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선 폐지·영업이익 연동…SK하이닉스 보상 체계 전면 개편이 핵심
13억은 과장, 7억이 현실…성과급 루머 확산에 직원들 피로감 호소해
생산직까지 수시 채용 확대…성과급 기대감에 입사 경쟁 치열해지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숫자가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SK하이닉스 임직원 1인당 성과급이 내년 최대 13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SK하이닉스에서는 해당 수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더불어 이러한 성과급이 단순한 숫자 논쟁을 넘어 한국 노동시장의 보상 구조 자체를 뒤흔들지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을 447조원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노사 협상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되 기존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을 폐지한 바 있다. 이 구조를 적용하면 PS 재원은 약 44조7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임직원 수 약 3만45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12억9000만원의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수치를 둘러싼 논란이 빗발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195조원, 내년은 약 230조 원대로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내년 초 지급될 성과급은 1인당 약 5억~7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생산능력 증가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400조원대 영업이익 전망은 다소 과장된 수치”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천문학적 수치가 확산되는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보상 구조는 업계 전반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사례가 확산될 경우 주요 기업들의 성과급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I 화상 인터뷰 ‘A!SK’ 전형 시뮬레이션.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직 채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메인트 및 오퍼레이터 직무 모집 공고를 내고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7~8월 입사자를 모집 중이다.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와 품질 검사 등을 담당하는 이들 직군 역시 성과급 구조 개편의 수혜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순한 보상 확대를 넘어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인재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억대 성과급 구조는 핵심 인력 유치의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과에 비례한 보상 강화 흐름이 이어지며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성과급 체계 개편이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임금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국내 상용 근로자의 평균 연간 임금이 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억 원대 성과급은 기존 임금 체계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특정 산업과 기업에 고소득이 집중될 경우 직종 간·기업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이 특정 시기, 특정 집단에 집중적으로 유입될 경우 소비 구조와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업황 지속 여부와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결국 13억이냐 7억이냐의 숫자 싸움이 아니다. 상한선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이라는 새로운 보상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지속되는 한 성과급 규모는 사실상 제한 없이 커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특정 산업과 기업에 고소득이 집중되고 그 파급이 노동시장과 자산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발 보상 혁신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처음 맞닥뜨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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