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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픽' ETF] 흔들리는 안전자산…美 '단기채 ETF' 부상

장기채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듀레이션이 긴 중장기 국채는 금리 1%포인트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여기에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등락이 겹치며 자본시장은 삼중고에 처했다.

['픽' ETF] 흔들리는 안전자산…美 '단기채 ETF' 부상

주식(60)·채권(40) 붕괴·유가 재점화·환율 안정에 자금 쏠려

장기 국고채 금리 상승. 사진=ChatGPT

[주간한국 조채원 기자] 장기채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듀레이션이 긴 중장기 국채는 금리 1%포인트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여기에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등락이 겹치며 자본시장은 삼중고에 처했다.

'주식 60·채권 40 조합'이란 전통적인 자산배분 공식도 옛말이 됐다. 주식이 빠질 때 채권이 완충한다는 음의 상관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물가·금리·재정을 동시에 흔드는 국면에서는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요동친다. 성장성은 살리되, 흔들림은 줄이는 주식+단기국채 조합이 각광받는 이유다.

◇'반도체+채권' 무더기 상장…통화·종목·분배로 차별화

지난달 18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연 4.751%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전인 17일에는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5.31%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리며 두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3%대에 올라섰다. 1996년 이후 30년 만이다. 브렌트유는 지난 9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에 시장에는 주식과 채권을 1대1로 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각 운용사는 채권 통화·편입 종목·분배 방식에서 차별점을 만들며 이 구조를 앞다퉈 내놓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P500과 미국 단기국채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ETF'를 상장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단기국채를 묶은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 ETF'를 상장했다. 두 상품 모두 잔존만기 0~1년의 미국 단기국채를 50% 편입한 채권혼합형 구조이며 매일 자산 비율을 50대 50으로 자동 재조정한다.

KB자산운용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를 지난 2월 26일 상장했다. 상장 7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기준 순자산은 4조 800억원으로 국내 채권혼합형 ETF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20영업일 기준 이 ETF의 변동성은 4.75%로 삼성전자(7.91%)·SK하이닉스(9.39%) 대비 40~50% 낮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성과연동 특별분배 구조를 갖춘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를 지난 4월 21일 상장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배당과 채권 이자에 더해 주식 상승분 일부를 실현해 분배 재원으로 쓴다. 상장 이후 5개월 연속 주당 100원대 분배를 이어갔다. 매매차익 재원 분배분은 국내 주식 과세체계가 적용돼 일반계좌에서도 비과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삼성전자SK하이닉스플러스채권혼합50 ETF'를 지난달 25일 상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0%씩 담고 AI반도체 연관 시총 상위 종목인 삼성전기를 10% 더해 반도체 밸류체인을 넓혔다. 한화자산운용도 SK하이닉스와 미국 낸드플래시 대표기업 샌디스크를 각각 25%씩 담은 'PLUS SK하이닉스샌디스크채권혼합50 ETF'를 지난달 4일 상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대신 두 메모리 기업을 택해 AI 병목이 GPU에서 HBM·D램을 거쳐 낸드·eSSD 저장 인프라로 이동한다는 관점을 담았다.

◇ 이자·듀레이션·환율의 3중 매력

최근 상장한 채권혼합 ETF가 잔존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를 택한 이유는 환율과 금리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거시경제 지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장기채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 반면 단기채는 만기가 짧아 손실 폭이 제한된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자 수익을 매월 분배금 재원으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기가 짧은 만큼 재투자 주기가 빨라 실세금리도 신속하게 반영한다.

떨어진 환율도 한몫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고점인 1561원 대비 약 12% 떨어진 1380원 수준이다. 달러 자산 신규 진입 부담이 낮아진 국면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9일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다만 일본 자금 회귀는 부담이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3%에 도달했고 채권 가격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국 채권 매력이 커지자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채권 매수를 줄이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채권을 3조엔 순매도했다. 이는 2022년 채권시장 급락 이후 연초 대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글로벌 장기 자금의 자국 회귀 흐름은 미국 장기채에 부담이다. 다만 단기채는 이 수급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다.

◇ "ISA로 세금, 연금으로 자산배분"

전문가들은 상품을 고를 때 '어떤 계좌'에 담느냐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미국 장기채가 흔들리는 지금은 단기국채가 답이 될 수 있지만, 투자 성패는 결국 환율과 금리 사이클 방향에 달려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당 채권혼합 ETF는 모두 채권혼합형으로 분류,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까지 편입할 수 있다. 위험자산 70% 한도를 다른 주식형 ETF로 채우고 남은 30%를 이 상품에 배분하면 계좌 전체 기준 실질 주식 익스포저를 최대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연금 규제 안에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선 세제 효과가 두드러진다. 일반 계좌는 미국 단기국채 이자로 지급되는 월 분배금에 15.4%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ISA 안에서는 순수익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도 9.9%로 저율 분리과세한다. 3년 이상 운용한 뒤 해지 자금을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하면 이체금액의 10%(최대 300만원)에 대해 추가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저비용과 대규모 안정성은 KB 상품이 앞선다. 정기 분배 실적은 키움 상품이 강점이다. 달러 자산 분산 효과는 미래에셋 상품에서 두드러진다. 낸드 사이클에 베팅하려면 한화 상품이 적합하다. AI 반도체 밸류체인 확장은 한투 상품이 담당한다. 다만 미래에셋 두 상품은 환헤지가 되지 않은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원화 환산 수익률이 훼손될 수 있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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