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TC 본더 그리핀.(자료=한미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딩 장비(본더)를 둘러싸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양사는 특허 침해 여부와 소송 정당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에서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장비인 그리핀, 드래곤이 플럭스 도포 검사와 평탄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금 10억원, 해당 장비의 폐기를 요구했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지난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이 TC 본더 특허 기술을 도용해 제품을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특허 무효소송과 겹치면서 공판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한미반도체가 제기한 소송과 달리 한화세미텍이 원고인 특허 무효소송의 진행이 더 빠르다. 이날 첫 공판이 진행된 것이다.
원고인 한화세미텍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은 "원고의 제2 특허 청구 범위를 보면 검사용 광원으로 청색광을 명시하고 있으나 피고 한미반도체는 백색광을 쓴다며 비침해를 항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고가 과거 공개한 영상을 보면 실제로는 청색광을 조사하는 모습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침해 특허는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제2 특허는 TC 본더가 플럭스 도포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방식이다. 플럭스는 TC 본딩 시 칩 사이사이에 도포하는 접착용 화학 물질이다. TC 본더는 본딩을 진행하기 전 플럭스가 고르게 도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광원을 비춰 검사한다. 한화세미텍은 제2 조명과 400~500나노미터(nm) 파장의 청색 광원을 아래에서 위로 쏴 탐지 영역을 설정하는 특허를 보유했다.
한미반도체도 그리핀과 드래곤 TC 본더에 해당 특허와 비슷한 업루킹(Up-looking) 비전 기술을 적용했다. 한미반도체 법률대리인인 세종은 청색이 아닌 단일 백색광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한화세미텍 변호인은 2024년 언론이 공개한 한미반도체 TC 본더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영상 내 한미반도체 TC 본더를 소개하는 구간에서 청색광을 비추는 장면이 포함됐다.
한미반도체 변호인단은 "해당 장비가 한미반도체의 그리핀 장비는 맞다"면서도 "한미반도체 TC 본더는 400~500nm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지 않으며, (플럭스용) 노즐이 칩보다 커서 특허처럼 별도의 탐지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한화세미텍의 특허는 애초에 플럭스를 분사하는 노즐 크기가 칩보다 작은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화세미텍 변호인은 "400~500nm 파장 대역을 제외하고 백색광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피고의 주장은 과학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백색광은 여러 개의 파장으로 이뤄진다. 가시광선을 구성하는 380~780nm 전 영역이 적절한 비율로 섞이면 백색광이 만들어진다. 인공적으로 만드는 백색 발광다이오드(LED)는 450nm의 청색 파장과 550~600nm의 황색 파장을 섞어 구현한다.
한미반도체 변호인단은 "조명을 사용하는 기술적 의의가 다르고 파장도 다르다"며 향후 준비 서면을 통해 광원의 기능과 파장의 차이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답했다.
양사는 제1특허와 제3 특허로도 공방을 벌였다. 제1 특허는 TC 본더에서 칩의 금속 돌기(범프)에 플럭스가 고르게 도포됐는지 확인하는 장치와 검사 방법이다. 한화세미텍은 미도포된 범프 개수를 세어 불량을 판별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세미텍 변호인은 한미반도체가 불량 판별을 명암(그레이 밸류) 영역 기준으로만 바꿨을 뿐 실제로는 특허를 균등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균등 침해는 침해 제품이 청구범위의 구성요소 일부를 균등한 구성요소로 변경해 포함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부라도 균등물이 있다면 균등 침해가 성립된다. 반대로 균등물이 아니라면 특허침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미반도체 변호인단은 이 기술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선행 발명이 있으므로 무효라고 맞섰다.
제3 특허는 플럭스 도포 후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스퀴지 부품과 그 간격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한미반도체는 해당 기술 구현에 필요한 탄성체인 스프링이 TC 본더에 없으므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화세미텍은 "위치만 다를 뿐 스프링이 존재한다"라고 반박했다.
재판 종료 후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의 모든 기술은 오랜 연구개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장을 교란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기술 침해 행위에 대해 법적 절차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양사는 이날 민사소송 외에도 특허법원에서 별도의 특허무효 심판과 특허권자 정정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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