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반도체 소부장 전초기지로 도약해야
강재홍 화순군의회 운영위원장
2026년 09월 03일(목) 22:00
지금 대한민국 남부권의 산업 지도가 근본부터 다시 그려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반도체 특화단지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사업은 향후 50년 호남의 명운을 가를 국가적 대전환의 서막이다. 거대한 변화의 파고 앞에서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화순은 이 흐름을 그저 이웃 도시의 잔치로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군민의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로 과감하게 끌어올 것인가?”
기회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자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남보다 반 박자 빠르게 판을 읽고, 선제적으로 길목을 지키는 자만이 도약의 주인공이 된다. 지금 화순이 바로 그 ‘골든타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완성품 팹(Fab)이 들어서는 중심 도시만을 주목할지 모른다. 그러나 첨단 산업 생태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완성품 제조사를 든든하게 받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밸류체인에 있다.
화순은 광주 도심 및 신규 산업 거점과 불과 15~20분 거리에 인접한 최적의 광역 배후지다. 광주와의 물리적 접근성은 물론 고속화도로와 향후 연결될 광역 교통망은 물류와 우수 인력 이동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이다. 더욱이 화순은 이미 전국적 수준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경험과 인프라가 축적되어 있다.
정밀 공정과 클린룸, 고도화된 화학·소재 기술을 다뤄본 산업적 토양은 반도체 패키징, 정밀 계측, 특수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부장 기업들이 조기에 안착하는 데 있어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화순의 천혜의 정주 여건은 광주권 R&D 연구인력과 청년 인재들이 정착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배후 주거도시로서의 역할까지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이 절호의 기회를 실질적인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기 위해 화순군정과 의회가 원팀이 되어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할 핵심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첨단 소부장 기업유치 전담 TF’를 즉각 가동하고 원스톱 패스트트랙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문의를 기다리는 수동적 행정은 끝내야 한다. 광주 반도체 밸류체인에 들어설 유망 중소·중견기업 풀을 미리 분석하고, 화순군이 먼저 찾아가 맞춤형 부지와 혜택을 제시하는 ‘공격적 세일즈 행정’이 필요하다. 입지 선정부터 인허가, 착공까지 6개월 내에 끝내는 파격적인 행정 지원 체계를 갖춰야 기업이 움직인다.
둘째, 기존 산단 고도화 및 ‘소부장 특화 전용 블록’을 선제 확보해야 한다. 생물의약산단 확장 부지 및 관내 계획 산업용지의 일정 구역을 ‘첨단 소부장 전용 지구’로 지정하고 수도권 및 타 지자체를 압도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파격적인 세제 감면, 입지·설비 보조금 확대, 초기 정착 지원 등 기업이 화순을 선택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실질적 유인책이 절실하다.
셋째, 광주권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조기에 엮어야 한다. GIST, 전남대학교 등 인근 거점 대학의 반도체 연구 인력 및 화순의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연계해 ‘소부장 실증·테스트베드’ 기능을 화순에 유치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테스트가 현장에서 동시에 이뤄질 때 기업은 화순을 영구적 거점으로 삼게 된다.
넷째, 광주-화순 간 초광역 산업 연계망을 과감하게 확장해야 한다. 산업은 길을 따라 흐른다. 광주와 화순을 잇는 광역 도로망 및 대중교통망을 촘촘히 보강하여 두 도시가 단일 경제 생활권으로 기능하도록 광역 인프라 확충에 군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는 현재를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미래의 길을 먼저 여는 작업이어야 한다. “기존에 해오던 바이오만 챙기면 된다”는 안주형 사고나 “기초지자체가 반도체까지 넘볼 수 있겠느냐”는 패배주의적 시각으로는 인구 소멸의 거센 파도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이제 화순은 단순한 이웃 도시의 관망자가 아닌 첨단 미래 산업의 능동적인 설계자이자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 화순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첨단 기업의 역동적인 활력으로 지역경제가 다시 요동치도록 화순군정과 의회는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조성에 모든 정책 역량과 행정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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