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중요해지는 '소버린 AI'
규모 대신 확장성에 집중해야
주력산업 성과 내는 AI도 필요일론 머스크가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6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 포럼은 불안한 세계정세를 논하는 동시에 각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더 선명해지는 자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은 그 의지와는 반대로 점점 글로벌 공급망의 독과점 구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미중 양강 구도가 고착되며 3위의 의미는 옅어지고 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한 반도체는 미국·한국·대만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각국은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견국 간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은 기술적 차원을 넘어 자본의 집중도와 컴퓨팅-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게임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기술력·자본력 양대축 구도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의 기술 주권 전략은 점점 실효성을 잃어간다.
글로벌 공급망은 자유무역 철학을 기초로 분업 체계에 기반한 경제적 효율을 가치로 내세워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기도 전인 20세기 말부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가치는 효율보다는 기술 진화 방식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의 혁신 엔진으로 자리매김해온 반도체-AI는 각 영역이 고도로 조직된 수백·수천 단계의 지식-인프라-데이터 피드백 루프로 빠르게 진화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는 분업 효율보다는 진화의 병목 제거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AI에서의 기술 자립은 더 이상 국가 의지만으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 자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분 내재화나 공급망 다변화 역시 너무 커져버린 글로벌 공급망에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효율이나 혁신의 고도화 같은 가치를 넘어 추구돼야 하는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전력망이나 통신망은 네트워크 붕괴 시,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최악의 경우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재앙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가 경제적 실익보다 우선시된다.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국내 산업 보호라는 요소 역시 경제적 실익이나 혁신의 고도화에 앞서 고려될 수 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적극 활용하는 AI 모델은 이러한 단계에 진입한 기술로 볼 수 있다. 국가 안보, 국민 권리와 산업 보호의 맥락에서 볼 때, AI는 내재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기술이 된 셈이다.
사실 AI에 기술 주권 개념을 부여한 '소버린 AI'(K-AI)는 국산화의 관점을 넘어 통제권의 내재화라는 차원에서 제대로 정의돼야 하는 개념이다. 특히 우리는 소버린 AI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K-AI에서 K에만 방점을 찍으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단계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프런티어급 파운데이션 모델에서는 이른바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의 최종 목표를 미중의 최상위급 모델과 '규모 대 규모'로 경쟁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체 가능성과 운용 통제가 가능한 모델 확보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핵심 업무에 대해서는 멀티모델 확보를 추구하며 해외 API에 대한 종속을 줄이고, 동시에 해외의 오픈웨이트 모델과 국내 독파모로 기능적 대체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안보적 맥락에서의 충실성을 위해 해외 모델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으로 국산 독파모가 바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의 제도적·기술적 자원도 준비돼야 한다.
사실 소버린 AI가 더 멀리 내다봐야 할 지점은 독파모가 아니다. 한국의 산업 자체를 혁신할 도메인 특화 AI는 소버린 개념이 더욱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 데이터, 감시, 설명가능성, 책임소재 등 각 산업에 특화된 여러 쟁점을 다루며 국민 권리·국가 안보에 민감한 데이터, 제도적 환경과의 합치성, 법적 이슈의 해소 등이 선행되며 소버린 AI의 실용적 확산이 가속돼야 한다. 특히 산업 AX에서는 모델 자체의 국산화보다는 워크플로(work flow), 데이터와 그에 기반한 디지털트윈 같은 툴체인에 소버린 개념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산업 AX의 핵심이 될 피지컬 AI는 안전, 보안, 복원력과 연계돼 실패 비용은 물론 해외 모델 의존으로 인한 '킬 스위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버린 AI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한국의 소버린 AI는 AI와 연계된 산업 전체의 독자적 내재화-자립화를 향하는 것만으로 결론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독파모의 핵심 전략은 핵심 영역에서 멈추지 않는 AI, 국민 권익과 안전에서 책임소재가 국내에 남는 AI, 제조-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주력 산업에서 성과를 내는 AI, 그리고 동맹·중견국 파트너와 공유 및 신뢰 가능한 역량으로서의 AI가 돼야 할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규모 대신 확장성에 집중해야
주력산업 성과 내는 AI도 필요일론 머스크가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6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 포럼은 불안한 세계정세를 논하는 동시에 각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더 선명해지는 자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은 그 의지와는 반대로 점점 글로벌 공급망의 독과점 구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미중 양강 구도가 고착되며 3위의 의미는 옅어지고 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한 반도체는 미국·한국·대만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각국은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견국 간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은 기술적 차원을 넘어 자본의 집중도와 컴퓨팅-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게임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기술력·자본력 양대축 구도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의 기술 주권 전략은 점점 실효성을 잃어간다.
