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대통령이다.
이번 4월 들어서만, 인도네시아-프랑스-폴란드-인도 그리고 베트남까지 매주 1~2차례 이상의 정상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스타일상 특정 국가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직접 현안을 하나하나 챙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로도는 더욱 극심할 것이다.
가장 최근 정상회담은 지난주에 진행된 인도 및 베트남과의 정상회담이었다.
본 기사에서는, 이중 인도와의 정상회담에 어떤 디테일이 숨어있을지 디벼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한국-인도 정상회담에서는 경제가 핵심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진짜 1호 영업사원이 무엇인지 보여준 행보였다고나 할까.
바쁘디바쁜 현대 사회, 시간 없다. 후딱 살펴보자.
외신이 바라본 한국-인도 정상회담
우선,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한국-인도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이 정상회담의 의미를 어떻게 분석했을까.
1. AP 통신
AP 통신은 양국이 이념보다 정치적 사안보다는 경제협력에 집중한 실용적 정상회담으로 평가했다.
제목 : 인도와 한국은 2030년까지 무역 규모를
지금의 약 2배에 달하는
500억 불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출처-<AP> 링크
기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AP 통신은 이재명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의 교역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지금의 두 배 수준인 500억 달러로 학대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관련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이 중점적으로 협의한 분야는 AI, 조선,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이다.’
‘양국이 이러한 협력을 강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의존도를 낮춰 한국과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즉, AP 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을
경제협력과 공급망 중심의 실용 외교
로 본 것이다.
2. 로이터 통신
로이터 통신의 보도 맥락도 비슷했다.
제목 : 인도와 한국은 새로운 협정을 맺으며 500억 불 규모의 무역을 추진하려 한다.
출처-<로이터> 링크
로이터 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을 '
두 국가의 경제 관계를 대폭 강화(big boost)하는 계기'
라고 분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투자, 산업 협력이 핵심 의제였고, 그 가운데 핵심 협력 분야는 첨단 산업이었다.’
‘반도체, AI 등과 같은 첨단 산업의 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은 단순히 제조 협력이 아니라 미래 산업 중심의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것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흐름 속에서 한국과 인도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리스크 분산 전략이다.’
양국 발표를 통해 본 한국-인도 정상회담
그렇다면, 양국 정상은 이번 한국-인도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우선, 이재명 대통령의 공동언론발표문을 살펴보자.
“대한민국과 인도가 상호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서로 공감”
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로 아래 4가지를 제시했다.
1. 우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
의 틀을 고도화해 동반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기로 하였습니다.
2.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전략산업 협력
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3.
문화와 인적 교류
를 더욱 확대하기로 하였습니다.
4.
역내 평화와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최근 중동 정세와 한반도 평화에 관한 내용)
역시 주로 경제 분야 협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의 틀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장관급 경제협력 플랫폼인
‘산업협력위원회’
를 신설하기로 했으며,
「중소기업 협력 MOU」
를 개정해 우리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정비했다.
또한, 금융 분야에서는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금융 시장에 우리 금융기업들의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 당국 간 협력 MOU」
를 체결했다.
출처-<연합뉴스>
인도 모디 총리의 공동언론발표문은 어땠을까?
인도 모디 총리가 공동언론발표문도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과 거의 동일했다. 지난 정상회담 기사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 양국 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그중 각자 의미있어 하는 것 위주로 발표한다. 때문에 양국이 정상회담을 한 후, 한 나라는 정치(혹은 안보) 협력 위주로 발표하고, 다른 나라는 경제 협력 위주로 발표하는 등의 동상이몽 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지난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프랑스는 군사, 안보 협력을 강조한 반면, 한국은 경제 협력을 강조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따지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한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양국이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발표한 건 한국-폴란드 정상회담이 유일할 정도다. 그만큼 양국의 공동언론발표문이 동일한 건 흔한 게 아니란 것이다.
모디 총리의 공동언론발표문은 이랬다.
출처-<연합뉴스>
1. 오늘 우리는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확대
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 인공지능, 반도체, 정보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인도-한국 디지털 협의체’(India-Korea Digital Bridge)
를 출범합니다.
3. 인도와 한국은 수천 년에 걸친
문화적 유대
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4. 세계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인도와 한국은 평화와 안정의 메시지
를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네 가지로 제시한 점, 성과의 순서가
‘경제-경제-문화교류-글로벌 현안’
으로 구성된 점, 그리고 성과별 구체적 내용까지 두 정상의 공동언론발표문은 거의 동일했다.
이쯤에서 궁금한 질문.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인도와 뭔가 첨단 산업 관련한 경제 협력을 약속한 건 알겠다. 무역도 더 활발히 하기로 했고.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할 것 같다.
과연, 대통령이 인도로부터 얻으려 했던 구체적인 ‘한 수’는 무엇이었을까?
1호 영업사원이란 이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 서두에서 이렇게 밝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8년 만에, 그리고 취임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국빈 방문하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가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인도를 방문했다. 이는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점에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다.
8년 전, 인도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신남방정책을 추진했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코로나 대응에 온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연합뉴스>
이후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한국 외교를 미국과 일본만을 바라보는 1970년대 외교로 후퇴시켜 버렸다. 그러니 세계 경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한 채 임기 동안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윤석열이 2023년 9월 인도를 방문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윤석열 정부가 인도와의 양자관계를 개선하기 위함이 아니라 G20 정상회의가 인도에서 열려서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당시 윤석열의 인도 방문을 두고 국내 주요 언론들은 외교에서 엄청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예를 들면, 이런 보도였다.
