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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 장의 비단 편지가 품고 있던 신앙과 자유 그리고 존엄

역사는 때로 승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문학은 그 기록의 빈틈에서 침묵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낸다. 문학의 존재 의의, 문학의 가치는 바로 빈틈에서 생명력있는 서사를 길러내는 일일 것이다.

한 장의 비단 편지가 품고 있던 신앙과 자유 그리고 존엄

한 장의 비단 편지가 품고 있던 신앙과 자유 그리고 존엄

이상훈 극단 예인방 예술감독 장편 역사소설 ‘백서(帛書)’ 펴내

2026년 07월 22일(수) 15:20

역사는 때로 승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문학은 그 기록의 빈틈에서 침묵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낸다. 문학의 존재 의의, 문학의 가치는 바로 빈틈에서 생명력있는 서사를 길러내는 일일 것이다.

영화와 방송, 그리고 연극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해온 이상훈 극단 예인방 예술감독이 장편 역사소설 ‘백서(帛書)-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펴내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은 최근 순회공연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창작연극 ‘울엄니’의 예술감독을 맡아 무대예술과 문학을 아우르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훈 작가. <극단 예인방 제공>

이번 장편은 ‘울엄니’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했던 예술감독이 이번에는 역사 속 인간의 신념과 자유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지고 섬세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은 1801년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를 둘러싼 역사적 진실을 파고든다. 한 장의 비단 편지가 품고 있던 신앙과 자유, 인간의 존엄, 그리고 권력과 역사의 관계를 문학이라는 언어로 다시 복원해낸 것.

그동안 황사영 백서는 ‘역적의 문서’와 ‘순교의 기록’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조선 후기 권력이 남긴 기록은 한 사람을 역적으로 규정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신앙과 양심을 견지했던 인물로 기억해 왔다.

소설은 그 사이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당시 권력이 남긴 기록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인간의 신념과 시대의 진실을 치밀한 역사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구현했다.

‘역사는 누구의 기록인가’라는 질문은 200여 년 전 조선을 향한 질문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양심과 신념을 지키려 했던 많은 인물들의 역경의 삶 속에 드리워져 있는 공통의 질문이다. 또한 그것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묻는 삶의 방향과도 연계된다.

이렇듯 이번 소설은 신유박해의 참혹한 현실과 수많은 순교자의 삶을 입체적으로 담아낼 뿐 아니라 권력이 만들어낸 왜곡과 침묵 너머의 인간의 양심과 자유를 주목한다. 장대한 이야기가 선사하는 서사적 즐거움과 환기되는 당대의 현실과 진실의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장편소설은 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한국 천주교 순교 정신과 신앙의 역사를 문학으로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 이 감독은 방송 프로듀서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온 스토리텔러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으며 소설과 공연,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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