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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하정우 "GPU 26만장 확보가 최대 성과…AI는 국가 인프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성과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며 "AI는 개별 산업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밝혔다. 하...

하정우 "GPU 26만장 확보가 최대 성과…AI는 국가 인프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제공=뉴스핌·이투데이)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성과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며 "AI는 개별 산업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밝혔다.

하 수석은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진행한 뉴스웍스 등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AI 산업에서 GPU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기념하는 날이다. 지난 8일 진행된 인터뷰는 정부가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대규모 GPU 인프라 확보와 AI 연구 환경 개선에 나선 가운데,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그는 "민간에 있을 때도 교수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항상 GPU를 좀 쓰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AI 연구와 개발을 하려면 GPU 확보가 필수인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투자 자체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정부 때는 GPU 투자에 관심이 거의 없었고 이후 3000장, 1만장 정도 논의되다가 현 정부 들어 5만장 확보 계획이 나왔고 지금은 민간까지 포함해 26만장 규모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GPU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 수석은 실제 GPU 지원 이후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학과 스타트업에 GPU를 지원했더니 연구를 제대로 해볼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GPU 덕분에 해보지 못했던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AI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소버린 AI'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수석은 "지금 많은 국민들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해외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면 입력되는 데이터가 결국 해외 서버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개인정보뿐 아니라 공공 문서나 국방 관련 정보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AI는 앞으로 전기와 같은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를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처럼 AI 역시 일정 수준의 자립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I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문화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수석은 "AI는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견과 판단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며 "데이터가 많은 국가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개발된 AI는 미국 중심의 가치관과 편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나라가 소버린 AI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결국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버린 AI 전략은 모든 것을 우리끼리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핵심 역량을 확보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국제 협력을 통해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 수석은 "AI는 반도체나 조선 같은 특정 산업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며 "AI가 모든 산업에 들어가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는 이미 시각 AI 기반 결함 탐지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로봇 기술이 제조 공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지컬 AI를 통해 반도체 공정이나 자동차 생산라인을 지능화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강한 제조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 AI 전환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제조업의 AI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수석은 "제조 AI 전환을 위해 기업 연합체 형태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 제조기업들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센터 구축과 규제 완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인재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수석은 "AI 인재가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구 환경 문제도 상당히 크다"며 "특히 GPU 부족 때문에 연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문 조사 결과 GPU 환경이 개선되고 처우 격차가 지나치게 크지 않다면 국내에 남겠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며 "이 때문에 GPU 확보를 가장 먼저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자의 경력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과학자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자가 안정적인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 수석은 "AI 시대에는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청년 중심의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사회 분과와 AI 민주주의 분과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이나 AI 부담금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수석은 "AI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AI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의 일문일답이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제공=뉴스핌·이투데이)

-한국형 AI가 왜 필요한가.

