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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 생명의 삶을 뒤흔드는 ‘어른’이라는 책임의 무게[덕후의 서재]

그렇게 태어난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독자 인기상을 수상하고, 2024년에 정식 연재를 시작해 2025년에 완결됐다. 단행본 2권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무대는 외계...

한 생명의 삶을 뒤흔드는 ‘어른’이라는 책임의 무게[덕후의 서재]

■ 덕후의 서재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러 병원으로 향하는 길, 고먕 작가는 문득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태어난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독자 인기상을 수상하고, 2024년에 정식 연재를 시작해 2025년에 완결됐다. 단행본 2권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무대는 외계 존재들이 지구로 내려온 후 인간과 공생하는 설정의 SF 판타지 세계다. 한 컷 한 컷이 동화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낯선 종족과 광활한 우주적 풍경을 촘촘히 담아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그 덕분에 세계가 실재하듯 살아 숨쉰다. 처음부터 지구인들이 외계인을 환대한 건 아니다. 맞서 전쟁을 벌였고 인간은 보호종이 되었다. 외계인들은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체가 만드는 모든 일들을 유체가 고스란히 이어받아야 하는 운명.” 그 대사에 그려진 컷은, 전쟁 폐허 속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주인공 ‘모리’는 바로 그 전쟁의 아이다. 야생에서 살다 구조된 탓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놀라면 고양이처럼 털을 곤두세우는 시늉을 한다. 그런 모리에게 정체 모를 외계인 후원자가 선물을 보내온다. 보육원 친구가 엄마와 상봉하는 모습을 본 모리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인식한다. 그 후원자가 엄마가 아닐까? 모리는 보육원을 탈출하여 미지의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외계인 무법자가 우여곡절 끝에 동행하여 보호자가 된다. 나아가 후원자, 다른 외계 존재, 인공지능(AI)을 만나고, 그들에게 마음을 여는 관문을 거친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은 모리만의 것이 아니다. 모리를 위해 나선 외계인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가 이 아이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의 기록을 뒤지고, 인간들이 각별히 여기던 단어,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해독하려 한다. 이 시도는 한 아이를 온전히 보호하고 길러내기 위해 어른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여정으로 확대된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은유다. 그들이 찾는 것은 생물학적인 한 사람이 아니라 후세대를 위한 책임의 정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른들이 만든 전쟁 속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다음 세대는 언제나 이전 세대가 만든 세상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남기는 어른이 될 것인가.

전혜정 청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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