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6회·인하 4회·동결 22회…2022년 빅스텝도 두 번
'서학 개미' 발언 논란에도 국민연금 해외투자 영향 공론화 이끌어
이창용 "중앙은행 신뢰는 실력이 결정…시간이 지나며 평가 이뤄질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고물가 국면에서 취임해 중동 전쟁발 환율 불안 속에 물러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의 임기를 마쳤다. 재임 중 역대 최장 기간인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기록을 세우는 한편, 두 차례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며 물가를 2%대로 낮추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성장 둔화와 부동산·환율 불안이 겹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는 후임 총재에게 넘기게 됐다.
20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에서 이임식을 열고 "통화·재정정책만으로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구조개혁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통화 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구조 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며 "임기 중 추진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앞으로의 한은에게는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빅스텝부터 장기 동결까지…4년간 이어진 금리 줄타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재임기간 내 기준금리 결정 추이. [자료=한국은행]
이 총재 재임 기간 내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은 인상 6회, 인하 4회, 동결 22회로 집계됐다. 그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2022년 7월과 10월 두 차례나 실시했다.
2023년 1월에는 기준금리를 3.50%까지로 끌어올렸다.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13일 0.25%p 금리를 인상한 이후, 2024년 10월 0.25%p의 금리 인하 결정 전까지 약 1년 8개월 가량간 한국 기준금리는 3.50%에 묶여 있었다. 무려 13회 연속 동결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된 가운데, 소비자물가 안정과 수도권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2023년 1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어 동결 조치 이후 3월 4.2%, 4월 3.7%, 6월 2.7%, 7월 2.3%로 낮아졌다. 같은 해 10~11월에는 3% 후반대로 올랐다. 이어 12월 중 다시 3.2%대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2024년 1월 2.8%대에 재진입했다. 7월에는 2.6%, 9월에는 1.6%까지 낮아졌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2024년 12월 비상계엄까지 겹치며 대한민국 경제는 역성장을 겪기도 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에는 전기 대비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25년 5월까지 0.25%p씩 네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이어 올해 4월 임기 마지막 금통위까지 2.50%로 7회 연속 금리를 고정했다.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이 발생하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터치하고, 가계부채 감소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국내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임식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이 총재. [사진=장선영 기자]
이 총재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인하뿐 아니라 동결 역시 매일 바뀌는 다양한 대내외 조건을 반영해 이뤄지므로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통·실험 확장됐지만 구조개혁 과제는 여전히 진행 중
이 총재는 2022년 4월 21일 당시 취임사에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서 물가·금융안정은 물론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부문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시장과의 소통 방식을 개선했다. 또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 한국형 점도표를 공개하고, 소버린 AI 구축과 같은 새로운 시도에도 앞장섰다. '시끄러운 한은'을 꾸려나가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또 이 총재는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았다.
이 총재는 "여기에 금리 정책을 통해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좌측)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우측)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이 총재는 "앞서 국내 투자자들을 일컫는 '서학 개미' 발언으로 인해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고, 국민연금 기금 투자 전략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뉴 프레임 워크'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 구조를 돌아볼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이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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