"국민들이 해외 AI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AI를 왜 써야 하느냐고 하면, 우선 국민들이 '굳이 애국심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첫 번째라고 본다. 다만 정책적으로 왜 필요하냐고 하면 지금 우리가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해외 서비스를 활용할 때 입력하는 모든 프롬프트와 데이터가 결국 해외 서버, 해외 데이터센터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안에는 개인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공공이 쓰면 공공 비밀 문서가 들어갈 수도 있고, 국방 분야라면 1급 비밀에 준하는 내용도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자체 AI 역량이 없으면 이런 부분에서 국가 안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가격이 이 정도지만 나중에는 가격 정책을 바꾸거나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식으로 사실상 무역 장벽처럼 작동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업무에 들어가고 로봇과 결합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왔는데, 그때 외국 기업이 갑자기 가격을 올리거나 특정 용도를 막아버리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를 내려받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도 본질적으로는 같다. 지금은 공짜로 풀지만 언제든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라이선스 정책도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메타의 라마도 버전마다 정책이 다르고, 국방 용도처럼 민감한 분야에서는 따로 협의하라고 하는 식의 제약이 붙는다. 모델 라이선스는 소스코드 라이선스처럼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데이터로 만들어지는 모델 특성상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전기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가 전기 끊기면 큰일 나기 때문이듯, AI도 결국 인프라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자체적으로 잘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기업과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예전부터 시각 AI를 활용해 고장 난 부분을 빠르게 감지하고 불량을 골라내는 시스템을 상당히 많이 써왔다. 생각보다 이미 AI가 많이 들어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 AI 에이전트, 그리고 AI 에이전트가 탑재된 로봇이 반도체 공정과 디스플레이 공정, 자동차 생산 라인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불량 검사 수준이 아니라 사람 일을 상당 부분 대신하거나 최적화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APEC 계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도 피지컬 AI를 제조 공정에 도입해 전체 공정을 최적화·지능화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고,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디스플레이 업계도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AI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도 피지컬 AI를 주요 전략 키워드로 보고 있다. 산업부에서 말하는 '제조 AX(Manufacturing AX)'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 AX나 산업 AX는 제조업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미국은 AI는 강하지만 제조 기반이 우리보다 약하고, 중국은 제조와 AI를 모두 잘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제조업 AI 전환에서 한국이 굉장히 강한 편이라고 본다. 그래서 피지컬 AI를 통한 제조업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각종 규제 개선, 산업 현장 지원을 같이 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더 챙겨야 하는 쪽은 중견·중소 제조기업들이다. 예전에는 제조 데이터 공유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컸다. 제조 공정 데이터는 영업비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데이터를 모아서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그러면 정부는 산업단지마다 제조 데이터를 잘 담을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풀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조 AI를 중소·중견기업들이 싸게, 경우에 따라서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데이터를 제공한 기업들이 실제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 정부 전략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블랙록의 재생에너지·AI 투자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유엔 총회 기간에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MOU를 맺었고, 그 이후 10월 초쯤 블랙록 자회사인 비나 에너지 쪽에서 약 20조원 규모의 해상풍력 관련 투자 의향서(LOI)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MOU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수준이다. 서해안 쪽 해상풍력 단지 투자와 관련해 실제로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미 일정 부분 성과가 나온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더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기반 데이터센터 투자 같은 부분은 계속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실행 조직이 아니다. 큰 틀의 합의와 방향 설정까지가 역할이고, 실제 투자 의향서 체결이나 사업 집행은 관련 부처와 사업 주체가 맡아서 진행한다. 해상풍력도 관련 부처, 사업단지, 사업자가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로 보면 된다."

-언론사 저작권 문제와 AI 학습 데이터 활용은 어떻게 풀 생각인가.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윈윈이다. 언론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한국 AI 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고, 반대로 한국 AI가 좋아져야 기자들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서로 도움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언론사 쪽에서는 '우리 데이터가 이 정도 가치가 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AI 기업 쪽에서는 '중요한 건 맞지만 그 가격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입장이 맞서 왔다. 그래서 쟁점이 되는 것이다. 다만 기사처럼 저작권이 명확한 데이터는 일단 저작권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저작권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 내용이 AI 액션 플랜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회색지대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처럼 포털이 운영하지만 저작권은 개별 작성자가 가진 콘텐츠는 학습에 활용할지 일일이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영역은 우선 학습에는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습만 하고 서비스로 나가지 않으면 곧바로 언론사나 개인 창작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반면 실제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수익이 생기면 그때는 다른 문제다.

