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나뉜 대기업 협력···기체 개발 경쟁 본격화
배터리·인증·시험인프라···상용화까지 과제 여전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엑스포(FIX) 2024에서 전시된 KAI의 미래 비행체(AAV) 모형. [사진=KAI]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국내 미래 항공 모빌리티(UAM) 산업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항공기 개발 기업과 자동차 기업, 스타트업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면서 기체 개발과 동력 시스템, 인증 체계 구축 논의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간 역할 분담 시작된 UAM 개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체결한 협력은 국내 UAM 산업 흐름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항공기 개발과 전동화 시스템 분야에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는 형태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과 KAI의 항공기 개발·체계 통합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기체 개발과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AAM 전문법인 슈퍼널(Supernal)과 KAI가 AAM 기체 개발을 추진하고, 현대차·기아 항공파워트레인 사업부는 항공용 전동화 시스템 상용화에 협력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KAI와의 협약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 개발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선보여 모빌리티의 지평을 하늘길로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도 “KAI의 고정익·회전익 체계종합 역량과 현대차그룹의 대량 생산체계, 모빌리티 생태계가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AAM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이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 중요한 시너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체 개발 경험과 자동차 제조 기반이 결합하면 원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합류…개발 생태계 활성화
스타트업들도 실제 비행시험과 기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동 틸트 팬제트 기반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를 개발하고 있는 에어빌리티는 현재 축소형 프로토타입 비행시험을 마친 상태다. 에어빌리티는 향후 100kg 이상 화물 운송이 가능한 6m급 물류용 무인기와 2명이 탑승할 수 있는 1300kg급 유인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안민영 에어빌리티 부대표는 “6m급 기체는 약 2년 내, 2명이 탑승할 수 있는 1300kg급 유인기는 약 4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대표는 최근 KAI와 현대자동차그룹의 협력과 관련해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인재, 자본이 함께 유입된다”며 “대기업 진입은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UAM 시장은 여객기처럼 기체 형상이 고착화된 시장이 아니라 기체별 형상과 구조가 달라 장단점이 뚜렷하다”면서 “기체 형상이 다양해질수록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부대표는 스타트업 경쟁력으로 ‘빠른 실행’을 꼽았다. 그는 “빠르게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향후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시점에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케일업하는 구조가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가 개발 중인 전동 틸트 팬제트 기반의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사진=에어빌리티]
상용화까진 과제 여전…국내 UAM, 현실론도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실제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그 배경으로 배터리 기술 수준과 인증 체계, 시험 인프라 부족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기술 수준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기술 수준이 올라가는 시점에 맞춰 개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비(Joby)나 아처(Archer) 같은 선도 업체들이 먼저 상용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이들 업체를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부대표도 조비나 아처가 상용화를 먼저 시작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기체가 곧바로 들어올지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조비가 전 세계 수요를 모두 감당할 정도로 기체를 빠르게 생산하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 투자를 많이 한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미국과 중동, 일본 등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도 업체들의 공급 물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국내에서는 자체적인 개발과 시험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부대표는 “시뮬레이션만으로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실제 비행시험을 진행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기동력 항공기 시험을 위한 공역과 테스트 시설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본격적인 도심 승객 운송 서비스에 앞서 공공·군용 분야 중심으로 초기 운용을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환경에서는 공공이나 군용 분야에서 먼저 운용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군용 분야는 민간보다 인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 시장 형성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 역시 단순 개발비 지원보다 실증 환경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부대표는 “완제기 개발을 정부가 직접 끌고 가기보다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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