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에너지 위기 공동 대응
한수원, 佛 원전기업과 MOU
핵심광물 공급망 등 협업 통해
2030년 교역액 200억弗 목표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방한 환영 오찬에서 건배 후 손을 맞잡으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가 원자력과 해상풍력·첨단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에 나섰다. 양국은 글로벌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추진하는 한편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며 협력 범위를 경제를 넘어 안보 분야까지 넓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연료 공급부터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까지 이어지는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양국 협력 확대 방안과 관련해 “민간 원자력 분야도 포함된다”며 “원자력 융합이나 레이저 분야 등에서도 연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오라노·프라마톰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원전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료 공급 안정성과 설계·정비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라노는 우라늄 채굴부터 농축, 연료 제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까지 담당하는 핵연료 전문 기업으로 프랑스 원전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재처리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최근 중동·아프리카 정세 불안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프라마톰은 원자로 설계와 핵심 기기 제작,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 주요 설비를 생산하고 전 세계 원전 정비를 수행한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대주주로 참여해 국가 원전 전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국의 시공·공정 관리 능력과 프랑스의 연료·설계 기술을 결합할 경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료·설계·시공’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통해 단일 국가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 대응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양국이 핵심 국가기술인 원전 협력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의 여파가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세계경제와 에너지 분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상풍력 분야 MOU도 같은 맥락으로 한수원과 EDF가 전남 영광 해마 해상풍력 발전사업 공동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한수원은 지분 참여와 함께 사업 관리 및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역할을 맡고, EDF 역시 지분 참여와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양국은 원자력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뿐만 아니라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기술 등 첨단산업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AI·반도체·양자 협력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과 산업 안정 기반을 동시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협력 확대 목표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1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며 “2030년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문화·인적 교류 확대도 병행된다. 양국은 워킹홀리데이 협정 개정과 항공 협정 개선 등을 통해 교류 기반을 확대하고 ‘인적 교류 100만 명 시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불안정한 국제 환경 속에서 다자주의적 해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흐름 속에서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양국은 9월 국제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 공동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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