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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획] 일상 파고든 ‘지역 혐오’···"처벌보다 부끄러움 알게 해줘야"

“혐오 표현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어려서부터 혐오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감각을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공감과 연대로: 전라도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⑤·끝 임미애 국회의원

표현의 자유·규제 딜레마… 해법은 정교한 제도 설계

정부 아닌 사법부가 엄격한 요건으로 판단해 처벌해야

예방·교육·구제 함께 설계…플랫폼 책임 물어야 효과

임미애 국회의원.

“혐오 표현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어려서부터 혐오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감각을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하는 ‘전라도 혐오’를 두고 대구·경북(TK) 출신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내린 처방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의미인지 조차 모른 채 내뱉고 있는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다. 처벌에 앞서, 교실 내 교육과정에서 지역 혐오를 포함한 반차별 교육이 이뤄져야 이른바 ‘백래시’(사회적·정치적 저항)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청소년이 혐오 표현을 주로 접하는 플랫폼이 혐오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상 속에 스며든 혐오 표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법을 찾아온 임 의원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제도적 개선 방안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7월 광주 반도체 투자를 두고 국민의힘과 대구경북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감정으로 갈라치기 할 때, “호남 가면 정치적 압박이고 경북 오면 균형발전인가”라고 비판했다. 대구경북에 기반을 두신 국회의원으로서 쉽지 않은 발언이었을텐데.

▲반도체 투자는 전력, 용수, 인력, 산업 기반을 따져 정할 일이다. 그런데 호남에 가면 정치적 압박이라 하고 경북에 오면 균형발전이라 하면 기준이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이중 잣대는 호남을 정책의 주체가 아니라 공격의 대상으로 만든다. 경북을 기반으로 일하는 정치인이지만, 우리 지역의 몫을 말하면서 다른 지역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균형발전은 어느 지역에서든 같은 원칙이어야 한다. 지역을 편 가르는 정치는 결국 모든 지역에 손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지역과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대접받을 때 지켜진다.

임미애 국회의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역사적 맥락을 겪지 않은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전라도 혐오가 일상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이 어떤 말이 혐오인지 모른 채 쓰는 일이 가장 걱정이다. 첫째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지역 혐오를 포함한 반차별 교육을 넣어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 교육과 함께 다뤄야 효과가 있다. 둘째, 교사가 바로 쓸 수 있는 수업 자료와 사례를 정부가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시민교육으로 온라인의 말이 실제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넷째, 플랫폼이 청소년에게 퍼지는 혐오 콘텐츠를 걸러 내도록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처벌보다 먼저 혐오를 부끄러워하는 감각을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특정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에는 실질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향에는 공감한다. 혐오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사법부가 판단해야 하고, 대상과 요건도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 그래야 비판이나 풍자까지 막는다는 우려를 줄일 수 있다. 효과도 있다고 본다. 혐오를 퍼뜨려도 책임이 없다는 인식이 지금 가장 큰 문제다. 책임을 묻는 장치가 생기면 혐오를 방치해 온 플랫폼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관련 입법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 혐오를 막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그동안 혐오를 제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과 정치적 공방이다. 혐오의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정치 세력이 혐오 문제를 진영 싸움으로 바꾸는 점도 합의를 어렵게 한다. 개선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혐오 표현의 개념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입법이다. 둘째는 플랫폼이 혐오 콘텐츠 신고를 받고 처리할 책임을 법에 담는 일이다. 셋째는 피해자를 위한 구제 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처벌만 앞세우기보다 예방, 교육, 구제를 함께 설계해야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치권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역 갈라치기’를 가장 손쉬운 표 계산과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악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은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온 포럼을 주최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갑)은 전두환의 행위가 내란이 아니라고 말했다. 5·18과 전두환의 내란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역사다.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이 이를 부정하며 혐오를 부추기는 모습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런 일은 호남을 향한 낙인을 다시 키운다. 이 구조를 깨려면 정치와 정당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 부정과 지역 비하 발언에는 공천과 징계에서 불이익을 주는 기준을 둬야 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이를 우선 심사해야 하고, 유권자도 혐오로 표를 얻으려는 정치에 표로 답해야 한다.

정리=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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