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기자간담회 현장. 김연수 대표가 ‘소버린 에이전틱 OS’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한컴은 더 이상 문서 프로그램 회사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는 한컴 전략 발표회인 ‘HANCOM : THE SHIFT’가 열렸다.
행사장 입구부터 분위기는 기존 한컴 행사와 사뭇 달랐다. 과거 ‘한컴오피스’ 중심 행사에서 자주 보였던 문서·협업 기능 설명보다 AI·데이터·주권(Sovereign) 같은 키워드가 전면에 배치됐다.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소버린 에이전틱(Sovereign Agentic) OS’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발표 자료 역시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 등 보안 민감 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점이 눈에 띄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발표 무대에 올라 “오늘은 단순한 실적 발표나 신제품 소개 자리가 아니다”라며 “한컴의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한컴은 이날 스스로를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정의했다.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이란 데이터 주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AI를 직접 통제·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을 뜻한다.
쉽게 말해 외부 AI에 데이터를 맡기는 대신 기관 내부에서 AI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처럼 보안이 중요한 분야를 핵심 시장으로 겨냥했다. 글로벌 빅테크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최근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인공지능법(AI Act) 강화 흐름을 언급하며 이러한 데이터 주권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기존 공공시장 기반을 활용해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컴은 유럽 현지 파트너 3곳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LLM 안 만든다”…팔란티어식 전략 꺼낸 한컴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 중 하나는 한컴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점이다.
대신 고객이 원하는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해 붙일 수 있는 ‘LLM Agnostic(비종속형)’ 구조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정 AI 모델 하나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 환경에 따라 다양한 AI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장 발표에서는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Palantir Technologies) 사례도 직접 언급됐다. 자체 AI 모델 경쟁보다 데이터 통합과 보안, 운영 환경 통제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고객이 직접 최적의 AI 모델과 시스템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한컴이 정의하는 소버린”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플랫폼이 ‘에이전틱 OS’다. AI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과 데이터 검색, 업무 자동화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생성·관리·공유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행사 현장에서는 실제 공공기관 업무 흐름에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방식과 온프레미스 환경 운영 구조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컴은 오는 6월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하반기 고객 환경 검증(PoC)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사 인력의 약 30%가 관련 플랫폼 개발에 투입된 상태다.
AI 매출 첫 공개…사명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한컴의 진성식 사업 총괄, 장승현 기획 총괄, 김연수 대표, 정지환 개발 총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컴)
한컴은 이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AI 사업 실적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AI 매출은 약 89억원으로 전체 매출 증가분의 54.6%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AI 매출 비중은 11.21%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AI 패키지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AI 사업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한컴은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 기반 위에 AI 서비스를 추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부처와 교육청, 금융기관 등 약 20만 고객 기반이 이미 확보돼 있는 만큼 AI 전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회사 측은 B2B 고객 중 AI 패키지 도입률이 4.2% 수준이며, SaaS 고객 상당수가 갱신 과정에서 AI 패키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초기 전환율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징적인 변화도 함께 발표됐다. 한컴은 기존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HANCOM)’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 연식제 제품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AI 기능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플랫폼 형태로 제품 구조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김연수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은 한국어 문서 처리의 표준을 만든 출발점이었다”며 “이제는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영역을 확장해 데이터 주권과 AI 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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