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성현 기자
‘1만4900원짜리 게장백반, 트럭을 배처럼 꾸민 거문도 뱃놀이 공연.’
직접 사업비 713억원이 투입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개막 초부터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먹거리·공연 논란 등이 잇따랐다. 개막 3주째,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24일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 주행사장을 다시 찾았다. 개막 초보다 현장은 한층 안정된 모습이었다. 시설은 대체로 정돈돼 있었고 안내 인력은 지나가는 관람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길을 안내했다. 별다른 운영상 혼선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세계 최초 섬박람회’라는 이름에 비춰보면 전시와 체험 콘텐츠 밀도는 여전히 아쉬웠다. 어린이 체험과 AI 안내 등 새로 눈에 띄는 요소는 있었지만 성인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즐길 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지난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 미래섬에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 기체가 전시돼 있다. 정성현 기자
표 뽑으면 끝나는 ‘미래 체험’ 그대로
미래섬에 들어서면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 터미널을 구현한 ‘버티포트’가 나온다.
체크인 기기 화면을 조작하면 탑승권 형태의 표가 출력된다. 직접 기기를 눌러 표를 받아드는 과정은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체험은 사실상 여기서 끝난다. 실제 모빌리티에 탑승하거나 운행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은 없었다.
개막 초에도 콘텐츠 부족 사례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당시 현장 직원은 “실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티켓팅 하는 걸 체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주가 지난 이번 방문에서도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섬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권 이후 미래 이동수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했다.
지난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 미래섬 ‘버티포트’ 체험을 통해 발급받은 탑승권. 정성현 기자
반면 개막 이후 보강된 콘텐츠도 눈에 띄었다. 주행사장 주제섬 중앙에는 AI 안내 캐릭터 ‘다섬이’가 설치돼 있었다. 마이크를 통해 질문하면 전시관을 설명하고 관람객 상황에 맞는 이동 코스까지 추천한다.
뒤편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가 무엇이냐고 묻자 다섬이는 “섬은 바다에 뿌리내린 나무이고 나무는 땅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콘셉트”라며 “거친 줄기와 상처는 섬이 견뎌온 역사를, 기계적 요소는 과학기술을 통한 치유와 공존의 미래를 뜻한다”고 답했다.
개막 초에는 ‘생명의 나무’를 비롯한 일부 전시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섬이가 이런 설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활용 방식은 아쉬웠다. 다섬이가 전시 해설부터 맞춤형 관람 동선까지 안내한다는 설명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처음 찾은 관람객이 기능을 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콘텐츠를 추가한 만큼 이를 관람객에게 알리는 안내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지난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 주제섬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앞에 AI 안내 캐릭터 ‘다섬이’가 놓여 있다. 정성현 기자
가족 단위엔 볼거리…“성인끼리는 아쉬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즐길 거리가 조금 더 많다. 다섬이에게 아이와 함께 왔다고 하자 미끄럼틀과 증강현실(AR) 체험 등이 마련된 ‘보물섬’을 추천했다. 보물섬을 시작으로 체험시설을 둘러보는 코스도 안내했다.
실제 보물섬은 전시물을 보는 데 그치는 다른 공간과 달리 어린이가 직접 몸을 움직이거나 화면을 이용해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의 반응도 온라인에서 쏟아진 혹평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추석을 맞아 여수를 방문한 김명희씨는 “볼거리는 그렇게 없는 것 같지만 잔잔하게 소소하게 구경하고 가기에는 괜찮다”며 “전체를 둘러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래도 박람회에 다녀왔다고 지인들에게 자랑은 할 것 같다. 깔끔하고 괜찮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차례로 돌아보면 처음에는 호기심을 끄는 장치가 있어도 체험이 금세 끝나거나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 적지 않았다.
특히 외지에서 여수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입장료, 식비 등을 고려하면 성인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만한 체험 콘텐츠는 더 필요해 보였다.
지난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 ‘보물섬’에서 한 어린이가 체험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논란의 게장 직접 먹어보니…구성 달라져
개막 직후 가장 큰 논란을 부른 먹거리 가운데 하나는 1만4900원짜리 게장백반이었다.
유튜브와 SNS 등에 퍼진 영상에서는 게장과 밥에 김치 등 반찬 두 가지가 곁들여진 모습이 알려지면서 가격에 비해 구성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현장에서 직접 주문한 게장백반은 당시 온라인에 확산된 모습과 달랐다. 접시에는 비교적 큰 게 두 마리가 담겼고 김치를 비롯한 기본 반찬 세 가지와 김 등이 함께 나왔다. 직접 먹어본 게장과 밥의 맛도 무난했다.
판매자 측은 연평도에서 공수한 돌게와 꽃게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대행사 관계자도 “논란 이후 조금씩 개선이 됐다”고 말했다. 개막 초 온라인에 공개된 모습과 비교하면 실제 판매 구성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또 다른 논란거리였던 ‘트럭 거문도 뱃놀이 공연’은 이날 볼 수 없었다. 논란이 된 공연은 앞선 단발성 일정으로 끝난 상태였다.
대신 열린무대에서는 ‘뽀식이 유랑단’과 ‘동티모르 전통공연’ 등이 이어졌다. 연휴를 맞아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주행사장 전체가 관람객으로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 판매된 1만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 유튜버 ‘맛상무’가 지난 9일 공개한 영상 화면.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섬에서 판매 중인 1만4900원 게장백반. 정성현 기자
공연·체험 늘려 추석 연휴 반전 노려
흥행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 21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9만9358명으로 당초 목표인 300만명의 6.6% 수준이다.
조직위는 기존 전시관을 크게 손보기보다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에 나섰다.
추석 연휴에는 3대 가족과 한복 착용 관람객, 12세 미만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 2명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고, ‘소원의 배’와 ‘보물을 찾아라’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6일에는 QWER·원위·체리필터가 출연하는 K-POP 콘서트도 열린다.
지난 24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에 푸드트럭과 안내부스 등이 설치돼 있다. 정성현 기자
개막 3주째 다시 찾은 박람회장은 초반보다 운영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다만 미래섬처럼 전시 내용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이 있고 일부 콘텐츠는 기능과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가족 단위 관람객에 비해 성인이 오래 머물며 즐길 체험이 적다는 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미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안전 등 기본적인 것부터 강화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 공연·문화 프로그램도 보강하고 있다”며 “낮에는 퍼레이드 등 이벤트를, 저녁에는 공연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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