글로벌 공급망은 자유무역 철학을 기초로 분업 체계에 기반한 경제적 효율을 가치로 내세워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기도 전인 20세기 말부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가치는 효율보다는 기술 진화 방식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의 혁신 엔진으로 자리매김해온 반도체-AI는 각 영역이 고도로 조직된 수백·수천 단계의 지식-인프라-데이터 피드백 루프로 빠르게 진화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는 분업 효율보다는 진화의 병목 제거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AI에서의 기술 자립은 더 이상 국가 의지만으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 자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분 내재화나 공급망 다변화 역시 너무 커져버린 글로벌 공급망에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효율이나 혁신의 고도화 같은 가치를 넘어 추구돼야 하는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전력망이나 통신망은 네트워크 붕괴 시,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최악의 경우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재앙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가 경제적 실익보다 우선시된다.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국내 산업 보호라는 요소 역시 경제적 실익이나 혁신의 고도화에 앞서 고려될 수 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적극 활용하는 AI 모델은 이러한 단계에 진입한 기술로 볼 수 있다. 국가 안보, 국민 권리와 산업 보호의 맥락에서 볼 때, AI는 내재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기술이 된 셈이다.
사실 AI에 기술 주권 개념을 부여한 '소버린 AI'(K-AI)는 국산화의 관점을 넘어 통제권의 내재화라는 차원에서 제대로 정의돼야 하는 개념이다. 특히 우리는 소버린 AI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K-AI에서 K에만 방점을 찍으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단계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프런티어급 파운데이션 모델에서는 이른바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의 최종 목표를 미중의 최상위급 모델과 '규모 대 규모'로 경쟁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체 가능성과 운용 통제가 가능한 모델 확보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핵심 업무에 대해서는 멀티모델 확보를 추구하며 해외 API에 대한 종속을 줄이고, 동시에 해외의 오픈웨이트 모델과 국내 독파모로 기능적 대체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안보적 맥락에서의 충실성을 위해 해외 모델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으로 국산 독파모가 바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의 제도적·기술적 자원도 준비돼야 한다.
사실 소버린 AI가 더 멀리 내다봐야 할 지점은 독파모가 아니다. 한국의 산업 자체를 혁신할 도메인 특화 AI는 소버린 개념이 더욱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 데이터, 감시, 설명가능성, 책임소재 등 각 산업에 특화된 여러 쟁점을 다루며 국민 권리·국가 안보에 민감한 데이터, 제도적 환경과의 합치성, 법적 이슈의 해소 등이 선행되며 소버린 AI의 실용적 확산이 가속돼야 한다. 특히 산업 AX에서는 모델 자체의 국산화보다는 워크플로(work flow), 데이터와 그에 기반한 디지털트윈 같은 툴체인에 소버린 개념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산업 AX의 핵심이 될 피지컬 AI는 안전, 보안, 복원력과 연계돼 실패 비용은 물론 해외 모델 의존으로 인한 '킬 스위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버린 AI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한국의 소버린 AI는 AI와 연계된 산업 전체의 독자적 내재화-자립화를 향하는 것만으로 결론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독파모의 핵심 전략은 핵심 영역에서 멈추지 않는 AI, 국민 권익과 안전에서 책임소재가 국내에 남는 AI, 제조-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주력 산업에서 성과를 내는 AI, 그리고 동맹·중견국 파트너와 공유 및 신뢰 가능한 역량으로서의 AI가 돼야 할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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