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특사경 중 최대 수사조직
국산 가장 수출·전략물자 우회 '무역범죄'
한 사건서 복합 범죄 얽히는 구조
데이터·자금·물류 흐름 동시 추적
◆…서울세관 조사1국 특수조사과 특수 1팀. (왼쪽부터) 하종현, 이채정, 서경호(팀장), 신민희, 송성민 주무관.
"같은 물건인데 원산지만 바뀌어 있었다."
무역은 국가 간 거래이지만, 때로는 범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수출입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원산지가 바뀌고 자금 흐름이 뒤틀린 거래가 숨어 있다.
한 사건에서는 수입과 수출 물품이 동일했음에도 원산지만 바뀌어 있었고, 또 다른 사건에서는 하나의 거래를 따라가자 자금세탁과 차명거래, 불법 수입이 연쇄적으로 얽혀 있었다.
국제 정세 변화와 함께 범죄 수법도 빠르게 정교해지는 가운데 이를 추적하는 조직의 역할 역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물품 단속을 넘어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수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서울세관 조사1국 특수조사과는 이러한 '무역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데이터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확인하고, 다시 분석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거래의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특수1팀 사람들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반갑습니다, 특수1팀을 소개해주세요.
특수조사과는 사회적 이슈와 민생·국가경제를 침해하는 중대 사건에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운영되는 전담 조직입니다. '특수'라는 이름처럼 조사국 내부에서도 전문성이 높은 부서로 꼽히며, "특수조사과는 한 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무 경험이 축적된 인력들이 자부심을 갖고 오래 근무하는 편입니다.
특수1팀은 팀장 포함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원산지 조작, 전략물자 우회 수출, 불법 외환거래, 자금세탁 등 무역범죄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각자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하지만, 사건이 복합적인 경우에는 역할을 나눠 팀 단위로 대응합니다.
팀원들의 강점도 비교적 분명합니다. 서경호 팀장이 수사의 큰 방향을 조율하고, 신민희 주무관은 수석반장으로 중대한 사건을 주로 맡고, 이채정 주무관은 이공계 기술 구조 파악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송성민 주무관은 자금흐름과 거래구조 추적이 특기이며, 하종현 주무관은 실무 지원을 맡아 현장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Q. 팀 분위기와 조직문화는 어떤가요?
외부에서는 조사부서라고 하면 딱딱하고 위계적인 분위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시간 함께 사건을 처리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특수1팀은 사건이 복합적이고 팀 단위 협업이 많은 만큼 수사기법이나 현장 경험, 실무 노하우를 혼자만 갖고 있기보다는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신규 직원이 와도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는 편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내부에서도 특수조사과, 특히 특수1팀이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하하).
Q. 특수조사과는 일반 조사부서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특수조사과 수사범위(서울세관 제공).
관세청의 조사업무는 크게 일반조사와 외환조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조사는 주로 물품과 관련된 범칙사범을, 외환조사는 불법 외환거래와 관련된 범칙사범을 조사합니다. 반면 특수조사과는 중대사건 전담 부서로서, 일반 조사와 외환 조사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건 전체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건 안에 원산지 조작, 대외무역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 부서에서는 분야별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을, 특수조사과는 하나의 범죄 구조로 보고 통합적으로 수사합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물품 단속 수준을 넘어,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 관련자 네트워크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속도와 집중도입니다. 일반 조사부서는 법정 처리기한이 정해진 여러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수조사과는 시의성이 높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더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됩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무역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은 빠르게 전담해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그 일을 특수조사과가 주로 맡습니다.
Q. 특수조사과의 조사권한은 어디까지인가요? (경찰 수사와 차별점은)
일반적으로 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역·외환 분야는 거래 구조와 법령이 복잡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이 때문에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세청 특사경은 수출입 전 과정과 대외무역 거래를 직접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수출입 물품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자금까지 포함해 수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관세법, 대외무역법, 외국환거래법 같은 무역·외환 관련 법령은 물론이고, 수입물품과 연계된 식품·의약·화장품 등 안전 관련 법령 위반,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전 부처 특사경 가운데서도 수사 범위가 가장 넓은 편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하나 특징은 수사 방식입니다. 관세청은 거래 구조나 물류 흐름, 통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수사기관처럼 사건 발생 이후를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 단계에서부터 이상 징후를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수조사과는 일반 조사와 외환 조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관세청에 부여된 모든 수사 권한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사건을 처리하는 조직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 최근 무역범죄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나요?
◆…서울세관 특수조사과 특수1팀 서경호 팀장.
