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선호출처 추가
지방 소멸과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법으로 '메가시티'와 '행정통합'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거창한 구상과 달리 지자체 간의 주도권 싸움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말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가운데 결성 10주년을 맞은 '해오름동맹'(울산·포항·경주)이 발표한 미래 청사진은 초광역 협력이 나아가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영리한 문법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어제 울산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세 도시가 내놓은 핵심 카드는 거창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었다. 바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즉각 혜택을 피부로 느끼는 '생활밀착형 시책'이다. 경계 지역에서 울산페이나 경주페이 같은 지역화폐를 교차 사용하고, 주소지와 상관없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혼용하며, 이웃 도시의 공영주차장과 주요 관광지에서도 지역내 시민과 똑같은 할인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이다. 시민의 지갑을 열어주고 불편을 덜어주는 '알짜배기' 정책들이다.
그동안 해오름동맹은 광역지자체인 울산과 경북도 산하 기초지자체인 포항·경주의 만남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거대 담론을 추진하기엔 행정권역의 벽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영남권에서 부울경 통합이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지각변동이 일면서 동맹의 결속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오름동맹은 제도적 결합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중심의 실속형 생활동맹으로 전열을 정비하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법을 바꾸고 행정 구역을 합치는 지난한 소모전 대신, "시민의 생활권부터 먼저 하나로 묶겠다"는 역발상이다.
말만 무성하고 정작 주민들의 삶은 바꾸지 못하는 거대 메가시티 잔혹사 속에서, 해오름동맹이 보여준 '시민체감형 시책'은 지방시대 초광역 협력의 가장 완벽한 모범답안이다. 거시적 성장을 위한 덩치 키우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방 행정의 본질은 시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해오름동맹의 영리한 실리주의가 무너져가는 지방을 살릴 진정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울산신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