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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을 들면 실례가 된다. 한국인에게는 당연한 식탁 예절이 동남아시아 독자들에게는 낯선 문화 충격으로 읽혔다.
16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셰프 크리스 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중국·일본의 식사 예절 차이를 소개한 영상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베트남·중국·일본에서는 한 손으로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 반면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밥그릇을 들어 올리는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배운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오히려 반대다. 밥그릇이나 작은 국그릇을 가슴 가까이 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릇을 식탁에 둔 채 얼굴을 숙여 먹는 행동을 점잖지 못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지만 그릇을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인 셈이다.
한국 전통 식사 예절에서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밥에 젓가락을 수직으로 꽂거나 연장자보다 먼저 수저를 드는 행동도 삼가야 할 것으로 꼽힌다. 격식을 차리는 자리일수록 이 같은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다만 면이나 패스트푸드처럼 일상적인 음식을 먹을 때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VN익스프레스는 이 같은 차이가 한국 고유의 식사도구 ‘수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긴 손잡이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방식으로 숟가락이 밥과 국을 입까지 옮겨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그릇을 손에 들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음식 연구 프로젝트 ‘뿌리키친’을 공동 설립한 정서영 셰프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습관이 그릇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식사 구성도 한몫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반도가 밀 재배에 불리한 환경이었던 만큼 곡물밥·국·반찬으로 이뤄진 식사 문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북부에서는 약 7세기부터 면과 빵이 주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젓가락 사용이 우세해진 반면, 한반도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문화가 수백 년간 유지됐다. 한국 식탁에서는 통상 왼쪽에 밥그릇, 오른쪽에 국그릇을 놓고 반찬을 가운데 차려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사용한다.
금속 그릇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과거 한반도 왕실과 상류층은 구리 78%·주석 22%의 합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탕 소독이 가능하지만 열전도율이 높아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손으로 들기 어려웠다. 조선시대 금속 생산이 늘면서 놋그릇이 일반 가정으로 퍼진 것이 밥그릇을 들지 않는 습관을 굳히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물론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작은 그릇의 음식을 손에 들고 먹는 경우가 있고, 베트남·중국·일본에서도 음식 종류와 상황에 따라 그릇을 다루는 방식은 달라진다. VN익스프레스는 이번 소개를 계기로 음식 문화의 차이가 단순한 습관이 아닌 각 나라의 역사와 환경을 반영한다는 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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