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6월 5일 롯데콘서트홀서 개막
‘AI 문명과 환경의 미래’ 주제로 한 달간 온·오프라인 진행
거점 상영 줄이고 ‘찾아가는 상영’ 확대… 학교·지자체·시민단체 공동체 상영 지원
개막작 ‘AI: 나는 어떻게 종말 낙관주의자가 되었나’ 선정… AI와 환경 책임 질문
2026년 4월 21일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제23회 서울 국제환경영화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순서대로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 최열 조직위원장, 장영자 프로그래머/사진=허지원 기자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6월 5일 개막을 앞두고 21일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AI(인공지능) 문명과 환경의 미래’를 화두로 한 올해 영화제 방향과 개막작·참여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문명이 교차하는 시대적 상황을 영화로 조망하며,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게스트 프로그래머와 관객 프로그래머 제도를 새로 도입, 대중의 시선이 반영된 큐레이션을 통해 환경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한층 확장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열 조직위원장,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 장영자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사회를 맡아 개막작과 상영작, 주요 부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영화제가 지향하는 문제의식을 설명했다.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에는 그룹 S.E.S의 메인보컬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가수 바다가 위촉돼, 영화제가 전하는 지속가능성과 기후·환경 메시지를 대중과 잇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 롯데콘서트홀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기존 거점 상영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시민 참여형 영화제로 운영 방식을 전환한다.
학교·지자체·시민단체 등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환경재단이 영화를 제공하고, 각 단체가 주도적으로 상영회를 개최하는 방식이다.
상영 인프라가 부족한 소규모 단체에는 공간 대관까지 지원해, 다양한 지역과 일상 속에서 환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환경재단은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청소년 환경 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을 운영, 영화 관람과 연계한 맞춤형 강연 및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울러 글로벌 청소년 활동가와 함께하는 ‘세계청소년기후포럼’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전 세계 119개국에서 총 2133편(해외 1716편, 한국 417편)이 출품됐다.
예심을 거쳐 한국경쟁 부문 19편(장편 7편, 단편 12편), 국제경쟁 부문 21편(장편 10편, 단편 11편) 등 총 40편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상영작은 다큐멘터리, 픽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으며, 기후위기와 생태계, 자원, 환경 불평등 등 동시대 환경 이슈를 다층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수자원 위기와 산업 오염 등 현실 기반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순환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작품, 우주와 같은 확장된 공간을 배경으로 환경을 사유하는 작품까지 포함해 관객이 다양한 관점으로 환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프리미어 상영작 규모도 확대됐다.
세계 최초 공개작(월드 프리미어) 5편, 아시아 및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5편, 국내 최초 공개작(코리아 프리미어) 41편 등 총 71편이 준비돼 전년 대비 18.3% 늘었다.
개막작으로는 다니엘 로허·찰리 타이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AI: 나는 어떻게 종말 낙관주의자가 되었나(The AI Doc. Or How I Became an Apocaloptimist)’가 선정됐다.
영화는 곧 아버지가 될 감독이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설정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넘어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사회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정면으로 묻는다.
샘 올트먼(오픈AI CEO), 데미스 하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CEO),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등 AI 산업을 이끄는 인물들과 다양한 전문가를 직접 만나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작품은 기술 낙관과 비관을 넘어서 ‘종말낙관주의’라는 시선을 제안하며, “우리는 이 기술을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AI와 환경이 교차하는 오늘의 시대를 포착한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이 영화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AI 문명과 환경의 미래를 성찰하는 개막작으로 아시아 관객과 만난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2004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청소년 교육과 공동체 상영, 탄소중립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 환경 플랫폼으로 도약하며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했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올해 ‘AI 문명과 환경의 미래’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고, 급격한 기술 발전 속에서 마주한 기후 변화와 환경 의제를 극장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공식 슬로건으로 ‘Ready, Climate, Action!’를 다시 내걸고, “기후에 대비하라, 지금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여기에 ‘AI 문명과 환경의 미래’라는 올해의 주제를 결합해, 기후위기와 생태 문제를 단순한 경고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과 데이터 인프라가 얽힌 새로운 환경 조건 속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방향으로 슬로건의 의미를 확장했다.
영화제 측은 이번 행사에서 개막작을 비롯한 주요 경쟁 부문 상영은 물론, ‘찾아가는 상영 프로그램’ 등 관객 밀착형 기획을 통해 기술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다음은 최열 조직위원장,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 장영자 프로그래머와의 일문일답.
