탈 강화’에 있다며 불교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불교를 알아간다기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고했다’고 말해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불교를 통해 그런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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