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마곡에서 열린 LG CNS RX 미디어간담회에서 현신균 대표가 로봇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이제 로봇을 춤추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성능은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죠. 하지만 로봇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로봇이 '진짜 일'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게 LG CNS의 역할입니다.”
LG CNS의 박상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RX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말하며 로봇전환(RX) 플랫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로봇 하드웨어 기술 상향 평준화와 가격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는 로봇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LG CNS는 이날 자체 개발한 엔드투엔드(End-to-End) 로보틱스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 Works)’를 공개하며 “로봇을 실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인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환영사를 맡은 현신균 대표 역시 “이제는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얼마나 현장에 잘 적용시키는가의 싸움”이라며 피지컬 AI 시대에 플랫폼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지'로 학습하고 '바통'으로 운영... 로봇 활용 전주기 지원
LG CNS가 선보인 피지컬웍스는 로봇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현장 적용, 운영, 관제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회사 측은 국내 기업 가운데 엔드투엔드 로보틱스 플랫폼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크게 데이터 학습 영역인 ‘포지(Forge)’와 운영·관제 영역인 ‘바통(Baton)’으로 구성된다.
‘단련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포지는 로봇이 현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숙련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처럼 사람이 수천 번 반복 동작을 시연하는 방식 대신 실제 산업 현장을 3D 가상 환경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AI가 데이터 선별 과정까지 자동화하며 학습 속도를 높인다. AI 학습을 위해 또 다른 AI를 활용하는 구조다. LG CNS는 이를 통해 로봇의 현장 투입 기간을 기존 수개월 수준에서 1~2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휘하다’라는 의미의 바통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게 적절한 업무를 배정하고, 작업 성과를 수치화해 다시 운영에 반영하는 플랫폼이다. 수많은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 어떤 로봇에 어떤 업무를 언제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운영자’ 역할을 수행한다. 일종의 로봇을 위한 '인사총무팀'인 셈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준호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 전무는 “로봇은 단순 장비가 아니라 디지털 인력”이라며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이들의 작업을 계획하고 배분하며 성과까지 관리하고 재교육하는 통합 운영 체계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LG CNS는 로봇이라는 디지털 인력을 가장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가장 잘 운영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피지컬웍스는 전자·배터리·화학·물류·조선 등 다양한 산업군의 국내 약 20개 기업과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은 실험실 단계 중심의 적용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산업 현장에 본격 도입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호 전무는 “피지컬웍스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며 비지니스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 CNS 피지컬웍스 '바통'의 실제 가동 화면 이미지. 로봇이 현재 어디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 강화···"조만간 추가 투자 발표 있을 것"
LG CNS는 이날 사업 영역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었다. 회사는 직접 로봇 하드웨어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재 피지컬 AI 시장은 로봇 하드웨어 기업, 로봇 파운데이션모델(RFM) 기업, 플랫폼·SI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LG CNS는 이 가운데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이다. 범용 오픈소스 모델과 상용 RFM,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 폼팩터를 조합해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급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LG AI연구원이 개발 중인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로 직접 활용할 계획도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LG CNS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는 배경 역시 이 같은 전략과 맞닿아 있다.
LG CNS는 현재 AX(AI 전환) 사업에서는 구글클라우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로봇 사업에서는 미국 로봇 AI 기업 Skild AI와 산업 특화 RFM(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선 데 이어, 올해는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Dexmate)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하드웨어 생태계까지 확보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재 또 다른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및 협력 논의도 진행 중이며, 이르면 한두 달 내 관련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점도 공개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 아이작(Isaac)과의 차별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LG CNS 측은 “피지컬웍스는 로봇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시키며 실제 현장 운영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플랫폼”이라며 “엔비디아 역시 다양한 로봇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로봇 학습 영역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플랫폼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과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구도로만 가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상엽 상무는 "지금까지는 인건비가 싼 지역이 제조업의 허브가 됐지만, 앞으로는 팩토리 인텔리전스를 가장 잘 실천하는 나라에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며 "피지컬웍스를 통해 산업 현장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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