Q. 이번에 거점 상영을 없애고 참여형 상영 방식으로 전환한 배경과 득실은 무엇인가.
A. 극장 거점 상영 없이 영화제를 치른다는 데 대해 내부에서도 ‘이게 영화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같은 예산을 쓴다면, 좌석이 비어 있는 극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실제 관객이 많이 모여 있는 온라인과 공동체 상영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방향을 틀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그동안 국내에서 공동체 상영을 가장 활발하게 해 온 영화제라는 점, 온라인 상영으로 이미 100만 명이 넘는 관객 기반을 확보한 점을 근거로 ‘관객이 영화제를 찾는 구조에서 영화제가 관객을 찾아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Q. 영화제에서 섹션은 중요한 개념인데, 이를 없애고 키워드로 편성한 이유.
A.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관객은 시네필보다는 환경에 관심 있는 일반 관객이 훨씬 많다. 그런 관객에게 ‘무엇을 위한 무엇’식 섹션명을 붙여도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았고, 매년 ‘이 섹션이 뭘 보여주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반복됐다.
각 작품을 가장 뚜렷하게 설명해 주는 단어를 키워드로 삼아, ‘이 영화는 환경정의, 또 다른 영화는 자원순환·에너지전환에 대한 이야기’라는 식으로 바로 읽히게 구조를 바꾸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지난해부터 섹션을 없애고 키워드 편성을 시도해 왔고 올해도 같은 방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Q. AI를 주요 화두로 삼았는데, 환경과 관련된 논쟁이 큰 만큼 어떤 기준으로 AI 관련 작품을 선정했나.
A. 처음에는 AI가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AI로 제작된 작품을 별도로 묶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만 봐도 AI 인프라가 에너지 소비와 자원 채굴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한 만큼, 단순히 기술적 호기심 차원에서 다루는 접근은 피하기로 했다.
대신 AI를 하나의 주제로 삼아 이 기술이 앞으로 환경과 사회 구조,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본격적으로 질문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별했으며, ‘AI를 빼고서는 더 이상 미래와 환경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선정 기준의 출발점이었다.
Q. 애니메이션 편수가 줄어든 이유와, 어린이·가족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
A. 키워드 가운데 ‘가족을 위한 환경영화’ 축이 따로 있다. 이 키워드를 통해 어린이·가족 관객용 작품을 찾을 수 있다.
올해 장편 환경 애니메이션의 경우 전체 제작 편수나 완성도 면에서 예년만큼 눈에 띄는 작품이 많지 않았고,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줄어든 편이다.
이는 애니메이션을 덜 선호해서가 아니라, 올해 나온 작품들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갖춘 편수가 적었다. 그럼에도 ‘길 위의 뭉치’처럼 의미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은 야외 상영과 반려동물 상영 행사로 묶어 선보일 계획이다.
Q.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 공동체 상영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며, 극장 상영 축소가 탄소중립 전략과도 연관돼 있다고 보나.
A. IN 프로그램은 20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영화제 홈페이지 공동체 상영 신청 페이지를 통해 들어오면 환경영화를 무료로 상영할 수 있게 지원한다.
극장 거점 상영을 줄인 데에는 탄소중립 고민도 분명히 작용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아예 대규모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지만, 환경영화제로서는 제한된 예산과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극장 임대보다는 콘텐츠와 상영 지원, 관객과 창작자가 실제로 만나는 자리 쪽에 더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세계청소년기후포럼, ESG 경영자 대상 상영, 상공회의소와 연계한 상영 등 특정 대상 프로그램은 관객 특성에 맞는 극장을 따로 선정해 진행할 예정이다.
Q. 올해 에코프렌즈로 가수 ‘바다’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는 영화인에 한정하지 않고, 환경과 사회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위촉해 왔다.
바다는 이미 과거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영화제와 인연을 이어왔고, 평소 환경·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보여온 만큼 올해 정식으로 제안을 했고,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해양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이름 그대로 ‘바다’라는 상징성과 함께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환기시키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2026년 4월 21일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제23회 서울 국제환경영화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순서대로 장영자 프로그래머, 최열 조직위원장, 공식 홍보대사 가수 바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 사회를 맡은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사진=허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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