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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의 생태이야기/가을을 물들이는 핑크뮬리, 아름다움 뒤에 필요한 관리

9월이 시작되면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공원과 관광지 곳곳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핑크뮬리다. 가느다란 꽃이삭이 햇빛을 받으면 분홍색 안개가 내려앉은 듯해 어느새 가을을 대표하는 경관식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생태이야기/가을을 물들이는 핑크뮬리, 아름다움 뒤에 필요한 관리

▲ 박기현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전임연구원

9월이 시작되면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공원과 관광지 곳곳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핑크뮬리다. 가느다란 꽃이삭이 햇빛을 받으면 분홍색 안개가 내려앉은 듯해 어느새 가을을 대표하는 경관식물로 자리 잡았다. 10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핑크뮬리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벼과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는 2014년 무렵 경관용으로 도입된 이후 빠르게 식재 면적이 늘었다. 그러나 외래식물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심겨 있는가보다 자연생태계로 얼마나 스스로 퍼져 나가고 있는가이다.

본인이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큰금계국을 떠올려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큰금계국 역시 처음에는 도로변과 하천 제방 등에 경관용으로 심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심지 않은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교적 추운 겨울을 잘 견디는 여러해살이풀로 월동한 개체가 이듬해 다시 자라고 종자를 통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면서 하천변과 제방을 따라 분포를 넓혀 왔다. 즉, 우리나라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고 번식하며 확산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핑크뮬리는 어떨까.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은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핑크뮬리 식재지 92곳을 조사했다. 공원, 하천변, 관광지, 수목원, 카페 등에서 확인한 전체 식재 면적은 약 22만㎡에 달했다. 하지만 92곳 어디에서도 식재지 밖에서 자연 발아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나 스스로 세대를 이어가는 자립 개체군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식물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국내 환경에 대한 적응력 차이가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큰금계국은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다시 생장하는 능력이 비교적 강하다. 반면 핑크뮬리는 원산지인 미국 남동부보다 우리나라의 겨울 최저기온이 낮아 월동과 새로운 개체의 정착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강수가 집중되고 일조 조건도 달라 종자 성숙과 어린 개체의 정착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관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지역은 꽃이 진 뒤 꽃이삭을 제거하거나 식물체를 회수해 온실에서 월동시키고 있었다. 이는 종자가 주변으로 퍼질 기회를 줄인다. 결국 현재 핑크뮬리의 낮은 자연 확산은 기후조건과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시설 기반 폐쇄형 관리체계’를 제안했다. 핵심은 핑크뮬리를 일 년 내내 야외에 두지 않고 9~11월에 한시적으로 식재한 뒤, 종자가 성숙하기 전에 꽃이삭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후 식물체를 회수해 자연생태계와 분리된 온실 등에서 월동시킨 뒤 다음 개화기에 다시 식재한다. 생산-식재-꽃이삭 제거-회수-시설 월동-재식재가 하나의 닫힌 고리를 이루는 방식이다. 여기에 식재지 주변에서 자연 발아 개체가 나타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 자연 확산이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거나 관리가 느슨해지면 자연 정착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큰금계국과 핑크뮬리의 차이는 외래식물을 단순히 외래생물이라는 이름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살아남고 번식하며 퍼져 나가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그 위험 정도에 맞는 관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아름다움은 누리되 자연으로 향하는 길은 관리하는 것. 올가을 분홍빛 핑크뮬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식물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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