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지도자 인생에 이런 반전 드라마가 또 있을까.
FC서울의 통산 7번째 우승을 일궈낸 ‘수장’ 김기동 감독은 한때 ‘욕받이’ 신세였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23년 12월 ‘명가 재건’에 애를 먹던 서울의 제15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첫 시즌이던 2024년 K리그1 4위로 차지하며 5년 만에 서울의 파이널A행을 이끌었다. 또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무대로 인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거센 야유와 마주했다. 2년 연속으로 파이널A 진입(6위)에 성공했지만 시즌 내내 기복 있는 경기력과 더불어 ‘기성용 이적 이슈’로 서포터 ‘수호신’을 비롯해 팬에게 뭇매를 맞았다. 상암벌엔 “김기동 나가!”가 매경기 쩌렁대게 울려퍼졌다.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김 감독은 지도자 인생을 내걸었다. 고착화한 선수단 리더십을 개편하면서 계약이 끝나는 3년 차인 2026년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김진수를 비롯해 문선민, 송민규 등 전북 현대에서 우승 경험을 한 베테랑과 더불어 클리말라, 바베츠, 로스를 통해 척추라인을 다졌다. 고질적인 약점이던 골키퍼엔 구성윤을 수혈했다.
보란듯이 이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초반부터 선두 독주 체제를 이뤘다. 김 감독은 변형 4-4-2를 바탕으로 지향하는 빠른 공수 전환 색을 완성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특급 스타 제시 린가드가 지난해를 끝으로 팀을 떠났지만, 모든 구성원이 더 큰 책임감을 품고 뛰는 ‘원 팀’ 문화로 거듭났다. 특히 서울은 다른 기업 구단과 비교해 벤치 자원이 약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갭이 크다. 시즌 중반 여름 이적시장에서 울산HD나 전북처럼 모기업에서 지갑을 여는 구조도 아니다.
송민규가 지난여름 포르투갈 CD나시오날로 이적하고 조영욱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악재가 따랐을 때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은 김 감독의 지략과 더불어 주력 요원이 큰 부상 없이 지혜롭게 경기를 운영하며 ‘연패 없이’ 순항을 지속했다. 상암벌은 어느덧 김 감독을 향한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기어코 김 감독이 내건 ‘약속의 3년 차’를 우승으로 완성했다. 그는 “2024년 1월3일이었다. 이 자리(취임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자분께 한 얘기가 떠오른다. ‘FC서울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겠다. 3년 내 우승하겠다’고 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했다.
포항 시절 FA컵 우승(2023년)을 차지한 그는 서울에서 지도자로 첫 리그 우승을 맛봤다. “K리그1 우승은 계획 안에 있던 것”이라고 말한 김 감독은 “이게 끝이 아니다. 또다른 목표를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K리그1 연속 우승이나 ACL 우승 등 여러 목표가 내 안에 있다”고 다짐했다.
어려운 과정에 지지해준 가족 얘기도 꺼냈다. “2020년에 (포항에서) 감독상을 받을 때 스스로 ‘(인생의) 98%가 축구, 1%가 가족, 나머지 1%가 골프’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아내가) 서울로 갈 때 ‘내가 1% 포기하겠다. 99% 축구하라’고 했다. 그래서 ‘당신도 포기했는데 나도 포기해야지’라고 답했다. 3년간 100% 축구에 매진했다. 항상 내 편에서 좋은 얘기, 조언해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구단은 김 감독과 연장 계약을 두고 협상 중이다. 긍정 기류를 타고 있으며, 조만간 세부 조건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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