그래서 선불 보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러닝 개런티 같은 방식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매출이나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금 형태로 조성해 언론 생태계에 환원하는 구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여기에 매칭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 기업과 언론 양쪽의 공감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략을 발표하면 혼선만 생기고 모두가 손해 보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속 논의해서 공감 가능한 안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과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이 문제는 언론 기사만이 아니라 더 넓게 보면 저널리즘, 나아가 창작 전반과 연결된다. 그래서 AI 행동 계획의 큰 카테고리에 아예 '문화 강국'을 넣은 것이다. 창작자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거의 창작 동료 수준으로 활용하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까지 포함해 논의하고 있다. 요즘 언론사들도 AI를 많이 실험하고 있고, 실제로 국내 콘텐츠 데이터가 해외 쪽에 많이 크롤링되는 현실도 있다. 이런 현실까지 감안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제공=뉴스핌·이투데이)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선두권이고, 그 다음에 3위 그룹이 있다. 그런데 이 3위는 1, 2위처럼 명확한 서열이라기보다 하나의 그룹으로 보는 게 맞다. 제가 보기에는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 한국, UAE 정도가 그 그룹에 들어간다. 한국의 목표는 그 3위 그룹을 이끄는 리더 위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지금 정부는 거의 올인에 가깝게 갈 것이고, 다음 정부도 상식적인 정부라면 이 분야 투자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AI 경쟁력이 없으면 결국 국가 경쟁력 전반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 예산, 사업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그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도 꽤 높다고 본다."

-가장 의미 있는 정책 성과로 무엇을 꼽나.

"당연히 GPU 26만장 확보다. 민간에 있을 때부터 교수들이든 스타트업이든 다들 GPU 좀 쓰게 해달라는 말을 했다. GPU 확보가 너무 어렵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같은 빅테크 쪽 GPU는 있긴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왜 한국은 GPU 투자를 안 하느냐는 얘기를 저도 끊임없이 들었고, 저 역시 그런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처음에는 전 정부에서 사실상 관심이 거의 없었고, 그 뒤에 3000장, 1만장 식으로 논의가 진전되다가 현 정부에서 5만장 확보 계획을 내놨다. 지금은 민간까지 포함해 공식적으로 26만장 수준이 됐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GPU를 대규모로 확보했다는 건 산업 발전의 고속도로를 깔아놓은 것과 비슷한 의미가 있다. 그게 있어야 연구도 하고 산업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실제 현장 반응도 확인됐다. 대학과 스타트업에 3월부터 GPU 배분이 시작됐고, 지원받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소셜미디어에 '이제야 해보고 싶었던 걸 할 수 있게 됐다', '이걸 바탕으로 제대로 성과를 내보겠다'는 식의 글을 많이 올렸다. 교수들도 실험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정책의 효능감, 보람을 크게 느꼈다."

-AI가 한국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나.

"AI는 개별 산업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이라고 보는 게 맞다. 반도체만 봐도 재작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적자였고, SK하이닉스도 HBM 이전에는 어려움이 컸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큰 폭의 흑자를 내는 건 결국 AI 수요 덕분이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활용하려면 GPU가 필요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HBM이나 일반 D램 수요도 폭증한다. 데이터센터도 더 많이 지어야 한다. 지금 반도체 성장을 이끈 핵심 배경이 AI라는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철강 같은 기존 주력 산업들에 AI가 다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른 나라 대비 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산업이 성장하면 그게 다시 AI 산업 성장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AI는 '하나의 산업'이라기보다 전체 산업을 붐업시키는 기반 기술, 즉 인프라로 보는 게 맞다."

-소버린 AI 전략은 무엇을 뜻하나.

"소버린 AI 전략은 척화비를 쌓고 우리끼리 전부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도 그렇게 못 한다. 희토류가 없으면 미국도 안 되고, GPU를 만들려면 메모리가 필요한데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공급망이 있어야 한다. 결국 전력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활용까지 AI의 전 계층은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다.

핵심은 모든 층위를 외국에 종속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걸 스스로 하면서 세계 1등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분야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나라와 협력해 확보하되 그 협력이 상대방 중심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게 자율 전략이다.

민간이 미국 AI를 쓰고 중국 오픈소스 모델을 쓰는 걸 막자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정부, 공공, 국방 같은 핵심 기능까지 과도하게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주요 의사결정과 기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위험하다.

