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오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한화 무인기 '모하비 스톨'이 이륙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드론은 이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취미 생활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그 범용성이 충분히 입증되면서 대중의 일상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 인공지능(AI) 반도체, 센서와 통신, 배터리와 자율 비행이 하나의 기술 체계로 묶이면서 미래 운송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세계 곳곳의 전장에선 승패를 가르는 ‘게임체인저’의 역할도 맡는다. 민간과 군에서 필요에 따라 개발된 기술들이 빠르게 융합되고, 실제 운용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선과 연결되면서 경쟁 방식도 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서비스 혁신과 상용화의 속도다. 어느 국가가 우수한 드론 한 대를 개발했는가보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신속하게 실증해서 시장에 진입시키는가, 운용의 경험을 다시 기술 혁신과 양산·수출로 연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렇게 경쟁은 기술을 넘어 기술·인력·제도·시장의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 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기술 기반이 구축되면서 지난해 드론특별자유화 구역은 전국 67곳으로 확대됐고, 정부·공공기관과 산업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드론산업얼라이언스(DIA)도 출범했다. 농업·소방·건설 및 시설관리·물류·항공 분야의 ‘드론 5대 완성체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올해에는 드론 실증도시 사업에 30개 지방자치단체, 상용화 지원 사업에 19개 기업의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선도국들을 추격하는 위치에 있다. 기술이 개발됐더라도 사업화 단계로의 전환 속도가 늦어지는 게 문제다. 얼마나 많은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했는가의 단계를 넘어 시장에서 기술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기업의 현금 흐름으로 실현됐는가로 그 성과를 판단해야 할 때다. 문제는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는 속도다.
지난 16일 ‘2026 국방 드론기술전’에 참여한 민간 드론 일부가 잇따라 추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첨단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민간 기업의 기술을 실제 군 환경에서 시험·검증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 행사였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일부 업체의 제품이 시연에 성공하지 못한 건 실패라기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이 기회에 드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을 정리해 보자. 첫째, 시장의 기반을 다지는 지원 정책이다. 정부 사업의 평가부터 개발 숫자나 비행 횟수 등의 양적 성과에서 인증과 구매 계약, 양산과 수출 등 후속 사업의 연계 등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 개발에서 생산과 시장까지 이어지는 연구개발(R&D)→실증→인증→조달→양산→운용·유지보수→수출로 양산체계가 구축돼 매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 구축과 상용화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둘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인증체계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선 항공 안전과 보안을 위한 규제 자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개발자가 어떤 기준을 충족하면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사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사업 지연과 축소 등으로 이어진 국내외 사례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드론 배송 서비스(Prime Air)는 비가시권비행(BVLOS) 및 도심 운항 안전 기준에 대한 승인 지연, 지역별로 상이한 규제 기준으로 인해 상용화 일정이 반복해 지연됐고 서비스 확대도 여전히 제한받는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BVLOS 허가 기준과 절차가 국가별로 달라 물류·시설 점검 드론 서비스의 상용화 확대에 제약이 되고 있다. 분야별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되 기존의 인증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중복 절차를 줄이고, 실제 비행체에 탑재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위험의 검증에 역량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민간 사업자에겐 관련 부처마다 요구하는 다양한 규제도 혼란스럽다. 개발 초기부터 통과할 시업의 경로와 절차를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와 공공 부문이 초기 시장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실증과 인증을 통과한 기술이라도 양산 제품을 구매할 시장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초기 단계에선 정부와 공공기관이 생태계 형성을 돕는다. 신제품은 수출을 염두에 두더라도 국내 운용 실적이 부족하면 해외의 잠재 고객 확보에 고전하기 때문이다. 공공 분야에서 축적한 운용 실적과 데이터는 민간 시장의 창출과 해외 시장의 진출에서 해당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넷째, 국방 수요를 기술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간에서 앞서가는 AI, 자율비행, 영상처리, 통신과 배터리 기술은 군의 정찰·군수지원과 통신 중계 등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고, 국방에서 요구되는 항재밍, 통신보안, 극한환경 운용과 고도의 신뢰성 기술은 다시 민간 드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보유한 역량과 정보를 활용해 군의 실제 수요와 민간의 혁신 기술을 조기에 연결하고, 시험·검증의 성과가 후속 수요와 산업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국방의 역할은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기술 소요를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운용·검증하며 초기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적 수요자가 되는 데 있다. 민간 기술이 국방 영역에서 활용되고, 군에서 확보한 고신뢰성 기술과 운용 경험이 다시 민간과 수출 시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 이를 통해 민·군에서 적용한 기술들의 상호 적용으로 개발과 운용 시스템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
끝으로 민관군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드론은 정부 유관 부처의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복합 산업.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이 각자의 전문성과 정책 목표에 따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림·소방·경찰·해양 등 공공 부문도 드론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수요처다. 기관마다 정책과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개발 주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생태계 조성이 우선이다. 기업은 기술과 시장을 개발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를 확대해 시험평가·표준화의 기준들을 제시하며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정부와 공공기관·군은 관련 제도들을 혁신하고 실제 수요를 발굴하는 범부처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산업의 성패는 국가적으로 분산된 기술·인력·제도·수요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공동의 목표인 상용화를 달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드론은 미래의 산업이 아니다. 경제와 국민의 삶, 재난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 생성 중인 산업이다. 기술이 제품이 되고, 제품이 시장을 만나며, 실제 운용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이 다시 기술 혁신으로 돌아오는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산업계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은 지속돼야 한다. 지금은 드론을 R&D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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