최근 무역범죄는 국제 정세와 무역환경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전략물자나 통제 대상 품목을 제3국으로 우회 수출하거나 품명을 바꿔 수출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대중국 보복관세 강화 이후에는 중국산 물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으로 수출하는 이른바 '국산 가장 수출' 수법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범죄 수법도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한 업체가 장기간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반복하기보다는 짧은 기간 동안 법인을 신설해 거래를 몰아서 진행한 뒤 폐업하거나 거래를 끊는 방식으로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형상 정상 거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원재료 명세서, 작업일지, 수출입 서류 등을 체계적으로 조작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자금 흐름과 물류 흐름, 실소유 관계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사건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역범죄가 단순 밀수 수준을 넘어 국제 거래구조와 제재 체계를 악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국산 가장 수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서울세관 특수조사과 특수1팀 송성민 주무관(왼쪽)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산 가장 수출은 외국산 물품을 수입한 뒤 이를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실질적으로 변형한 것처럼 꾸며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표시해 수출하는 수법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가공을 거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는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일지, 원재료 명세서, 공정 자료, 거래 서류 등을 조작해 세번 변경이나 부가가치 발생 등 원산지 인정 요건을 갖춘 것처럼 허위 소명하는 사례가 나타납니다. 특히 수입 당시와 수출 당시의 품명, 중량, 세번이 거의 동일한데도 원산지만 바뀌어 있는 경우, 수사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범죄는 단순히 원산지를 속이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에 부과된 보복관세나 수출통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적발되면 관세법 위반 차원을 넘어 무역질서 교란과 국제 제재 회피 행위로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Q. 최근 적발한 중국산 반도체 장비 미국 우회수출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반도체 웨이퍼 세정장비(참고용 이미지).
해당 사건은 미국의 대중국 보복관세 강화라는 국제정세 변화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관련 장비가 미국 시장으로 우회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기획분석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거래 흐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습니다.
수입 물품과 수출 물품을 비교해보니 품명, 중량, 세번이 모두 동일했는데 수출 단계에서만 원산지가 한국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혐의가 명확하니 "국내에서 일정한 가공이 있었는지 확인하면 사건이 정리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방문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업체도 초반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나중에는 번복했습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될수록 업체 측 설명에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국내에서 실질적 변형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제출된 작업일지와 원재료 명세서가 실제 수입 시점이나 물류 흐름과 맞지 않았고, 세번 변경이나 실질적 가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사건은 단순 확인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압수수색과 증거 분석 단계로 확대됐습니다.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허위 자료 작성 정황이 분명해졌고, 결과적으로 중국산 장비를 그대로 들여와 국내 생산품처럼 꾸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특수1팀은 이런 범죄를 어떤 방식으로 적발하나요?
"데이터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확인하고, 다시 분석으로"
저희는 무역데이터, 외환거래 내역, 물류 흐름, 관련자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상 신호를 포착합니다. 예를 들어 수입과 수출 물품이 구조적으로 동일한데 원산지만 바뀌는 경우, 신설 법인이 단기간에 대규모 거래를 하는 경우, 평소 거래가 없던 국가와 갑자기 거래가 급증하는 경우 등은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됩니다.
또 단순 신고서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박이나 화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외환 송금 내역을 확인하며, 거래 상대방의 실체와 거래 구조를 함께 점검합니다. 무역범죄는 물류와 자금의 흐름을 같이 봐야 실체가 드러납니다.
현장조사 역시 중요한 과정입니다. 데이터상 이상 징후가 있다고 해서 바로 범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실제 사업장 상황과 제출 자료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자금세탁 사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서울세관 특수조사과 특수1팀 신민희 주무관(왼쪽)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무역을 가장한 자금세탁 사건은 실제 물품 거래가 없거나, 거래 규모와 자금 흐름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무역대금 지급처럼 외형을 꾸며 해외로 송금하거나, 우리나라를 중간 경유지처럼 활용해 국제 제재 대상국 또는 고위험 지역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겉으로만 보면 무역업체나 종합상사의 정상 거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해당 업체의 규모, 업력, 과거 거래 실적, 거래 상대방의 실체, 송금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신설된 법인이 갑자기 거액 외환거래를 하거나, 사업 실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금액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그 구조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실제로 특수조사과는 우리나라를 국제 자금세탁 통로로 이용한 수천억 원대 외환범죄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단순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라, 국가 신뢰와 국제 금융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습니다.
Q. 각자 하고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경호 팀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서경호(팀장) : 관세청을 대표하는 특수조사과의 수사팀장이라는 자긍심과 더불어 그에 따른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 15년째 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무역 환경속에서 진화하는 범죄수법에 대응하여야만 하기에 많은 긴장과 어려움이 있지만, 훌륭한 팀원들이 있어 좋은 성과를 나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민희: 현재 수석반장으로 팀원들과 함께 무역범죄 단속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 변화로 무역안보 위협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으며,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요소를 신속히 파악하고 선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팀원들과 협업하며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채정: 2024년 특수조사과로 발령받았을 당시 낯선 조사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과장님과 팀장님, 선배들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팀 분위기가 큰 힘이 됐고, 이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구성원이 되고 싶습니다.
송성민: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며 실체를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사안을 접할수록 스스로의 부족함을 체감하며, 보다 정교한 수사기법과 전문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실을 밝혀내는 수사관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하종현 : 베테랑 선배님들로부터 배우면서 하나하나 사건을 해결해가고 있으며, 저는 수사 업무 외에도 비품관리나 회계 등 지원업무도 같이 담당하고 있는데, 저의 작은 수고가 팀과 과의 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제 정세와 무역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무역범죄의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복잡화되고 있습니다. 단순 밀수나 허위신고 수준을 넘어, 제재 회피, 원산지 조작, 자금세탁, 초국가적 범죄로까지 확대되는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략물자 불법수출, 국산 가장 수출, 자금세탁 등 무역질서를 교란하는 범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하는 범죄 유형에 맞는 수사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정상처럼 보이는 거래를 끝까지 의심하는 것, 그것이 특수조사과의 수사입니다.
◆…서울세관 조사1국 특수조사과 특수 1팀. (왼쪽부터) 이채정, 하종현, 서경호(팀장), 신민희, 송성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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