출처-<SBS> 링크
출처-<머니투데이> 링크
사실 당시 G20 정상회의에 직접 취재갔던 기자라든가 외신을 챙겨보는 전문가라면, 윤석열이 국제 왕따였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필자 또한 외신 보도(DW NEWS)를 영상으로 보고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출처-<DW NEWS>
당시 인도 뉴델리에 모인 정상들은 이동하면서도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외교를 이어갔지만, 윤석열은 계속 혼자였다. 계속 말이다, 계속!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되겠다던 사람이 그 중요한 다자 외교무대에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했던 것이 당시 현실이었다.
암튼, 다시 돌아와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인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국가이자
세계 4위의 경제 대국
으로서,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
로 부상하고 있고, 총리님의 ‘선진 인도 2047’ 비전 아래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신흥대국이다. 인구에서는 이미 중국을 제치고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었고, 경제성장률은 매년 6% 이상을 기록하며 점차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과 다른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인도는 베트남 등의 국가들과 달리 단순 저임금 노동 중심 경제가 아니다. 자동차, 우주, IT 등과 같은 첨단 산업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조선·항만 분야로 산업을 확장하려는 추세
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정책을 고수했던 국가다. 이에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 국가이던 우리로서는 중국보다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훨씬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경제인들이
모디 총리와 함께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여했다.
삼성 핸드폰으로 셀카 찍은
이재명 대통령, 모디 총리, 이재용 회장
출처-<이재명 대통령 SNS>
국제 경제는 물론 정치·경제적으로 이렇게 중요한 나라가 인도인데, 현재 한국과 인도의 교역 수준을 보면 다소 의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첫 번째 성과인 경제협력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250억 불 수준인 양국 교역을 2030년까지 500억 불 수준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핵심 분야에서의 한-인도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양국이
배전의 노력
을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250억 불 수준인 양국 교역을 5년 내 두 배(500억 불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전체 교역액은 수출 6,831억 달러와 수입 6,317억 달러를 기록하며 총 약 1조 3,149억 달러를 보였다.
이를 국가별로 정리하면,
1위. 중국
(총교역액: 약 2,728억 달러)
2위. 미국
(총교역액: 약 2,009억 달러)
3위. 베트남
(총교역액: 약 868억 달러)
4위. 일본
(총교역액: 약 772억 달러)
5위. 호주
(총교역액: 약 456억 달러)
10위. 인도
(총교역액: 약 251억 달러)
11위. 말레이시아
(총교역액: 약 244억 달러)
출처-<TRADING ECONOMICS> 링크
단순히 25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자 연평균 성장률이 6%를 상회하는 인도와의 교역이 현재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며, 5위에 해당하는 호주의 약 절반 정도 교역량밖에 못 미치는 현실이라면, 우리가 그간 인도라는 시장을 너무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8년 만에, 그리고 취임 후 가장 이른 시기에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500억 달러는 현재 한국과 인도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적어도 인도가 일본 다음의 교역 규모는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일 것이다.
지금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호주 등은 짧은 시간 내에 교역에서 눈에 띄는 확대를 이뤄내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인도는 이들과 달리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면 짧은 시간 내에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 국가가 될 수 있다.
이재명의 ‘한 수’
좋다.
그렇다면, 인도와의 교역을 늘릴 신호탄으로서 역할을 할 산업은 무엇일까? 한국-인도 정상회담에서 얻을 이재명 대통령의 ‘한 수’ 말이다.
앞에서 이런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인도가)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조선·항만 분야로 산업을 확장하려는 추세다.’
여기에 답이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위성락 안보실장의 이름으로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게시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 간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전략 비전’ 문서와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 ‘지속가능성 분야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 ‘에너지 자원 안보에 관한 공동성명’ 등
총 3건의 부속 문건
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4가지 문서 원본을 인도 외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봤다.
이 중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였다.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관련
인도 외무부 홈페이지 사진
출처-<인도 외무부> 링크
내용을 보면,
이번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VOYAGES) 부속 문서는 단순 MOU가 아니라, 한-인도 정상회담의 경제·산업 협력 중 가장 구체적인 실행 설계도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부속 문서는 조선소 건설은 물론 기존 조선소 현대화, 기자재 현지생산, 항만 개발, 선원·기술 인력 양성, 해양대학 협력까지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의 배를 인도가 사는 정도의 내용이 아니라 인도 내 조선 산업의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HD현대가 주축이 된 한국조선해양(HD Korea Shipbuilding & Offshore Engineering)이 인도 남부 대형 그린필드 조선소 개발 MOU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인도 공공기관의 400척 이상(약 250억 달러 규모) 선박 수요를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이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무역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핵심 동력이 바로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인 것이다. 양국은 AI·방산·핵심 광물 등도 포괄적으로 논의했지만, 이 부속 문건이 보여주듯이
가장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협력의 내용은 바로 조선 분야
다.
출처-<HD현대중공업>
인도는 현재 물동량 기준으로 무역의 95%를 해상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인도 경제에서 조선 산업이 교역과 공급망 차원에서 핵심적인 산업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인도는 중국과의 해양 안보를 두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는 중국에 비해 해상에서 상대가 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인도는 한국의 조선 산업과 협력해 이런 열세를 최대한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인도의 실정을 최대한 활용해 인도와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맺은 협약을 흔하디흔한 약속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이뤄내려고 한다. 그래서 임기가 1년도 안 된 시점에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그래야 임기 내에 실제 실현할 수가 있으니까.
남은 임기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인도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것이다. 2030년까지 인도와의 교역이 진짜 5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재명 정부 외교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kuy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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