또 AI는 워드프로세서와 다르다. 워드프로세서는 입력한 걸 그대로 출력하는 도구지만, AI는 답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의견과 가치관이 반영된다. 미국에서 학습된 AI는 결국 미국식 가치관과 편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나라 역사, 문화, 지역 특성이 반영돼 있으니 한국의 가치관과 문화,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답변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완전히 종속되면 단순한 기술 종속이 아니라 가치관과 문화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나라가 소버린 AI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이 먼저 써야 한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공공이 먼저 써야 개선 사항이 나오고, 수요가 생기고, 레퍼런스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고 해외에 나가서도 '너희 나라 정부도 안 쓰는 기술을 왜 우리에게 파느냐'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 공공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고, 국방과 안보 영역 특성상 더욱 그렇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제공=뉴스핌·이투데이)

-AI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R&D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인재 유치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지금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커리어의 지속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IMF 이후 언제든지 명예퇴직할 수 있다는 불안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의사는 자격증을 따면 이후 경로가 비교적 예측 가능하지만, 과학기술자는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가도 40대 이후를 걱정해야 하고 연구소 처우도 한계가 있다. 같은 능력을 가졌는데도 미래 전망이 불안하니 더 큰 성공 기회가 있는 해외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해법은 국가과학자 제도다. 과학기술자가 열심히 연구하면 최상위 단계에서 어떤 트랙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떤 롤모델을 따라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처우와 제도 개선이다. 해외 인재를 유치할 때도 회사냐 학교냐 둘 중 하나만 고르게 하는 게 아니라 양쪽에 다 소속돼 일하고 양쪽에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과 물가까지 감안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취지다. 전문연구요원 문제도 병무청과 오래 논의했고 상당히 진전돼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는 창업 생태계다. AI 같은 딥테크 분야는 월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업을 통해 큰 성공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모두의 창업' 같은 흐름 속에서 실패할 권리, 재도전할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국가과학자 제도도 단순 지원금 사업이 아니라 '명예'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과학자에게 KTX 무료 이용이나 국립공원 무료 입장, 공항 패스트트랙 같은 상징적 혜택을 부여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는 감각을 주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연구 자체에 대한 소명 의식과 몰입이 강한 사람들이라 돈 차이만이 아니라 존중받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있다.

실제 수요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로드쇼를 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이력서도 많이 들어왔다. GPU 문제와도 연결된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해외로 나가는 이유 1위는 처우 차이, 2위는 GPU 부족이었다. 그리고 GPU 환경이 개선되면 처우 차이가 아주 크지만 않으면 남겠다는 응답이 60%였다. 그래서 GPU 확보를 가장 먼저 했던 것이다. 다만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기업들도 뛰어난 인재들에 대한 처우를 더 높여줘야 한다. 보너스를 많이 주는 회사로 인재가 몰리는 것처럼, 기업이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AI 정책의 연속성과 AI 전문가 부족 문제는 어떻게 보나.

"AI 정책의 연속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AI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AI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전반과 연결되는 기술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AI에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만 이 흐름에서 빠지는 정책을 내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약 그런 정책을 내세운다면 정치적으로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도적·예산적·사업적 측면에서 AI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이 부분은 'AI 전문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을 쓰면서 새로운 알고리즘이나 방법론을 만들어내는 연구자도 AI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기존 AI 기술을 물리, 화학, 자동차, 반도체 같은 산업에 적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AI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또 AI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들도 AI 전문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래서 AI 전문가라는 개념을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면 어디가 부족하고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진다. 분야별로 나눠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한국 AI 연구 수준이 생각보다 낮지 않다. 예를 들어 시각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미 2018~2019년부터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계 3위권 수준의 연구 성과를 유지해 왔다. 학회 논문 발표 등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상위권 연구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연어 처리나 핵심 알고리즘 분야는 과거에는 10위권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5위권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본다.

예를 들어 NeurIPS 같은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에서도 한국 연구자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해당 학회에서 논문 심사를 담당하는 평가위원(AC)도 전 세계에서 약 300명 정도만 선발되는데, 그만큼 연구 경쟁력이 있는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논문 저자 수 기준으로 보면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생각보다 한국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다만 정책 영역이나 산업 적용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도메인 전문가, 즉 특정 산업을 이해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또 국회나 정부 정책 영역에서도 이공계 출신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영역에서도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AI 인재 문제는 단순히 '전문가가 없다'는 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부족한지를 세분화해 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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