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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 미룬 유럽車 삼키는 中…공급망 투자 2.5배 늘렸다

중국이 유럽 자동차 부품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지역 내 자동차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막후에서 넓히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완성차 업체가 사업 재편을 미루면서 먼저 어려워진 협력 업체들을 중국이 장악하는 것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주펜하우젠의 포르쉐 공장에서 직원이 완성된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유럽 자동차 부품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지역 내 자동차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막후에서 넓히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완성차 업체가 사업 재편을 미루면서 먼저 어려워진 협력 업체들을 중국이 장악하는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컨설팅 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 전기차 공급망 투자가 2022년 29억 유로(약 4조 원)에서 2025년 71억 유로(11조 원)로 2.45배 급증했다.

유럽 개별 자동차 업체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도 2022년 4건(3억 9300 만 달러)에서 2025년에는 9건(7억 7727만 달러)으로 늘었다. FT는

중국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130곳 이상의 자동차 부품 기업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투자 대상은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자동차 생산 거점에 집중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중국의 자동차 분야 기업 인수 9건 중 6건이 독일에서 이뤄졌고 거래액도 6억 4600만 달러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공급망 투자 자체도 늘었다. 독일의 니더작센주

(州)

등 자동차 산업 주력 지역에는 베이징자동차를 비롯해 선전 커다리, 쥔성전자, 옌펑 등 중국 부품사들이 배터리·안전장치·시트 분야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BMW 등 현지 완성차는 물론 독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둔 CATL에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중국이 부품 기업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유럽연합(EU)의 자국 보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U는 유럽산 자동차 부품과 노동력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 부품 회사를 인수하면 적은 비용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현지 조달 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

중국은 유럽 각국이 외국인 투자 심사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전인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현지 기업들을 직접 인수했다. 자금난이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부품 기업들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2017년 중국 닝보지펑이 자동차 내장재 업체인 독일 그라머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그라머 경영진은 보스니아 하스토르 가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닝보지펑이 경영진 측 우호 지분을 사들이면서 ‘백기사’로 등판했다. 중국 럭스셰어도 지난해 경영난에 시달리던 자동차 케이블 업체인 독일 레오니에 인수에 성공했다.

규제가 높아진 최근에는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중국 투자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정을 개정했지만 투자 승인을 뒤집을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는 무산됐다.

포드는 올해 중국 지리와 합작사를 설립해 가동률이 26%에 불과한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2028년부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을 생산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도 중국 리프모터·둥펑과 각각 합작사를 세우고 유럽 내 기존 공장을 활용해 중국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FT에 “중국이 자국산 자동차 수출을 늘리고 현지 기업 지분을 확보하거나 합작법인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이 맞닥뜨린 10년간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자동차 업계는 비효율적인 경영 구조로 사업 재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최대 완성차 제조 업체 폭스바겐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최대 10만 명의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를 추진했지만 노조와 니더작센주의 동의 없이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법률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나 스텔란티스, 프랑스 르노의 일부 공장의 가동률은 17~28%에 불과할 정도여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한 피아트의 이탈리아 카시노시의 자동차 공장 근로자인 티시 씨는 “5월 이후 근무를 하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는 기본적인 지출도 줄였다”고 말했다. 이 공장들은 중국 둥펑이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시노 시장인 엔조 살레라는 “생산시설을 이 공장들로 이전하는 파트너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부품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인 데다 완성차 업체의 가격 인하 압박 속에서 마진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독일 내에서도 반도체 제조 업체인 인피니언의 이익률은 21.5%였지만 자동차 부품 업체 ZF의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 부문의 이익률은 -2.8%로 큰 차이를 보였다.

파리 소재 컨설팅 업체 두웰두굿의 세바스티앵 프렌도 최고경영자(CEO)는 “머지않아 세계 10대 부품 업체 가운데 2~3곳이 중국 기업이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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